[언박싱] 이 주의 인물 : 한석호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한석호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4.04 00:05
  • 수정 2020.08.07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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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전태일 #전태일재단 #전태일50주기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해입니다. 달리 말해, 한국 사회가 ‘노동자의 권리’에 눈 뜬지 50년 된 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전태일 열사에게 빚 지지 않은 시민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동계는 말할 것도 없겠죠.

전태일 정신 알리기에 앞장서온 전태일재단이 4월 말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를 출범합니다. 전태일50주기 사업들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비록 코로나19 양상에 따라 그 형식은 변할지 몰라도, 전태일재단은 올해 적극적으로 전태일 정신을 알릴 계획이라 전했습니다.

전태일50주기 사업을 알리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파서, 한석호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은 한석호 위원장은 전태일 정신을 얘기할 때쯤, 그곳이 공공장소라는 걸 잊은 듯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석호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 ⓒ 한석호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
한석호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 ⓒ 한석호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

전태일50주기 사업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태일재단 상근자니까 하하.

‘전태일 50주기 으뜸 구호 시민공모’를 진행했는데, 전태일재단은 왜 이 사업을 기획했나요?

더 많은 노동자, 시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바랐어요. 노동자와 시민들이 전태일50주기에 함께 참여하도록 으뜸 구호 공모를 했죠. 그래서 온라인 시민 투표도 한 거고. 노동자, 시민이 직접 참여하면 전태일 정신 알리기가 더 의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700여 개 구호가 모였고, 15개로 추려 온라인 투표를 반영해 으뜸 구호를 선정할 거예요. 

전태일50주기 활동과 사업은 또 뭐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전태일50주기 범국민 행사위원회가 할 일인데, 첫 번째 사업은 근로기준법 캠페인. 노동자나 문화예술계나 각계각층이 전태일 다리에서 근로기준법 캠페인을 할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후퇴시키려는 흐름이 있잖아요. 그래서 후퇴하면 안 된다는 내용,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자는 내용, 그다음에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은 캠페인을 5월부터 계속 진행을 할 거예요.

더불어 ‘태일이’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니까, 전태일 정신이 세대를 뛰어넘어 사회에 널리 퍼지도록 '태일이' 관람운동을 할 겁니다. 남녀노소 가족들이 손잡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야죠. 그다음에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국제 학술제를 11월에 열 계획이에요. 또 문화제 등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태일이’ 빨리 보고 싶은데, 개봉일이 언제인가요?

아마 12월 말부터 시사회를 진행하고, 개봉은 겨울방학에 맞춰서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근데 그것도 코로나19가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죠.

말씀하셨듯이, 코로나19로 총회가 취소되는 등 사업일정에 차질을 빚었어요. 다른 전태일50주기 활동‧사업 계획에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들이 모이는 행사는 저희가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온라인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생각이고요.

근데 그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문제들, 일방적인 해고처럼 소외된 노동자나 약자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환기를 시키고, 그들에 초점을 맞추는 코로나19 대응이 필요하다는 캠페인을 많이 하려고 해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 계획이 변경된 것 같아요.

일단 50주기 사업의 기조로 코로나19 대응 내용이 추가된 거고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대중 행사는 축소될 수 있죠. 재단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어요. 지금 한참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까.

전태일50주기 활동 및 사업의 핵심 철학이 있다면?

계획 중인 사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근로기준법 후퇴 저지 운동. 두 번째는 차별 철폐 운동. 비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 등 밑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다양한 이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자는 운동이요. 세 번째는 코로나19 위기극복 대응, 네 번째는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노조 조직화 분위기 형성 사업이에요. 노조 못 만드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노조 만들어야 한다는 걸 환기하는 운동이죠.

전태일 열사, 평화시장 화장실 옆에서 재단보조(우)와 함께 ⓒ전태일재단
전태일 열사, 평화시장 화장실 옆에서 재단보조(우)와 함께 ⓒ전태일재단

오랜 시간 전태일 정신을 알려왔는데, 지치지는 않나요?

지치지 않죠. 노동운동으로 지칠 때는 있었지만, 전태일로는 지치지 않아요. 전태일은 자기 목숨까지 바쳤는데... 지쳐지지가 않지. 전태일은 제 왼쪽 심장이에요. 83년에 전태일 평전인 ‘어느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접하면서 노동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제 삶의 항로를 노동운동, 말하자면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때 전태일을 제 왼쪽 심장에 새겼어요. 오른쪽 심장에는 5.18을 새겼고, 심장은 하나밖에 없지만. 그렇게 스스로 새겨 넣고 살아온 삶이기 때문에 전태일은 제 삶과 노동운동의 이유죠. 전태일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아 여기까지 달려온 거죠.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노동운동가들이 특히 기억했으면 싶은 전태일 정신은 뭘까요?

보통 전태일의 정신을 크게 3가지로 이야기해요. 하나는 조직하고 실천하는 정신, 불굴의 실천 정신이죠. 바보회나 삼동회 만들고, 신문사에 하소연해서 신문에 기사 실리도록 하고, 대자보 만들고, 설문조사도 하고, 집회도 하고 결국에는 분신했잖아요. 또 하나는 ‘풀빵 정신’이라 말하는 아름다운 나눔 정신. 차비로 여공들에게 풀빵 사주고, 자기는 12km 넘는 창동까지 걷고 뛰고 퇴근하던 그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고. 마지막 하나는 모범업체 정신. 자기 눈을 팔아서라도 모범 봉제작업장을 만들려고 했잖아요. 이 3가지를 50주기에는 다 얘기를 하려고 해요.

저는 그중에서도 ‘풀빵 정신’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싶어요. 지금 노동자들도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어 있잖아요. 정규직 등 중심부 노동자들이 주변부 노동자들의 손을 많이 잡아줬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게 전태일의 풀빵 정신이잖아요.

지금으로 비교하면 전태일은 정규직과 비슷해요. 그런데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미싱사와 시다를 위해 싸우다 죽었잖아요. 이 정신을 많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노동운동가만이 아니라, 다른 시민도 그걸 기억했으면 해요. ‘전태일은 손잡은 사람’이란 걸. 그 전태일 정신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