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노동자성’ 판단 끝,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
“택배노동자 ‘노동자성’ 판단 끝,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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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2017년 1월, 택배노동자들이 최초로 전국단위 산별노조인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택배연대노조는 시작처럼 첫 역사들을 써 내려갔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최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 필증을 받았고 법원에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았다. 우체국택배와는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으며 택배산업을 양성화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법’을 이슈로 띄우기도 했다. 첫 역사들은 모두 파업, 농성, 삭발, 기자회견, 청와대 국민청원 등 택배노동자들의 쉴 틈 없는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정신없이 달려온 과정이었다”고 지난 3년을 기억하는 김태완(50·사진) 위원장은 택배연대노조 2기 위원장으로 4월 4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택배연대노조의 시작을 함께했고 두 번째 걸음도 막 뗀 김태완 위원장을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태완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 판단은 끝났다. 이제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라며 “올해부터는 실질적으로 택배사와 교섭을 해나가는 과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택배노조 출범 이후 "정신없이 달려온" 김태완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 판단 끝났다. 이제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라며 “올해부터는 실질적으로 택배사와 교섭을 해나가는 과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2017년 택배노조 출범 이후 "정신없이 달려온" 김태완 위원장은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 판단 끝났다. 이제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라며 “올해부터는 실질적으로 택배사와 교섭을 해나가는 과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택배연대노조 출범 3년,
“정신없이 달려왔다”

- 택배연대노조 출범 3년이 지났다. 소회 먼저 묻고 싶다.
정신없이 달려온 과정이었다. 택배노동자들의 권리를 함께 찾아보자고 노동조합에 오는 사람마다 해고를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해고부터 막고 싸우는 과정이었기에 대단히 절박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 내내 투쟁해온 택배연대노조의 성과를 꼽자면? 
현장투쟁뿐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도 바꿔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사실 시작 단계부터 큰 방향을 잡고 가지 않으면 매번 현장에서 싸움만 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고민 끝에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변화가 같이 필요하다고 봤다. ‘노동3권 보장’과 ‘택배법’이다. 먼저 노동3권이 보장되는 ‘법내노조’가 되어야 법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풀어나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다음은 '택배법'을 만들어서 택배산업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법적 지위를 정리하고 ‘룰’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 두 가지 변화를 위해 힘쓰면서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재벌독점 등 사회 문제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함께했다.

- 반면 아쉬운 지점은?  
원래 정신없이 살면 성과가 뭔지도 아쉬운 게 뭔지도 잘 모르지 않나?(웃음) 굳이 이야기하자면 CJ대한통운과 교섭이 아직까지 일단락되지 않은 점, 택배법이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갔다가 계류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택배노동자 '노동자성' 판단 끝났다
이제 중요한 건 '사용자성' 문제 

- '노동3권'부터 보면, 택배노동자들은 정부와 법원으로부터 노동3권을 가진 '노동자가 맞다'고 인정받았지만 현장에서는 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택배산업은 ‘원청(택배회사)-하청(대리점)-재하청(택배기사)’이 기본 구조다. 산업을 주도하는 주체는 CJ대한통운 등 재벌이고 현장에서 나름 권력을 행사하는 이는 대리점 소사장들이다. 그런데 소사장들은 경영 마인드나 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게다가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법적 처벌이 약하고 더 두고 보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서로 눈치 보면서 법을 지키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정부가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내준 건 상당한 진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으려면 정부가 사용자들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판단이 끝났다. 이제 중요한 건 택배산업에서 중요한 원청성, '사용자성' 문제다. 누가 진짜 사장이냐는 거다. 사법부는 계약관계 중심이 아닌 실질적 사용자성을 보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고 있다. 이 내용에 대해 정부, 노동위원회 등이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사용자성’을 가진 주체는 대리점이 아닌 택배회사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택배노동자들은 대리점 소장과 계약했지만 대리점에 택배단가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원청인 택배회사가 정한 수수료 체계 안에서만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물량은 증가하고 노동강도는 세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대리점에는 1% 범위에서밖에 요구할 수 없다. 나머지 99%는 택배회사가 정리해야 하는 문제인 거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의 노동3권 실현 문제는 원청과 노사교섭이 이루어지느냐가 하나의 징표가 될 거라고 본다. 

- 생활물류법, 이른바 택배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원인은 뭐라고 보나? 
두 가지다. 우선 CJ대한통운 등 재벌문제다. 택배물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은 생물법이 통과되면 불이익이라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생활물류법은 택배회사에도 사실 이득이다. 터미널 부지 확보, 작업환경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한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여러 규제가 풀리는 측면이 있어서다. 그래서 본인들도 찬성하고 택배산업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교섭을 앞두고 있으니까 노동조합에 유리할 거라고 보고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생활물류법을 근거로 노동조합에서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더 강력하게 주장할 거라고 예상한 거다. 재벌대기업이, 해당 산업의 반을 점유하고 있는 주체가 반대하니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의견 조율 의지가 없었다. 법안 공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은 CJ대한통운이 해온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심지어 몇몇 의원은 법안심사소위가 열리면 무조건 반대할 거니까 회의 열 생각도 하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수정하고 보완해서 조율하는 일이 정치인의 몫이다. CJ대한통운이 반대한다면 노동자들이 뭘 양보하면 되는지, 최소한 이 정도라도 오고가도록 해야 하는데 그냥 CJ대한통운의 주장을 받아서 '무조건 반대‘로 가버린 거다.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이런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 계기였다. 

- 그럼 21대 국회에서 생물법 통과를 위해 택배연대노조는 어떤 노력할 계획인가?
우리의 이해관계는 달라지는 게 없다. 내용은 그대로 갈 계획이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CJ대한통운과 교섭을 마무리해 이를 바탕으로 노사가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생활물류법을 다시 출발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급증한 물량 
"이대로는 진짜 사고난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택배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사재기 현상이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주문하면 다 배달해주는 택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택배물량이 최근 30~40% 정도 증가했다. 사실 2월 첫 달은 택배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신이 났다. 월 평균 50~100만 원 정도 수입이 늘었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다. 평소보다 두세 배 더 일할 수 없다. 피로도는 물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한두 시간 추가로 일하면 엄청나게 힘들어진다. 몸이 회복이 안 되니까. 이 단계가 3월부터 들어섰다. 3월에 쿠팡 배송노동자의 사망사고 역시 과로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남의 일이 아니다.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배송물품 분류 인력이라도 투입돼야 한다.  

- 코로나19는 장기화할 거란 전망인데.
이대로는 진짜 사고 나는 거다. 배송물량을 300개 이상, 400개까지도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일을 오래 못한다. 어쨌든 그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관절부터 몸이 다 망가진다. 그러지 않으려면 250~300개 사이로 물량을 조정해야 한다. 노동강도 문제 외에도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이 자가격리할 경우 생계 보장이 강화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전파 가능성이 높은 택배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유로 숨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교섭이 곧 조직화 전략"

- 코로나19 외에 택배연대노조가 주목하고 있는 현안은? 
우체국택배와 CJ대한통운 교섭이다. 우체국택배는 올해 6월 재계약을 앞두고 임금교섭이 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소포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수수료 체계를 민간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을 이야기했다. 사실상 월 소득 60~80만 원이 줄어드는 수수료 삭감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거다. 

- 우체국택배가 민간 택배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것이 어떤 의미?
물량 한 개당 받았던 정액 수수료 체계를 급지 유형별 차등 수수료제로 개편한다는 뜻이다. 기존에 우체국택배는 2년마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조금씩이라도 수수료를 올려왔다. 반면 민간 택배는 인구분포·배달난이도에 따라 권역별 등급을 매겨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복잡한 급지표가 있다. 수수료 인상이 어렵다. 이를 이유로 택배회사는 '택배산업이 해마다 10%씩 성장하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난 만큼 소득이 증가 된다'며 수수료 인상을 회피하고 있다. 계속 택배노동자의 노동강도만 늘어나는 구조인데, 우체국택배도 이렇게 가겠다는 거다. 이런 안은 받을 수가 없다.

- CJ대한통운과 교섭은? 
CJ대한통운이 행정소송에서도 계속 지면서 노동조합과 교섭을 피하기 어려운 가운데 몇몇 대리점이 교섭 요구에 응하고 있다. 그런데 대리점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성실하게 협의하며 서로 이해관계를 따지려는 데는 관심이 없다. 교섭 요구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노동조합이 해왔던 쟁의행위를 일단 중단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던 거다. 이런 상태다. 추석까지는 이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 사실 5만 택배노동자 중 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은 3,500여 명으로 조직률이 약 7% 정도다. 대표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는데.
수적으로는 2기에 조합원 1만 명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 올해 목표는 조합원 5,000명 조직이다. 

- 그럼 조직화 전략은? 
교섭이 곧 조직화 전략이다. 교섭을 시작하면 노동조합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진다. 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안정을 이룰 수 있으니까. 우체국택배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년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 조직률이 60%까지 올라갔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조직률이 7%가 조금 넘는데, 교섭이 이뤄지면 적어도 20%까지는 오를 거라고 본다. 다른 택배사들도 같이 가려는 흐름이 만들어질 테고. 

 

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은 임기를 마친 뒤엔 "택배노동자들의 '절친'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은 임기를 마친 뒤엔 "택배노동자들의 '절친'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전국에 생긴 절친들, 
친구 같은 위원장으로 남고 싶다"

- 택배연대노조의 앞으로 3년, 목표는? 
올해가 대단히 중요하다. 2기의 새로운 출발이라기보다 지난 3년을 거쳐오면서 나름대로 고용안정을 실현하고 원청과 일정한 교섭국면을 만들었으며 택배법도 이슈로 떠올랐다. 이젠 올해부터 교섭을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 CJ대한통운뿐 아니라 우체국택배 같은 경우는 사측이 완전히 후퇴안을 들고 왔는데도 교섭이 잘 안 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노동조합을 왜 해야 하나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두 교섭을 기반으로 택배법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려 한다. 

- 3년 안에 이루지 못하더라도 위원장이 그리는 택배연대노조의 미래는? 
미래를 생각하기도 전에 처음 시작할 땐 그냥 일이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지금도 간부들끼리 이야기한다. 내가 택배를 그만두지 않을 거면 반드시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굳이 꿈이라면 이런 거다. 나도 임기가 끝나면 이제 50대 중반이고, 그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보면 환갑이 온다. 택배기사들이 주로 40~50대인데 같은 고민을 한다. ‘저녁에 조금 일찍 퇴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일할 수 있는 나이까지 최대한 일하고 안정적 경제생활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택배연대노조가 그리는 미래도 이와 같다.

- 마지막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택배노동자들에게 어떤 위원장으로 남고 싶나? 
3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택배현장은 어디나 똑같다는 동질감을 많이 느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 처음 시작할 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전국 곳곳에 절친들이 생긴 셈이다. 나도 이들에게 임기가 끝나고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위원장으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