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도 노동하는 노동자는?
'노동절'에도 노동하는 노동자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4.30 16:09
  • 수정 2020.05.0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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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아니면 원칙적으로 못 쉬어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노동자를 위한 날이지만 모든 노동자가 쉴 수는 없다. 노동절은 '법정공휴일'이 아닌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 즉 '법정휴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만 임금을 받으며 쉴 수 있다. 단, 노동절 출근이 불법은 아니다. 연중무휴인 면세점 판매서비스노동자 등 노동절에도 일하는 이들은 휴일수당 또는 대체휴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등으로 보호받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쉬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이 그렇다. 택배연대노조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택배노동자들은 달력에 빨간날 말고는 못 쉰다"며 "노동절에도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우체국 집배원들은 어떨까? 우체국의 경우 창구업무는 정상 운영되지만 일반·특수우편물 수집 및 배송 업무는 중단된다. 이는 집배원들이 이번 노동절에 쉬게 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집배원들은 노동절에 정상근무를 해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28일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휴무'로 근로자의 날 복무지침을 확정했다"며 "130주년 노동절을 맞아 뜻깊은 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1일 통상우편물 및 당일특급 배달이 중지된다. 

다만 우체국 소포우편물은 정상 배달된다. 소포우편물은 우체국 위탁배달 노동자들이 맡고 있는데, 이들은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계약을 맺고 택배 물량을 위탁받아 배달하며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위탁배달 노동자들이 속한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윤중현 본부장은 "우리에게도 우정사업본부에서 노동절 휴무를 제안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중현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빨간날'인 목요일 석가탄신일(4/30), 금요일 노동절(5/1) 연속으로 쉴 경우 토요일에 물량이 몰리고, 토요일은 집배원도 쉬는 날이라 위탁배달 노동자들이 당일에 모든 물량을 처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중현 본부장은 "그래서 토요일 물량의 일부를 월요일로 넘기는 것이 가능한지 사측에 물었지만 불가능하다고 답변이 왔다"며 우체국 위탁배달 노동자들이 노동절에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무원도 쉬지 못한다. 지난 28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은 성명을 내고 "모든 노동자가 보편적 권리로써 누릴 수 있도록 요구하고 투쟁한 것이 바로 노동절의 역사에 담긴 투쟁과 연대의 정신"이라며 공무원도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외에 노동절에 시중 은행을 비롯한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모두 문을 닫는다. 주식시장도 휴장하기에 해당 노동자들은 쉰다. 공공성이 높은 대학병원, 종합병원은 외래진료는 휴무이고 응급실만 정상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건의료산업노조 안태진 정책부장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늘 있고, 근무표도 365일 돌아가니까 쉬는 노동자도 있고 안 쉬는 노동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개인 병원이나 약국 등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한편 근로기준법의 예외인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을 조직하는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의 정진우 집행위원장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지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근로기준법을 현실적으로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절에도 노동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기념일인 노동절조차 제대로 기념하지 못하고, 쉴 수 없는 현실이 2020년 노동절에 가장 주목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