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고공농성 일주일 만에 땅으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고공농성 일주일 만에 땅으로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6.03 16:10
  • 수정 2020.06.0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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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엔지, 다른 하청업체에 수평이동 고용보장
잇따른 하청업체 ‘기획’ 폐업-하청노동자 대량 해고 막아야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난 28일 새벽 1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인 소망이엔지의 폐업에 반발하여 50m 철탑에 오른 강병재 노동자가 3일 오전 8시 고공농성을 해제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지 일주일만이다.

고공농성 해제 배경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조선협력사협의회는 소망이엔지 폐업으로 해고 위험에 처한 노동자 중 강병재 노동자를 포함한 9명을 다른 하청업체로 수평이동하여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면서, “소망이엔지 이세종 대표는 기성금 양도양수 등을 통해 하청노동자 체불임금 및 국민연금 체납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지기로 했다”고 고공농성 해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병재 노동자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소망이엔지에서 일하고 있다. 소망이엔지가 5월 30일부로 폐업을 예고하자 강병재 노동자는 28일 새벽 1시경 대우조선해양 1도크 서편 도크게이트 50m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폐업의 부당함을 알리고, 고용승계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지회에 따르면, 소망이엔지가 폐업을 선언한 이유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인 결정 때문이다. 지회는 지난해 소망이엔지 대표로부터 ‘원청이 2도크 전기의장 3개 업체 중 한 곳을 줄이려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어, 지난 4월 15일 노사협의회에서는 ‘원청의 심사 결과 소망이엔지가 폐업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강병재 노동자의 고공농성 결과, 소망이엔지 소속 물량팀 노동자 9명의 고용이 추가로 보장됐다. 그러나 소망이엔지 폐업 이후 노동자 60여 명 중 2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해고 상태에 이르렀다. 9명이 추가로 고용을 보장받았다고 해도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이 소리소문없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고공농성을 마친 강병재 노동자. 강병재 노동자는 2011년 88일 송전탑 고공농성과 2015년 4월 크레인 고공농성에 이어 세 번째 고공농성을 단행했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하청업체 기획폐업, 6월말 또다시 재연?

지회는 “희망이엔지 폐업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에 의한 하청업체 기획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의 시작"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하청업체가 폐업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회가 하청노동자의 대량 ‘해고’를 예상하는 시점은 올 6월 말이다. 6월말이면 대우조선해양이 맡고 있는 TCO프로젝트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TCO프로젝트는 대우조선해양이 TCO(Tengizchevroil)와 2014년 체결한 계약으로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에 쓰이는 육상 원유생산플랜트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2018년 5월 첫 인도를 시작으로 2020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총 81개의 원유생산플랜트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회의 예측은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는 오는 6월말~7월초에 맞춰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관련 10개 사내하청업체를 폐업한다는 것이다.

2016년 조선업 대량해고, 교훈 못 얻었나?

이와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기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6~2017년 조선업 대량 해고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해양플랜트 수주 악화를 통해 한국 조선산업의 과잉투자가 드러났다. 당시 조선업계는 2016~2017년 두 해 동안 설비축소 및 인력 감축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했다.

당시 조선업 전체 고용 규모는 2015년 직고용 66,151명, 사내하청 130,516명에서 2017년 직고용 48,436명, 사내하청 61,465명으로 감소했다. 하청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이후 조선업 경기 회복기가 되자 조선업계는 숙련인력 부족 등으로 '손쉬운 인력 구조조정의 부메랑'을 맞았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에 왔을 때 앞으로 매출 10조, 정규직 1만 명, 하청 노동자 2만 명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익을 내면서 운영되려면 그 정도의 인력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해고 바람이 불면 현재 1만 6,000명 정도에서 1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5,000명에서 1만 명가량 고용을 다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경기라고 할지라도 이후 찾아올 조선업 회복기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고용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덧붙여 이김춘택 전략조직부장은 “조선업 하청업체는 인력공급업체와 마찬가지다. 비용을 들여서 고용을 유지할 필요성이 다른 중소기업과 달리 없다"면서, "정부의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부담해야하는 10%의 비용을 원청이 부담하게 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강병재 노동자 고공농성의 뜻을 이어받고, 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의 원하청 연대를 더욱 튼튼하게 하여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 대량해고에 맞서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하청업체 폐업과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중단 ▲코로나19로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 마련 ▲대우조선해양 매각 철회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