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믿고 내려왔는데 ... 소망이엔지, 고공농성 합의 불이행
약속 믿고 내려왔는데 ... 소망이엔지, 고공농성 합의 불이행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6.08 17:42
  • 수정 2020.06.0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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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망이엔지, 5월 기성금 전액 양도 합의 불이행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기성금에 대우조선해양 기획폐업 관련 의혹 담겨 있을 것"
6월 8일 낮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이세종 소망이엔지 대표는 고공농성 합의를 지켜라’ 기자회견 현장. ⓒ 금속노조 거통고지회

지난 6월 4일, 고공농성 중이던 조선업체 하청노동자 강병재 씨가 1주일 만에 땅을 밟았다. 강병재 씨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인 소망이엔지가 ▲해고위기 하청노동자 추가 고용승계 ▲기성금 및 공탁금 양수양도를 통한 체불임금 및 국민연금 체불액 최소화 등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공농성 해제 다음날 소망이엔지는 “기성금을 전부 양도할 수 없다”면서 돌연 합의를 무르고 나섰다. 이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소망이엔지를 규탄하며, 기성금과 대우조선해양의 기획폐업이 연관돼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는 6월 8일 낮 11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세종 소망이엔지 대표는 고공농성 합의를 지켜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업체 폐업하면,
체불임금은 누가 보장하나

지난 6월 4일 강병재 노동자 고공농성 합의의 최대 쟁점은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최소화였다. 고공농성 해제 이후 소망이엔지는 체불임금 최소화에 관한 합의를 불이행하고 있다.

현재 소망이엔지는 노동자 체불임금과 4대 보험 지급액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노동자 체불임금으로 2억 8,000만 원, 국민연금 1억 5300만 원(7개월 분), 건강보험 및 산재보험으로 10여 억 원(60개월 치)이 체불돼있다. 모두 합쳐 약 14억 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폐업을 앞두자 소망이엔지 소속 노동자들은 졸지에 급여를 받지 못할 위험에 처했다. 소망이엔지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5월 기성금을 받더라도 국민연금공단이 가압류를 걸어 노동자 체불임금에 먼저 돈이 지급되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에 강병재 씨는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는 기성금과 공탁금을 소망이엔지가 바로 받지 말고 다른 계좌를 통해 받기를 주장했다. 또한 해당 금액은 노동자 체불임금 및 체불 보험액 지급으로 우선적으로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기성금 및 공탁금의 사용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병재 씨와 이세종 소망이엔지 대표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합의에 이르렀지만 고공농성 해제 이후 이세종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지급받는 5월 기성금 중 일부금액만 양수양도할 것이라며 합의 이행을 거부했다. 

왜 소망이엔지는
합의 뒤집었나?

이세종 대표의 합의 번복에 지회는 강력하게 규탄했다. 지회는 “소망이엔지는 기성금을 전액 노동자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쓰겠다고 하면서도 기성금 전액 양도양수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소망이엔지 폐업이 원청 대우조선해양의 방침에 따른 기획폐업인 만큼 대우조선해양과 이세종 대표 사이의 모종의 뒷거래가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이세종 대표가 이야기한 것보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을 기성금 규모가 많은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면서, “기성금을 전부 양도하게 되면 꼼짝없이 체불임금 지급에 쓰일 수밖에 없다. 이세종 대표가 운신할 수 있는 자금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회에 따르면, 이세종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지급받을 기성금과 공탁금 총액을 약 4억 1,000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덧붙여 이김춘택 전략조직부장은 “소망이엔지의 업체 폐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의한 기획 폐업이다. 이세종 대표도 쫓겨나는 것”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과 이세종 대표가 모종의 합의를 통해 기성금을 더 챙겨 받기로 했을 수 있다. 오는 6월 10일이 기성금 지급일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업체폐업 및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중단 ▲소망이엔지 기성금과 공탁금 내역 투명 공개 ▲소망이엔지의 고공농성 합의 준수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