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로켓은 사람 잡는 미사일 로켓"
"쿠팡의 로켓은 사람 잡는 미사일 로켓"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08 21:08
  • 수정 2020.07.08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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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노동자들, 겹겹이 쌓여있는 쿠팡의 노동 착취 실태 고발
"쿠팡 사태로 물류 노동자의 미래 대비해야"

부천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 이후, 쿠팡이 '재난의 불평등'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물류센터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알리지 않아 집단 감염을 발생시켰다는 의혹 때문이다. 현재 쿠팡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쿠팡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은 인천 학원 강사의 거짓말 때문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에 '쿠팡이 노동 착취를 일삼았다'는 노동자들의 증언대회가 열렸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랙기업 쿠팡, 코로나19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증언대회에 모인 쿠팡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겪은 문제점을 밝혔다. 노동자들이 밝힌 다양한 사연에는 '쿠팡이 안전 없는 일터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8일 열린 '블랙기업 쿠팡, 코로나19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증언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sybaik@laborplus.co.kr
8일 열린 '블랙기업 쿠팡, 코로나19 피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증언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sybaik@laborplus.co.kr

"최저시급에 나와 가족의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계약한 적 없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폐쇄적인 작업장, 밀집 상태에서 근무, 수백 명이 동시에 이용하는 식당, 화장실 부족으로 다수 인원이 몰린 점 등을 지적하며 "기본적인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는 쿠팡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한 노동자는 "작업장에는 항상 하얗게 먼지가 껴있다. 청소도 안 하고 일을 시킨 거다.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잘못한 게 없는데 벌을 받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감염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2차 감염에 따른 어려움도 호소했다. 최 아무개 씨는 자신으로 인해서 고령의 동거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증언했다. 현재 최 씨의 동거인은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상태가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최 씨는 "동거인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강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인 전 아무개 씨의 남편과 딸도 전 씨를 통해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현재 전 씨의 남편은 의식이 없고 기도삽관으로 호흡을 대체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를 다 했으니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고 통보한 상태다. 전 씨는 "쿠팡은 '국가적 재난이고 방역지침을 따랐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가 152명이나 나왔는데 사과 한 마디가 없다"며 쿠팡을 비판했다. 이어서 "최저시급에 노동력을 제공한 거지, 나와 가족의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계약한 적은 없다"고 얘기했다.

격리조치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증언도 상당수였다. 계약직인 최 아무개 씨는 쿠팡 퇴사 후 콜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으나, 격리조치로 인해서 취업이 취소됐다. 서 아무개 씨는 초중고 학습학원을 운영해오고 있었으나, 확진 사실이 학무모와 학원생들에게 알려져 현재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염자인 전 아무개 씨는 딸도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며 취업면접이 취소됐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몰려드는 택배물량, 비정규직 쿠팡맨은 쉴 수 없다."

배달 노동자인 쿠팡맨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상거래 급증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쿠팡을 상징하는 로켓배송은 익일 배송이 원칙이다. 쿠팡맨은 '더 많이,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 휴식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설문조사 결과,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휴식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지부는 현재 쿠팡맨이 9,000여 명이며, 이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75%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2016년 기준 비정규직 쿠팡맨이 약 71%인 것을 고려한 추산이다. 상당수 쿠팡맨이 휴식 없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중 계약직 노동자는 재계약까지 총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를 얻는다. 실적 등을 감안한 평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해지가 결정된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회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계약직 쿠팡맨은 재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휴식시간을 사용하는데 눈치를 본다"고 분석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쿠팡은 90% 이상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배송 기사 중 정규직 비율은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노동강도가 매우 강해서 계약직 2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이더는 배달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비에 젖은 도로를 질주한다."

쿠팡이츠 배달원은 시간의 압박으로 안전을 위협받았던 현실을 고발했다. 쿠팡이츠는 음식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2019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처럼 쿠팡이츠도 '로켓'을 내세워 빠른 배달을 강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 쿠팡이츠 홈페이지
ⓒ 쿠팡이츠 홈페이지

쿠팡이츠는 배달원 평가 시스템을 도입, 시행 중이다. 평점이 낮은 배달원은 업무위탁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5월까지만 해도 매장도착시간, 고객도착시간을 배달원 평가에 반영했으나,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불만이 증가하면서 평가항목에서 제외했다. 쿠팡이츠 배달원인 김영빈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현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쿠팡이츠 애플리케이션이 매장도착시간, 고객도착시간을 정했다"며 "비가 내린 날에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차 간 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영빈 씨는 이어서 배달원의 안전을 보장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빈 씨는 쿠팡이츠의 평점제도가 배달원의 사고를 유발할 정도로 시간을 제한한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정도로 시간을 적게 배정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사례가 없고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어 쿠팡에 과태료 부과라는 불이익한 처분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확정되지 않는 현시점에서 동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로켓 성장 쿠팡'의 연료는 노동착취"

장귀연 소장은 "쿠팡의 로켓은 사람 잡는 미사일을 탑재한 로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건 결국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소비자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는 매출액 1위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직원 7명으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고용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강화를 경영전략으로 삼기 때문이다. 쿠팡의 1분기 시장 점유율은 업계 1위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온라인을 통한 주문과 비대면 소비시장이 증가하면 할수록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분류하고 이를 배송할 물류센터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은 물류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노동환경을 결정하게 될 매우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들은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해 산재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