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 중 을(乙), 보훈섬김이는 누가 지켜주나요?
을(乙) 중 을(乙), 보훈섬김이는 누가 지켜주나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8.03 18:54
  • 수정 2020.08.0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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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대상자의 갑질과 성희롱에 시달리는데… 지방청은 묵묵부답
전권 지방청에 있어 지방마다 다른 노동환경… 국가보훈처로 일원화해야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앞에서 한진미 국가보훈처공무직노조 위원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앞에서 한진미 국가보훈처공무직노조 위원장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국가보훈처의 이동보훈복지사업(BOVIS, 보비스) 수행을 담당하는 보훈섬김이의 노동환경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된 내용이지만, 현장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훈섬김이는 보훈섬김이의 채용 및 노동조건의 권한이 각 지방보훈청에 있어 일원화된 관리와 현장의 변화 체감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성희롱, 폭언, 과도한 노동 피해 호소하는데,
“공무직 노동자간 갈등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니?

지난 30일, 한국노총 공공연맹 국가보훈처공무직노동조합(위원장 한진미, 이하 노조)은 서울지방보훈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근 대전지방보훈청 소속 조합원이 보비스사업 서비스 대상자로부터 성희롱, 업무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노동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고용 책임자인 대전지방보훈청에서 노동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6월, 대전지방보훈청과 국가보훈처에서 보비스사업을 담당하는 복지증진국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대전지방보훈청 소속 보훈섬김이와 보훈복지사 사이의 갈등 및 서비스대상자와의 문제 사례가 포함돼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 복지증진국에서는 “대전지방보훈청과 면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했고, 대전지방보훈청은 “보훈복지사와 보훈섬김이간의 갈등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재차 “고용 책임자인 대전지방보훈청의 관리가 부재하다”는 내용의 면담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대전지방보훈청은 “공무직 화합을 위한 보훈복지사와 보훈섬김이가 함께 하는 간담회를 주최하겠다”고 답했다.

노조는 “수차례 서비스에 주의가 필요한 이용대상자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지만 지침에 있는 내용을 대전지방보훈청이 지키지 않았다”며 “이 사안을 노노갈등으로 축소한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2020년 1월에 만들어진 ‘2020년도 이동보훈복지사업(BOVIS) 지침’에 따르면, 이용대상자 1명 당 보훈섬김이 1명이 배정되지만 보훈섬김이의 업무량이 많거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서비스에 주의가 필요한 이용대상자의 경우 보훈섬김이가 2명 이상 배정될 수 있다.

문제는 각 지방보훈청에 있는 전권,
국가보훈처로 일원화해야

현재 보비스 사업은 각 지방보훈청이 이용대상자의 신청을 받아서 관리한다. 보비스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인력 역시 각 지방보훈청이 채용한다. 전권을 지방보훈청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노동환경이 다르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지난 2018년부터 경기북부지방보훈청에 폭언, 성희롱 등 이용대상자로부터 보훈섬김이를 구제할 방안 마련을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경기북부지방보훈청은 이를 거부하면서 보훈섬김이 보호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서는 사용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용주의 의무 중에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 개선”의 의무가 있다. 노조는 “지방보훈청장의 성향에 따라 노동환경이 결정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사용주의 의무가 지방보훈청장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건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비스 사업에 대한 전권이 국가보훈처로 일원화돼야 한다”며 “국가보훈처 내 담당부서인 복지증진국에서 아무리 지침을 만들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도 권한이 각 지방보훈청에 있다면 보훈섬김이의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가보훈처, “지방보훈청의 지침 이행 점검 강화하겠다”

국가보훈처는 “이동보훈복지사업 지침에 따르면 보훈섬김이에 대한 채용 및 복무 등 인사관리 전반의 책임과 권한은 지방보훈청에 있다”며 노조의 면담 요청에 대해 대전지방보훈청과의 면담이 우선이라고 답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보비스 사업을 국가보훈처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각 지방보훈청에서 대상자 수요에 따라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보훈섬김이를 채용하고 있고, 결원 등 발생 시에도 지방보훈청장이 재량을 가지고 있어야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보훈섬김이에 대한 인사권은 각 지방보훈청장에게 있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가보훈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사용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유형을 개발하고 코로나19 관련해 서비스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보훈섬김이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폭언,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이나 부당한 요구를 하는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중지를 명시한 개정된 이동보훈복지사업 지침을 각 지방보훈청이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