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뚝섬유원지는 시민맞이 장마복구에 '구슬땀'
한강뚝섬유원지는 시민맞이 장마복구에 '구슬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14 08:03
  • 수정 2020.08.1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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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 54일로 역대 최장 기록 경신 중
​​​​​​​한강공원은 복구에 여념 … 공무직 노동자의 ‘구슬땀’
8월 12일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뚝섬유원지. 아직 강물이 빠지지 않았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윤흥길의 소설, 《장마》의 마지막 문장처럼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의 장마 시작일을 6월 24일로 봤다. 종료일은 8월 16일로 예상해 총 장마 기간은 5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드디어 끝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은 재해복구 작업으로 여념이 없다. 장마가 길었던 만큼 전국 곳곳 수해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울시민들의 쉼터, 한강공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여와혁신>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무직지부 한강사업소지회의 도움을 얻어 8월 12일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던 뚝섬유원지에 다녀왔다.

폭우로 떠내려온 부유물이 도로 한편에 정리돼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한강공원 책임지는 공무직 노동자들

오랜만에 햇볕이 보이는 날이었다. 하지만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때문에 햇볕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12일 오후 1시 30분,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진강익 한강사업소지회 지회장을 뚝섬유원지에서 만났다. 진강익 지회장은 한강공원에서 일한 지 13년 되는 베테랑 노동자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온 건 8년 만인 것 같아요. 수영장 있는 곳까지 물이 올라왔으니까요. 편의점도 다 폐쇄 했어요. 지금 뻘이 많이 차 있어요. 이게 다 떠내려온 거예요.”

진강익 서울지역공무직지부 한강사업소지회 지회장의 작업화. 진흙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장마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물은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산책로에는 아직도 강물로 가득했다. 뚝섬유원지는 복구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출입관문을 모두 통제해 방문객을 막았다.

한강사업본부에는 총 130여 명의 공무직 노동자가 11개 안내센터에 흩어져 일하고 있다. 한강공원의 수목과 조경을 담당하는 녹지사업부와 강물을 관리하는 환경수질과에 특히 많은 공무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수해복구 작업 최일선에서 힘을 쓰고 있다.

뚝섬안내센터에는 8명의 공무직 노동자를 비롯해 기간제 노동자 14명, 공공근로 노동자 11명이 일하고 있다. 뚝섬유원지는 광진교에서 중랑천교까지 11.5km에 걸쳐 있는데 33명이 이 모든 구역을 복구해야 하는 것이다.

부유물-뻘과의 싸움

비가 많이 오면 강물은 넘친다. 불어났던 강물은 비가 그치면서 서서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강물이 넘친 자리에는 그 위를 떠다녔던 ‘부유물’이 그대로 남는다. 더불어 장마기간 사이에 강물 밑에 쌓였던 토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현장 노동자들은 토사를 ‘뻘’이라고 통칭한다.

부유물의 양과 뻘의 두께는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강공원의 수해복구 작업의 핵심은 부유물과 뻘을 최대한 신속하게 치우는 것이다.

한강사업소 노동자가 수거한 부유물을 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장마 시작 초기의 부유물은 각종 비닐 등 쓰레기가 다수다. 서울 시내·도로 곳곳의 쓰레기가 한강에 흘러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말하는 부유물은 장마 초기 볼 수 있는 쓰레기를 지칭하지 않는다. 장마가 초기를 벗어나면 쓰레기보다는 나뭇가지, 지푸라기, 고사목, 스티로폼, 폐가전제품 등이 한강에 떠다니기 시작한다. 현장 노동자들이 지칭하는 부유물은 이러한 것들이다.

현장을 찾았을 때 노동자들은 한창 부유물 정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장마의 기록만큼이나 부유물들도 큼직했다.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도 심심찮게 보였고, ‘I·SEOUL·U’ 조형물의 일부도 제자리를 떠나 있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전동차를 타고 뚝섬유원지 곳곳에 너부러져 있는 부유물을 적당한 장소에 가져다둔다. 크기가 큰 고사목 같은 경우에는 손으로 가져갈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옮긴다. 이렇게 모인 부유물들은 이후 재활용센터로 옮겨 처리된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부유물 정리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뻘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자전거도로나 포장된 산책로에 쌓인 뻘은 장비를 사용해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가 드나들 수 없는 경사지나 사면지 같은 경우는 사람이 들어가 손수 뻘을 제거해야 한다.

현장에서 한창 작업을 하고 있던 안한진 한강사업소지회 사무장은 “아직 복구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서, “한강 가장 아래쪽 산책로에서 그 위 산책로 사이를 사면지라고 부른다. 경사진 곳이기에 사람이 직접 가서 부유물과 뻘을 치워야 한다. 그 작업이 진짜다. 도로 쪽은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산책로가 '뻘'로 가득하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최근에서야 장마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장마 시작 이후 비가 잠시 그치거나 약해질 때마다 한강공원에 나가 틈틈이 작업을 진행했다. 언뜻 생각하기에 장마가 완전히 끝나고 한 번에 치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듯 보였다.

하지만 안한진 사무장은 “한 번에 치우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치우는 게 낫다. 비가 모두 그쳤을 때 치우려고 하면 너무 많이 쌓여 있다”면서, “시간이 많이 지나면 뻘이 땅처럼 굳어져서 치우기 어렵다. 그러면 케이크 썰 듯이 썰어서 제거해야 한다. 엄청 무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다만 안한진 사무장은 “미끄러워서 위험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물이 차 있는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 치울 수 있는 곳만 치운다”면서, “일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 다치고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덧붙였다.

"이 정도 비는 처음이어서 모르겠어요"

뚝섬유원지의 재개장은 날씨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1차 목표는 8월 14일로 예정돼있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은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하지만 유난히도 심했던 이번 장마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까지는 예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대가 낮은 도로에는 여전히 강물이 빠지지 않았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일반적인 장마의 경우 완전한 수해복구까지는 보통 3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안한진 사무장은 “이번에는 역대급이다. 장마도 제일 길고 이렇게 많이 물을 방류하는 것도 처음 봤다. 곳곳에는 지금도 물이 안 빠졌다”면서, “이번에는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마가 끝난 후 한창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한강사업소 노동자들은 가장 궂은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진강익 지회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는 다만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할 뿐이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시원하면 시원한대로 맡겨진 일 묵묵히 하는 거죠. 덥다고 해서 안 할 것도 아니잖아요?”

진강익 지회장의 뒷모습.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