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없는 날' 휴가기간··· 택배기사 터미널서 숨진 채 발견
'택배없는 날' 휴가기간··· 택배기사 터미널서 숨진 채 발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8.19 18:51
  • 수정 2020.08.2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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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연대노조 "월 1만 개 배송하던 A씨 과로 추정 사망··· 코로나19 이후 노조가 파악한 과로사만 6건"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4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택배없는 날' 휴가기간에도 물류터미널에 출근한 택배노동자가 급성 심정지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위원장 김태완, 이하 택배연대노조)은 19일 보도자료를 내 경북 예천 지역에서 일하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A(46)씨가 16일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택배연대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택배없는 날 휴가기간이던 16일 일요일, 물류터미널에 출근해 주변 잡초제거 작업을 하다 심장이 멈춰 쓰러졌다. 쓰러진 A씨는 터미널에 사람이 거의 없어 한참 방치돼 119가 도착했을 땐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해졌다. A씨는 약 4년간 택배일을 했으며, 평소 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연대노조는 A씨의 죽음이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따른 과로사로 보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A씨가 월 1만 개가량 배송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비도심지역이라는 특성으로 CJ대한통운 물량 월 6,500개 정도 이외에도 롯데·한진택배 물량도 일부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택배노동자 한 명이 월 1만 개를 배송하려면 하루 평균 400개씩 택배상자를 날라야 한다. 특히 배송지 간 거리가 먼 비도심지역에서는 노동강도가 더 높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료들도 A씨가 아침부터 밤 10~11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A씨에겐 고용노동부 과로사 관련 기준으로 돼 있는 '12주 평균 주60시간' 초과노동이 일상인 셈이었다.

택배연대노조는 A씨가 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중 하나로 낮은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택배연대노조는 "A씨의 배송수수료는 다른 택배기사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낮은 600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들은 평균 700원대 배송 건별 수수료를 받는다.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CJ대한통운은 정해진 대로 대리점에 수수료를 주기 때문에 A씨가 속한 대리점이 다른 대리점들보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했다.

A씨를 비롯해 특히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과도한 물량에 시달리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지는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2일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재 승인을 받은 사망한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이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질환으로 숨졌다. 2012년 택배노동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택배연대노조가 올해 확인한 과로사 사례 6건은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택배연대노조는 7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함께하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를 지난달 28일 출범해 정부와 택배사에 각각 요구안을 전달한 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부 주도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상황이다. 

택배연대노조는 "또다시 발생한 A씨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정부와 택배사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측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점에서는 고인에게 정상적인 수수료를 지급해 왔으며, 휴일에 혼자 출근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 중에 있다"며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건강검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택배종사자 건강증진 프로그램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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