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올해 임금협상 ‘추석 전 타결’ 이루어질까
현대자동차 올해 임금협상 ‘추석 전 타결’ 이루어질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8.26 13:37
  • 수정 2020.08.26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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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13일부터 2020년 임금협상 돌입… ‘12만304원 인상’ 요구
시니어 촉탁 공정배치·전기차 전용 공장 등 별도요구안 제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교섭 키워드 ‘생존’과 ‘미래’… 고용안정에 방점
현대자동차 노사는 8월 13일 오후 1시 30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0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했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사는 8월 13일 오후 1시 30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0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위기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현대차 노사가 큰 잡음 없이 ‘추석 전 타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현대차 노사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0년 단체교섭 상견례를 가졌다. 매년 5월 전후로 열렸던 상견례는 코로나19 여파로 3개월가량 늦춰졌다. 예년보다 늦어졌음에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이상수)는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잡았다. 목표 시간까지는 약 한 달 반가량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올해는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해로, 현대차는 짝수 해에 임금협상을, 홀수 해에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협상을 함께 진행한다. 현대차지부의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은 12만304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이다. 이는 금속노조의 2020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따른 것으로, 같은 금속노조 소속이자 완성차업계에 있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와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도 같은 금액을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별도요구안으로는 ▲시니어 촉탁 공정배치 및 연장 확대 요구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 요구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집중근무 시간) 폐지 요구 ▲총고용 보장 및 부품사 상생방안 마련 요구 ▲자동차 복합비전센터(자동차 박물관 포함) 건립 요구 ▲성과금 요구(우리사주 포함 당기순이익의 30%) ▲직무전환 교육 및 교육센터 요구 ▲기본급 중심 임금제도 개선 요구 ▲코로나19 등 조합원 감염병 예방 관련 요구 등을 제출했다.

흔히 요구안이 공개되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무리한 요구’ 등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요구안은 요구안일 뿐이다. 일종의 협상전략이기도 하고, 상급단체의 방침에 따른 요구안을 내놓기도 한다. 따라서 요구안의 내용보다는 집행부가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올해 교섭을 전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눈에 띄는 부분은 시니어 촉탁제도 관련 요구안이다. 시니어 촉탁제도는 정년퇴직자를 단기 고용하는 제도로, 기아차에도 이와 비슷한 베테랑제도가 존재한다. 시니어 촉탁직은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지 않는 데다가 기존에 일했던 공정이 아닌 다른 공정에 배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현대차지부의 지적이다. 현대차지부는 “고령의 촉탁직들이 낯선 공정에 배치되어 작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촉탁직은 퇴직 당시 소속 그룹에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하게 이동이 필요할 경우 노사협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 요구와 총고용 보장은 자동차산업의 미래인 탈(脫)내연기관·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조합원 미래고용 및 고용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교섭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유지 및 발전방향 마련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요구 △E-GMP플랫폼·전기자동차 PE모듈·전장부품 쿨링모듈 생산 요구 △국내공장 생산량 연간 174만 대 유지 △해외공장 물량 U턴 등이 세부 내용이다. 다만, 이는 회사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끌어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완성차업계의 교섭 쟁점도 임금에서 고용안정으로 바뀌었다. 현대차지부 역시 올해 단체교섭 키워드를 ‘생존’과 ‘미래’로 선정하고 고용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교섭에서 임금이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교섭 요구안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정년연장도 보이지 않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연장은 앞서 설명한 조합원 미래고용 및 고용안정과도 일부 연결되는 문제이며, 이상수 지부장은 후보 시절 ‘국민연금과 연계한 실질적 정년연장’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올해 현대차 교섭에서 정년연장이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선 정년연장을 사측에서 받을 리 없고, 현대차지부 입장에서도 섣불리 요구안으로 제출했다가는 조합원에게 공수표를 날리는 게 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차지부는 소식지에서 ‘짧고 굵게’, ‘속전속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속도감 있는 교섭에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실리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지부장 집행부의 성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소모적인 교섭으로 인한 비용과 부담을 덜어줄 테니 줄건 주고 짧고 굵게 교섭을 마무리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섭 차수가 쌓여 해를 넘기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쟁의권을 행사하면 이는 사측에게도 비용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의 비용과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일종의 교섭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추석 전 타결과 무분규 타결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다만, 그 배경에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무역갈등이 있었다. 당시 한일 무역갈등에 대한 국민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현대차지부가 임금 문제로 ‘파업 카드’를 꺼내기엔 돌아올 후폭풍을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 따랐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그에 따른 국민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잡음 없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지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 정국에서 열리는 노사 교섭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세간의 눈과 귀가 현대차에 쏠려 있다”며 “현재 정세를 엄중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또한, “총 생산물량의 70%가 넘는 해외공장 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사측에 공세적 입장을 취하기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라며 “코로나19로 GM,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등 전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 우려가 커지자 27일 열리는 4차 교섭부터 ‘언택트(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3차 교섭까지는 노사 교섭위원 60여 명이 한 공간에서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4차 교섭부터는 울산공장 본관 중회의실, 울산공장 글로벌생기교육센터, 남양연구소 영상회의실 등으로 인원을 분산해 화상회의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