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금 동결’ 잠정합의 … 조합원 찬성 얻을까?
현대차 노사 ‘임금 동결’ 잠정합의 … 조합원 찬성 얻을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9.22 18:55
  • 수정 2020.09.22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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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 11년 만에 ‘임금 동결’, ‘40일’ 만에 교섭 끝
​​​​​​​조합원 선택에 관심 … 25일 찬반투표 ‘근소한 차이’ 예상
현대자동차 노사는 8월 13일 오후 1시 30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0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 현대자동차

한국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의 2020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쟁의는 없었다. 추석 전 타결이라는 목표도 이뤘다. 남은 것은 11년 만의 기본급 동결을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대차 노사는 8월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 임금교섭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최초 임금 인상 요구안은 정기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이다. 이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2020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따른 것이다. 기아차지부, 한국지엠지부도 동일하게 최초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 요구가 교섭을 거치면서 임금동결까지 내려간 것은 그만큼 올해 코로나19 변수와 향후 미래차 도입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올해 교섭의 키워드로 ‘미래’, ‘변화’, ‘생존’, ‘공존’ 네 가지를 꼽기도 했다.

40일 만에 잠정합의 도달

현대차 노사는 21일 13차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 호봉승급분 평균 2만 8,414원 인상 ▲경영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 10주+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시니어촉탁직 그룹 내 배치 ▲전기차 전용 공장 지속 논의 ▲총 고용보장 및 부품사 상생 방안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 예방안 등을 잠정합의했다. 22일 조합원 설명회를 거쳐서 25일 오전 6시부터 11시 30분까지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진행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번 합의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임금을 양보하는 대신 고용안정, 원하청 상생 등에 방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권오국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올해 교섭의 키워드인 미래, 변화, 생존, 공존에 맞춰서 진행했다”면서,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조합원에게 잠정합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민과 눈높이 맞추기, 둘째, 시니어촉탁제도 안정화와 미래차 도입 직무교육 등 고용보장, 셋째, 울산 북구지역 하청업체와 사회연대”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코로나19’, 열심히 일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팽팽하다. 잠정합의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쪽은 현대자동차의 영업실적을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작년과 올해 상반기 '흑자'를 봤다. 또한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올해초 발생했던 코로나19로 인한 부품 공급 차질을 극복하기 위해 특근에 나서기도 했다. 어려울 때 도움도 주고 회사 실적도 나쁜 편이 아닌데 기본급 동결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지부 현 집행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정국을 집행부는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은 성과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여론은 팽팽하다. 시간을 가지면 조금은 우호적으로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 대의원 A씨는 현장의 분위기를 ‘멘붕’, ‘자포자기’ 등으로 표현했다. A씨는 “교섭 결과에 대해서 불만이 아주 높다”면서, “울산공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돌아갔다. 연결재무제표 상 해외공장 실적이 포함되기 때문에 다소 떨어지는데, 국내공장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월등히 실적이 올랐다. 실적과 무관하게 조합원에게 돌아온 게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대의원 B씨는 “두 가지 감정이 상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실적이 안정적인데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마음과 코로나19 정국에서 어려운 사정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데 다행이라는 점”이라면서, “결론적으로 다들 조용한 편이다.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정합의 찬반투표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가결’?

다만 A씨는 가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A씨는 “최근 임금협상 경향을 보면, 잠정합의안이 1차 투표에서 부결이 되어서 2차 투표에 가봐야 요구안을 다 바꾸기보다는 금액적인 부분을 조금 올려주는 것에 그쳤다”면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조합원들이 가결을 선택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B씨 또한 가결을 점쳤다. B씨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비등비등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근소한 차이로 가결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