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은 반드시 기후위기 대응정책이어야 한다
그린뉴딜은 반드시 기후위기 대응정책이어야 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9.02 00:00
  • 수정 2020.09.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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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 | clear0709@greenkorea.org

 

이번 장마로 인해 강물이 불어난 뚝섬한강공원의 모습.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2020년 여름, 우리는 50여일 가까이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를 경험했다. 올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모두가 기록적인 ‘폭염’을 예상했지만 예상 밖의 ‘폭우’가 또 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기록적인 장마가 끝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 2차 대유행을 앞두고 있다. 연속되는 재난 앞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예전과 같은 재난이 아니다. 기후재난이고, 점점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대비 1도 상승했다. 이는 1만년 동안 약 5도 상승한 지구의 속도에 비해 20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지난 2018년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IPCC(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구의 기온이 0.5도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일어날 것이고, 인류가 사회·경제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 못할 정도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기후파국‘이 도래하고 인류는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5도 이상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전세계가가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5%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일이다. 인류와 지구의 생명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어야 한다. 화석연료에 중독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는 기존 사회·경제 시스템의 과감한 전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대응과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경제구조 전환 정책인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린’은 탈탄소 사회를 위한 경제사회 전략의 방향, ‘뉴딜’은 예산, 인력, 제도개혁 등을 단기간에 전사회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이 대규모 재정투여(4년 동안 2,400조 원)를 통한 그린뉴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유럽연합은 2019년 말 ‘그린 딜’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 대응책이자 새로운 경제사회 성장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두 가지 모두 2050년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기후위기 대응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7월 14일 코로나 19로 닥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한국판 그린뉴딜은 ‘그린뉴딜이라는 브랜드만 가져다 썼다’,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 등으로 표현될 정도로 시민사회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첫째,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탄소중립 사회 지향’이라는 막연한 문구만 제시했을 뿐 2050년 배출제로와 같은 구체적인 시한과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전혀 제시되어있지 못하다. 둘째, 탈탄소 사회로 가기위한 전환에 대한 내용이 없다. 사회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회색산업의 축소와 퇴출이 필요한데, 새로운 친환경사업 육성책만 나열되어 있다.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도 5년 동안 73조 원에 불과해 미국과 EU의 그린뉴딜 예산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전환을 위한 계획이라 보기 힘들다. ‘그린(Green)’의 방향도 없고, ‘뉴딜(New Deal’)의 전략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그린뉴딜은 반드시 1.5도 상승제한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와 연계된 불합리한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을 갈아엎는 대전환 정책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닥친 경제위기 극복만을 목표로 하는 허울뿐인 한국형 그린뉴딜로는 그 무엇도 달성할 수 없다. 개별적인 재난에 대한 대응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몸통은 기후위기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이 되어야 한다는 걸 한국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