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이삼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박이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9.12 01:20
  • 수정 2020.09.1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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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 #605명 #정리해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항공산업

9월 두 번째 주 605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스타항공의 노동자들이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임금체불, 4대 보험료 체납, 구조조정 등 8개월 동안 이스타항공노동자들에게 닥친 일들이다. 결국 9월 7일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오는 10월 14일부터 해고다.

8개월 동안 회사를 상대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싸웠던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을 11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해고 통보를 받은 그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이삼 위원장은 8개월 동안 싸웠고 앞으로도 또 싸울 것이라 말했다.

인터뷰 중인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11일 개화산역 근처 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이 주의 인물 : 박이삼]

- 첫 질문부터 잔인하다. 지난 7일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일 기억을 되짚어본다면.

그날 해고통지를 기다리면서 600명이 넘는 해고 인원 중에 내가 혹시 산 자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투쟁했는데 노조가 산 자가 된다면 고개 들고 살 수 있을까 했다. 다행히 해고통보를 먼저 받았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앞으로 싸워야 할 길이 좁혀지는 구나 했다. 다른 이유로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서 잠을 못 자기도 했는데, 블라인드 앱에 유서 형식의 글도 올라오고 해서 그랬다.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다행이다.

- 마음이 참 말이 아닐 것 같다.

해고통보를 받고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가 만삭인 아내 얼굴을 보고 부둥켜 울었다던 친구도 있다. 그날 술에 취해 다음 날 저녁에 일어났다고 한 친구들도 많다. 통보를 받고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슬퍼할 마음조차 오래 가지 못한다. 임금체불이 너무 오래 됐다보니 어쨌든 내일을 살아가야 하고 아르바이트 하러 나가고 일용직이라도 하러 나가고. 그러다가 저녁에 집에 와서 현실들을 느껴보면 심한 우울감이 밀려온다고 한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8개월 동안 임금이 밀린 것을 아르바이트 하면서 참아 온 이유가 어렵게 이스타항공에 입사해 일할 수 있었다는 자부심과 그래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걸 단숨에 무너뜨린 것이다.

- 올 초부터 지금까지 8개월 동안 임금체불, 보험료 체납, 정리해고까지 직면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이스타항공이 괜찮았던 걸로 알고 있다. 상황이 급반전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2017년도에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당시 경영진이 모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노조 설립을 2년만 미뤄달라고 했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해준다고 했다. 거절했다. 그러면서 타이이스타젯은 어떻게 설립된 거냐고 물어봤더니 굉장히 놀라면서 그냥 노조 만들라고 했다. 그 때부터 회사를 매각하려고 하고 있었다고 본다.

2년 후 2019년만 지나면 이상직이 국회의원이 될 것이고 그 전에 회사를 매각 처분하고 국회의원이 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전부터 회사 돈을 빼먹었던 것이다. 계속 돈이 빠져나가는 자금 구조를 만들었다. 작년 결손금 처리 내용을 보면 1,147억 원이다. 다른 항공업계 회사 결손금이 영업적자를 포함해 100억 대이다. 이스타항공만 그렇다. 고의적으로 빈 껍데기만 남긴 것이다. 그리고 제주항공에 매각해서 매각대금 챙겨 나가려다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우리나 이상직이나 코로나에 발목 잡힌 것은 맞는데, 이상직은 매우 지능적으로 (매각) 하려다가 코로나에 발목 잡힌 것이다.

- 어마어마한 결손금은 어디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갔다고 본다. 제주항공 매각과정에서 주선자 대동인베스트먼트가 저희에게 투자 60억을 했는데, 보니까 돈이 계속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자기가 매각하자고 제주항공 데려왔다고 했다. 이상직 의원이 수없이 많은 회사를 인수하고 없애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의혹들이 많았다. 이스타항공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딸과 아들에게 3,000만 원 짜리 회사 만들어서 돈 빼돌리고.

- 이미 그런 계획 하에 있었으니 회사가 고용유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작년 12월 18일 제주항공과 MOU 체결되자마자 최종구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고용승계하겠다고 글을 보냈다. 제주항공과 SPA 체결하자마자 구조조정했다. 애초에 (고용승계) 할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 제주항공의 계획으로 셧다운까지 했는데,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길로 스스로 접어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니 제주항공이 발을 뺐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됐다. 1월 달에만 내가 비행을 한 달에 6일밖에 못 쉬어가며 했다. 그 때 매출 이익도 꽤 됐다. 그런데 2월 달부터 임금을 못 준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 항공회사인데 통장에 1,000만 원 남아있다고 한다. 최근 카드사들이 소송 걸었는데 올해 4월 티켓까지 전년 도에 미리 다 팔았다. 그런데 돈이 없다? 다 팔고 그 돈 다 빼낸 것이다. 그럴 계획이었는데, 고용유지 노력은 이미 없었던 것이다.

- 정부가 추가로 항공업계 지원하겠다 했는데 제외되는 상황이다.

그렇다. 이스타항공 정리해고로 인한 항공산업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스타항공이 매각 중이라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왜 언급했는지 모르겠다. 이스타항공사태의 본질적 책임은 이상직 의원에게 있지만, 두 번째 책임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있다고 본다. 두 사람의 작품이다. 저비용항공사 통폐합 기조로 나갔고 거기에 이상직 의원과 발 맞춰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됐다.

정부여당과 청와대의 정책기조하고도 안 맞는 상황이다. 노동중심이라고 했고 단 한 개의 일자리도 잃지 않겠다고 외치는 정부인데, 임금체불과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이상직 의원을 이렇게 감싸는 더불어민주당이 이해가 안 간다. 논평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정리해고 통보와 함께 회사가 경영이 회복되면 재고용하겠다고 했다. 그럴 여지는 있는 건가?

잘 아시다시피 쌍용차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되는 데 얼마나 걸렸나. 재고용 안 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있나? 쌍용차와 똑같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재고용 안 한다고 우리나라에 처벌 조항이 있나? 그리고 재고용 확약서라도 적어줘야 하는 건데, 우리가 받은 해고통지서에는 그런 문구도 없다. 오늘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장 면담하고 왔는데, 남부지청장도 법적 제한이 없다고 같은 이야기 했다. 답답할 뿐이다.

- 매각사를 찾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시아나도 매각 불발됐다.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매물로 나온다. 티웨이도 매물로 나왔다. 티웨이 영업 잘하고 튼튼하다. 우리는 미지급금이 어마어마하다. 지금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누가 가져가나? 게다가 우리는 비행도 안 하고 AOC(Air Operator Certificate, 항공운항증명)도 깨졌다. 최근 매각주관사가 실사 나왔다가 4일 만에 돌아갔다. 무슨 실사가 4일 만에 끝나나, 제주항공도 당시 실사를 3개월을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이겠나. 폐업 시나리오를 밟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 배임횡령에 대한 완벽한 증거인멸이 가능하니까. 그래서 회사가 파산 신청하기 전에 우리는 회생 신청을 하려 한다. 노동자들 임금 채권을 가지고 말이다.

- 많이들 채권 신청에 함께 하나?

공감을 많이 하고 계신다. 간담회를 계속 진행 중이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이 1/10 이상을 채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회사 자본이 400억 원이 좀 넘는 것 같은데, 50억 정도 모으면 될 것 같다. 현재 전 직원 체불임금액이 320억 원 정도 되니까. 충분히 모을 수는 있을 것 같다.

- 지금까지 말했지만 이 사태까지 온 이유에 대해 핵심적으로 정리해달라.

이상직 의원이 결국 이스타항공 다 빼먹고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국토부와 저비용항공사 통폐합 기조에 묶어서 제주항공에 매각하려다가 코로나19를 만나서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그 모든 비리를 덮고자 이 회사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라고 정리하겠다.

- 향후 노조의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10월 14일부터는 해고 효력이 생긴다. 그 때부터는 부당해고구제신청, 민사소송도 진행을 할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기업회생신청을 위한 사람들도 모으는 준비를 할 것이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국회 앞 농성을 재개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총투쟁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곧 있을 국정감사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키인 이상직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부여당, 이상직, 보좌관 출신 경영진 모두가 한패가 돼서 이 사태를 만들었다 생각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노동자가 모두 살 수 있는 길로 가자고 말하고 싶다.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노동자를 위해서 빨리 액션을 취했으면 한다. 그러니 이상직 의원에게 얼마 안 되는 사재출연도 해서 고용보험료 납부하고 정부 지원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정확히 5억 900만 원이다. 그렇게 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스타홀딩스에 4억 원 정도 있다고 하더라. 그 돈을 활용했으면 하는데, 참 답답하다.

그리고 동료와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직 안 끝났다. 우울해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끝까지 싸워보고 끝까지 투쟁해보고 그 다음에 울더라도 그 때 울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극단적인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다. 이상직이 잘못했고 회사가 잘못한 일인데 스스로 죄책감에 빠져서 안 좋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전하고 싶다.

박이삼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짧은 인사와 함께 일을 다시 시작했다. 다시 날 수 있게 자료들을 모으고 대응할 방도를 노조 간부들과 모색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난 날 늦은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드디어 이스타항공 605명 정리해고 관련해 이상직 의원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정확한 실태 파악과 대응 의견을 내야 한다는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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