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홀대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홀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9.26 00:00
  • 수정 2020.09.26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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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홀대 #방치 #공무원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 #공무직 #어시 #명절

“매일 매일이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대명절 추석이 한 주 앞으로 왔습니다. <참여와혁신>이 준비한 9월 4주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최준식)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명절이라 더 서럽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홀대

우리 조상님들은 매일 매일이 추석과 같이 풍성하길 바랐습니다. 추수가 끝나니 아무래도 먹을 양식이 풍부했겠죠? 조상님들은 풍요로운 양식을 함께 나누며 마음까지 풍성해졌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중 홀대 받는 사람이 가장 적은 날이 바로 추석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올해 추석에도 많은 노동자들은 홀대 받는 처지를 바꿔보고자 거리에 나왔습니다.

[9월 23일] “사각지대 노동자는 하소연할 수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다”

전태일 50주기 릴레이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캠페인부터는 두 개에서 세 개 팀이 동시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로 순서가 밀렸던 탓입니다. 이번 주는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이하 서로넷)와 한국노총이 함께 전태일 정신을 기억했습니다.

서로넷은 서울시의 노동문제를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풀어보고자 만들어진 네트워크인데요. 최근 서로넷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음을 드러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체 응답자의 11.1%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었습니다. 또한 정규직의 68.6%가 정부 지원 혜택을 받았지만, 비정규직은 63.9%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국노총은 홀대받는 사각지대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5.1플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5.1플랜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확대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노조할 권리 보장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담고 있습니다.

[9월 23일] 패션어시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출범, “청년들은 용기를 불태우며 나아가고 있다”
[9월 24일] ‘열정노동’의 수레바퀴, “어렵지만 모여야 한다”

패션업계는 그동안 패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패션어시) 노동자를 홀대했습니다. 이러한 2017년 여성노조의 실태조사 이후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청년유니온이 지난 7월 발표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서 다시 조명받았습니다.

패션어시 노동자들은 도제식 시스템 아래에서 전형적인 그림자 노동을 수행해 왔습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근대적 일의 형태와 방식, 계약해지 시 소득상실을 전면적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불안정한 노동”이라며 “그림자가 드리워진 영역에서 패션어시 노동자들은 계층화되고, 젠더화되고, 때로는 불안정고용 형태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래도 기쁜 소식은 23일 패션어시 노동자들이 ‘패션어시유니온 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패션어시 노동자들이 환대받을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9월 24일] “국방부 산하기관 노동자, 법 개정 통해 노동기본권 보장 받아야”
[9월 24일] 공무원·교원노동조합,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한 목소리

공무원은 반쪽짜리 노동자입니다. 공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정치 및 노동 기본권에 제약을 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의 흠결을 바로 잡고자 공무원 노동자들이 토론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24일 오전 10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는 ‘국방부 산하기관 노동존중 실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직접적인 주인공은 국방기술품질원노조와 국방과학연구소노조였습니다.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임에도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인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 때문에 노동기본권이 제약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무원·교원노동조합들은 24일 오후 1시 국회 앞에 섰습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권정오, 이하 전교조) 등 세 개 노동단체였습니다. 이들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관계7법 개정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들이 공무원을 홀대하게 만든다고 지목한 법률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이었습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률의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한다고 하니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봐야겠습니다.

[9월 25일] 초라한 차례상 서러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의 차례상은 조상님께 마음을 표하는 자리입니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가짓수는 조상님을 향한 정성을 보여기도 하지만, 현재 차례를 지내는 사람의 형편을 간접적으로 비춰주기도 합니다

여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최준식)가 차린 두 개의 차례상이 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례상에는 ‘컵라면 2개, 햇반, 간장’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 옆의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의 차례상에는 ‘사과, 배, 포도, 밤, 바나나, 북어’가 있습니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임금차별과 명절상여금을 표현한 것입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보통 정규직이 명절상여금으로 150만 원, 200만 원을 받을 때, 무기계약직은 40만 원, 기간제는 20만 원을 받고 용역노동자는 한 푼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대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도 정규직-비정규직 간 복리후생비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부디 모든 노동자들이 홀대가 아닌 환대를 받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