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노동자는 하소연할 수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다”
“사각지대 노동자는 하소연할 수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23 17:10
  • 수정 2020.09.2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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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차·1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동시 진행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 ‘코로나19 노동자 종합백신’ 필요하다
허권 상임부위원장, “이소선 어머니 말처럼 뭉쳐서 노동자 중심 세상 만들자”
9월 23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서 17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열렸다. 송유림 서울노동권익센터 기획전문위원이 전태일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9월 23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은 17차, 18차를 연이어 진행했다. 오는 11월 13일까지 예정된 캠페인의 참석 희망자가 밀려있기 때문이다. 17차 캠페인에서는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이하 서로넷)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의 지원책을 집행할 통합 플랫폼 구축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진 18차 캠페인에는 한국노총이 ‘5.1플랜’을 전태일과 함께 선언했다.

서로넷,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 고통해소 대책 마련 촉구

실제로 전태일이 1970년대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재단사 100%전원이 신경성 소화불량, 만성위장병, 신경통, 기타 병의 환자. 미싱사 90%가 신경통 환자, 위장병, 신경성 소화불량, 폐병 2기까지. 평화시장 종업원 중 경력 5년 이상 된 사람은 전부 환자이며 특히 신경성 위장병, 신경통, 류머티즘이 대부분임.

또 설문조사에 응한 126명(시다, 미싱사, 재단사 포함) 가운데 96명이 진폐, 폐결핵 등 기관지 계통의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102명이 신경성 위장병으로 식사를 잘 하지 못하며, 전원이 밝은 곳에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눈곱이 끼는 안질에 걸려 있다고 하였는데, 병에 걸려 있으면서도 증상을 자각하고 있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은 전태일의 조사 결과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_전태일평전 120쪽, 소제목 ‘평화시장의 인간조건’ 중에서.

17차 캠페인에 참가한 서로넷은 서울의 노동문제를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풀어보고자 구성된 네트워크다. ▲구로민중의집 ▲알바상담소 ▲은평노동센터 ▲인절미프로젝트 ▲전태일재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20여 개 단체가 모였다. 서로넷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1.1%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비정규직은 16.%로, 정규직(3.6%)의 다섯 배 정도였다. 또한 정규직의 68.6%가 정부 지원 혜택을 받았지만, 비정규직은 63.9%가 받지 못했다.

공군자 서로넷 집행위원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하소연할 수도 없고 노동조합도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원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니터링단을 구축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노동자들의 현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얼리분회 분회장은 “전태일다리 뒤편 청계천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5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금세공을 하지만, 이들은 점점 더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일감과 월급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정부지원금을 받게 해달라고 회사에 말했는데 해고당했다는 노동자가 어제 찾아왔다. 위법적 사업장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만이 주얼리 노동자의 고통을 덜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서로넷은 전태일동상에 ‘코로나19 노동자 종합백신’을 놓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사각지대 제로를 위한 일자리현황 모디터링단 ▲미조직노동자 의견청취를 위한 노동자 참여 플랫폼 구축을 요구했다.

9월 23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17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전태일 동상에 '코로나19 노동자 종합백신'을 주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전태일과 함께 선언하는 ‘5.1플랜’

한국노총은 5.1플랜을 전태일과 함께 선언했다. 5.1플랜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확대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노조할 권리 보장 ▲프리‘랜’서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적용 확대와 노조할 권리 보장의 글자를 딴 것이다.

9월 23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1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전태일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거사 시작을 오후 1시로 한 것은 1시부터 2시 사이가 점심시간이므로 노동자들이 그 시각에 국민은행 앞길로 많이 밀려나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궐기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협조자들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었다. 회원 한 사람당 10여 명씩의 협조자를 포섭하기로 결의했다. 그동안에도 협조자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있었지만, 특히 10월 7일 이후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삼동회 주변에 몰려들었으므로 이것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데모할 때 외칠 구호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16시간 작업에 일당 백원이 웬 말이냐!” 등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_ 전태일평전 308쪽, 소제목 ‘시위’ 중에서.

전태일평전을 낭독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다. 우리는 전태일 정신을 반드시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노동자 중심의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 모두가 이소선 어머니의 말처럼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태일 50주기는 청계피복노조 또는 노동자들의 50년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한 노력의 50년”이라며 “함께 모여 같은 곳을 향하며 전태일의 뜻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9월 23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 선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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