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시다’는 오늘날의 ‘특수고용노동자’로 … “전태일3법 절실”
그때의 ‘시다’는 오늘날의 ‘특수고용노동자’로 … “전태일3법 절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9.09 14:16
  • 수정 2020.09.0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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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참여
전태일3법 중요성 강조 … “특고가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 절실”
9일 오전 11시 30분 진행된 서울시 동대문구 전태일 다리에서 제15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현장에서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전태일 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제가 지난 5년간 코웨이에서 일하면서 가슴 아팠던 순간은 코웨이를 위해 15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결같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선배님들이 더 이상 헌신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 어떤 보상도 없이 쓸쓸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이었습니다. (중략) 지금도 회사는 우리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노동자들을 위험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특수고용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같은 노동자를 차별하는 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합니다.”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수석부지부장의 발언문에서

50년 전 ‘시다’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었다. 제15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는 생활가전 판매‧점검 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전태일재단은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동대문구 전태일다리에서 제15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을 가졌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두 주를 건너뛰고 재개된 캠페인이다. 이번 15차 캠페인의 주인공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제품을 판매‧점검하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코디‧코닥지부였다.

당초 왕일선 코웨이코디코닥지부 지부장과 김순옥 수석부지부장이 전태일다리에 직접 서서 노동현실을 증언하려 했으나, 대면 접촉이 잦은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의 특성상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발언문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이번 캠페인에서는 이도천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이 ≪전태일평전≫ 소제목 ‘자본가의 초상’의 일부(p.210~211)를 낭독했다.

왜 당치도 않는 말을 늘어놓아야 한단 말인가? 저 혼자 가장 인도주의자인 척 바른 입을 나불거리고 저 혼자만의 안일한 자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기회주의자의 본심을 다 드러내놓고 우리 대한민국이라고.... 제주도 화이트 빠꾸샤* 같은 기업주는 기름기계에 집어넣은 불쌍한 샐러리맨들을 마구 조롱하고, 큰 오락이라도 하는 것처럼 짜낸 샐러리맨들의 기름을 흐뭇한 기분으로 주판질한다.

* 영국 버크셔(Berkshire) 지역 원산의 돼지 품종. 일본식 발음이다.

이 문구는 오직 자본가의 이윤을 위해 같은 인간인 노동자를 수탈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코웨이코디코닥지부의 입장에서 이 문구는 비단 50년 전의 일이 아니다.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은 생활가전 렌탈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취급돼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왕일선 지부장은 발언문을 통해 “우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교섭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교섭단위 분리신청 승인도 얻어냈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는 코웨이는 벌써부터 교섭을 거부한 채 버티기에 돌입할 태세”라고 비판했다.

이도천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그때의 ‘시다’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고단한 출퇴근길을 메우고 있다. 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반세기 후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의 절규로 남아 있다”면서,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들은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또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교섭·투쟁할 권리도 누릴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및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전태일3법 입법 운동을 지난 2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참여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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