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 우리 노동자들이 나눈 것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우리 노동자들이 나눈 것 아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0.14 18:40
  • 수정 2020.10.16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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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 참여
조선소 고용안정·김진숙 씨 복직 촉구
10월 14일 11시 40분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전태일다리에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 추모일을 한 달 앞둔 10월 14일 오전 11시 40분 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들은 조선소의 고용안정과 함께 한진중공업 35년 해고노동자 김진숙 씨의 복직을 촉구했다.

근로감독관은 초라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이 낯선 청년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태일이 평화시장의 실정을 설명하면서 찾아온 용건을 말하려고 하니 그는 말을 가로막고, “그 얘기 다 듣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 요점만 간단히 말하라”고 윽박질렀다. 그리고는 그 ‘간단한 요점’도 듣는 둥 마는 둥 재촉하여 끝맺게 하고는 “알았으니 서류 두고 가라”는 말 한마디로 이 열의에 불타는 청년을 내몰았다. 도대체 평화시장의 참혹한 얘기를 다 듣고도 충격을 받는 빛도 없었고 최소한의 관심 표시도 없었다.

_전태일평전 개정판 200쪽, 소제목 ‘좌절 속에서’. 김용화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낭독했다.

10월 14일 11시 40분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2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금속노조 조선분과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코로나19로 인해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다. 해운 물동량이 크게 감소한 조선 산업은 고용불안을 겪는 중이다. 조선 노동자들은 조선업종노조연대를 만들어 함께 대응하고 있다. 조윤성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은 “전태일 열사께서도 열악한 노동의 환경을 알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 코로나19 이후로 조선 업종도 정말 힘들다. 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고되고, 임금체불이 벌어지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우리 노동자들이 나눈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김진숙 씨의 복직투쟁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1981년 10월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김진숙 씨는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한 후 부당한 발령을 받았고, 1986년 해고됐다. 심진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은 “올해가 전태일 동지의 50주년이지만 35년 전에도 억울하고 부당한 해고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진숙 동지는 해고가 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김진숙 동지는 힘없고 약한 노동자들을 위해 살아왔다. 이번만큼은 전체노동자가 김진숙 동지만을 위한 투쟁을 했으면 좋겠다. 한진중공업지회도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호 전태일 50주기 행사위원회 상임대표도 “현장에서 지금까지 피나는 노동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을 이끌어온 조선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전태일의 삶을 살아온 김진숙 노동자의 마지막을 우리가 함께 걱정하며 해고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지했다. 이수호 상임대표는 김진숙 ‘노동자’에 강조점을 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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