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동자, “전태일처럼 ‘바보’ 되겠다”
대리운전노동자, “전태일처럼 ‘바보’ 되겠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7.02 10:32
  • 수정 2020.07.0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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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대리운전노동자 참여
“정부 특고노동자 지원 대책 여전히 미흡”

 

지난 7월 1일 열린 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이 전태일평전을 낭독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재단사 모임을 시작하면서 그는 나이가 든 선배 재단사들을 찾아다니며 협조를 청하였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뭘 안다고 너희가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려 하느냐?’고 막으면서,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설치는 놈은 ‘바보’라고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좋다. 우리가 한번 바보답게 되든 안 되든 들이박아나 보고 죽자.” _전태일평전 152쪽~153쪽.

대리운전노동자들이 평화시장에서 ‘전태일평전’을 손에 들었다. 지난 7월 1일 오전 11시 전태일다리에서 진행된 8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캠페인에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우리 조합원들 밤새 일하느라고 오늘 많이 나오지 못했다”며 말문을 연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대리운전노동자들과 같은 특고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며 “이제 대리운전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처럼 바보가 돼서 특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발언했다.

전태일평전을 낭독한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 지원대책을 말했다. 대책이 발표됐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원 규모의 확대와 절차의 간소화 등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 수립 ▲고용보험의 전면 확대 ▲대리운전 노동자 산재보험 실질적 적용 ▲노조법 2조 개정으로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권태훈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전태일은 ‘나에게 월급을 더 많이 달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보다 더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끝내 목숨까지 바쳤다”며 “바로 이 정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살피는 마음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만큼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특고 노동자들에게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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