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곳 향했던 전태일 손잡고 정의로운 연대사회로”
“더 낮은 곳 향했던 전태일 손잡고 정의로운 연대사회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5.07 16:26
  • 수정 2020.05.08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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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 평화시장 앞에서 출범
“오빠가, 또 친구가 되어 주었던 전태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전태일 50주기 맞아 전국 171개 시민사회노동단체 참여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1970년 8월 9일 전태일 일기 발췌.

서울 평화시장의 배고픈 '시다'들에게 자신의 차비로 풀빵을 사주곤 먼 길을 걸어갔던 재단사가 50년 전 있었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나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며 분신항거 한 노동자 전태일이다.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국 171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만났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태일재단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태일재단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이하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신승철, 실행위원장 한석호)는 5월 7일 서울 종로 전태일 다리 앞에서 출범했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는 2018년 10월 말부터 추진됐다. 본 출범식은 이름 없이 평화시장에서 활동하던 전태일의 정신을 본받아 발언자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를 소개했다.

임현재 씨는 출범식을 열며 “평화시장의 열악한 노동 속에서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힘겹게 일하고도 퇴사를 하면 월급이 아예 떼먹히는 일도 많았고 휴일 없이 일을 해야 했다”며 “여러 가지 악조건을 견뎌내면서도 누구 하나 손을 붙잡아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 사람들의 오빠가 되고 친구가 됐던 전태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임현재 씨는 전태일의 친구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는 ‘연대의 50년 평등의 100년’을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큰 사업을 중심으로 각 단위가 릴레이 캠페인을 확대해 전개한다. 출범식 전 대표자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회연대기금 실천 운동 ▲근로기준법 준수·확대 운동 ▲전태일 50주기 노동자·시민 문화한마당 ▲학술대회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제작 및 관람 운동 ▲전태일거리 조성 ▲50주기 동판 조성 ▲전태일 추모의 달 선포 ▲홍보 및 대중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계획들이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사랑과 연대의 마음으로, 어깨 걸고 함께 다시 나가자는 말씀 드리겠다”며 “전태일의 이름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전태일 동상을 가운데 두고 발언하는 양대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전태일 동상을 가운데 두고 발언하는 양대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본 출범식에서는 양대 노총 위원장이 전태일 동상 옆에서 함께 발언하는 순서도 있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곳에는 또 다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노동자, 여성 노동자들이 배고픔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 그리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자리의 불안 속에 고통 받고 있다”며 “전태일의 연대 정신으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가장 낮은 곳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하던 열사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이 땅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존권,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한국노총은 언제나 투쟁과 연대의 장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와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도 이어졌다. 특히 장애인과 청년 관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소외된 노동자의 현실을 알렸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전태일은)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노동자들의 현실을 말하다가 돌아가셨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변화의 가치를 만드는 게 일자리이고, 그것이 중증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노동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이제는 누구도 어떤 기준과 환경, 조건을 따지지 말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노동권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이 한자여서 읽을 수 없었다는 전태일의 일화가 떠오른다”며 “누구나 노동자이지만 아무나 읽을 수 없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었고, 지금의 근로기준법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철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전태일의 죽음이 우리나라의 처참한 노동현실을 세상에 드러내게 했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연대의 정신을 일깨웠다”며 “전태일이 50년 전 했던 것처럼 모두가 사회의 취약한 여러 계층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출범식은 선언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선언문은 평화시장 이정기 봉제노동자와 이선아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가 읽어 그 의미를 더했다. 이정기 봉제노동자는 “노동이력증빙조차 할 수 없는 이 땅의 노동자가 수백만에 달한다”며 “전태일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선아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는 “노동조합에서 먼저 병원에 제안했고,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참가하게 되었다”며 “함께한다는 연대정신으로 코로나 19를 하루빨리 이겨내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대구에서 코로나19 자원간호사로 일했다. 

이들은 “전태일이 손잡았던 시다와 미싱사는 비정규직·하청노동·영세상인·청년구직자·특성화고생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여전히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다”며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보다 정의로운 연대사회를 향해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는 오늘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오는 5월 13일부터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 전태일캠페인이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5월 14일부터는 2주에 한 번씩 노동, 문학, 여성 등을 주제로 부문 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전태일50주기행사위 출범식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출범식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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