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재단, 패션어시 노동자들과 ‘풀빵’을 나누다
전태일재단, 패션어시 노동자들과 ‘풀빵’을 나누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31 18:21
  • 수정 2020.08.3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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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어시노동자 평균 시급은 ‘3,989원’, 청년유니온 최저조합비 '8,590원'도 부담
전태일재단, 조합비-노동조합홍보비 총 500만 원 지원
8월 19일 열린 14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의 주인공은 청년유니온과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자였다. 이날 이수호 전태일재단 위원장은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태일은) 시다들에게 온 정성을 다 쏟았고, 제도를 바꾸려고 애를 썼다. 그 날의 시다가 오늘 패션어시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오늘 이분들의 호소를 들으며 우리 시대가 얼마나 노동을 중시하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때때로 그는 점심을 굶고 있는 시다들에게 버스 값을 털어서 1원짜리 풀빵을 사주고
청계천 6가부터 도봉산까지 두세 시간을 걸어가기도 했다.”
<전태일 평전>, ‘어린 여공들을 위하여’ 중에서

전태일재단이 패션어시 노동자들에게 따스한 풀빵을 안겨줬다. 패션어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전태일재단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패션어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돕기 위해 조합원 1인당 매월 5,000원씩 노동조합비와 노동조합 가입 홍보물 제작비를 포함 모두 500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자(이하 패션어시 노동자)는 패션스타일리스트에게 고용된 노동자다. 패션스타일리스트는 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연예기획사 여러 곳과 동시에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패션어시 노동자는 패션스타일리스트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패션스타일리스트와 패션어시 노동자는 ‘도제식 관계’로 맺어져 있다. 일을 배우는 ‘문하생’이라는 시선으로 패션어시 노동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패션어시 노동자는 ▲각종 디자이너 브랜드, 연예인 마케팅 업체 연결 ▲의상 협찬‧관리 ▲스타일링 ▲현장 케어 ▲세탁‧반납 등 주요업무까지 도맡아 하는 현실이다. 패션어시 노동자와 패션스타일리스트 간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이러한 도제식 관계 때문에 패션어시 노동자는 노동조합 활동은커녕 근로계약서 작성도 꿈도 못꿀 처지다. 7월 6일 청년유니온이 진행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52명의 평균 월급은 97만2,400원, 하루 평균 노동시간 11.49시간에 달했다. 이를 시급으로 나눠보면 평균 3,989원이다.

더불어 응답자의 94.43%(243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된 패션어시 노동자는 5.16%(13명)로 극히 드문 수준이었다. 이러한 패션어시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는 최저시급 8,590원에 해당하는 청년유니온 최저조합비조차 망설여지게 만들었다.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청년유니온 규약은 조합원으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패션어시 노동자는 올해 조사 결과 시급이 3,989원으로 나왔다. 그들에게는 한 달 가입비조차 너무나도 비싼 상황이 되는 것”이라면서, “전태일재단에서 1인당 5,000원을 지원해줘 패션어시 노동자는 나머지 3,590원만 내면 된다. 부담이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전태일재단은 “청년유니온과 패션어시 노동자들이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어도 현재 조합비가 부담스러워 가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극단적 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면서, “청년유니온은 고심 끝에 전태일재단에 조합비 일부를 매칭형식으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흔쾌히 응했다. 추가 모금을 통해 패션어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년유니온 패션어시지부는 2020년 말~2021년 초를 목표로 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