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생존 위한 생존’ 넘은 노조 될 것”
“청년유니온, ‘생존 위한 생존’ 넘은 노조 될 것”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10.05 11:03
  • 수정 2022.10.0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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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2년, 6개월간의 첫 비대위···‘지속가능한 노조’ 고민하는 시간
공정 담론에 맞선 청년 담론·사회연대임금·연금·지역정주 의제 집중할 것
[인터뷰] 김설·나현우 청년유니온 임원 후보조
왼쪽부터 나현우 사무처장 후보, 김설 위원장 후보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 ‘노력말고 노조하자’. 2010년 청년유니온이 들고 나온 구호들은 참신했다. 노동운동이 청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동안 청년유니온은 순식간에 기성세대가 말해왔던 청년을 뒤집고 자리를 잡았다. ‘유니온 운동’이 활발해진 것도 그때쯤이다.

청년유니온이 택했던 전략은 소위 ‘치고 빠지기’였다. 조직은 최저임금 등 시의적절한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였고, 진전도 있었다. 최저임금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올랐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구직자들을 겨냥한 제도들이 대거 만들어졌다. 정치인들도 청년을 조명했다. 청년수당들이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신설되고, 국가의 청년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청년기본법도 제정됐다. 양대 노총도 청년과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지원에 인력과 예산을 쏟았다.

청년유니온의 요구가 일부 수용되고, 조직된 노동자들이 청년이 겪는 어려움에 주목하는 지금, 청년유니온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3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이유기도 하다. 출범 후 첫 비대위를 깨고 임원 선거에 출마한 김설 위원장 후보, 나현우 사무처장 후보에게 그간 고민한 결과를 들려달라고 했다.

역할 잃었던 청년유니온
공백은 ‘공정’이 메웠다

- 청년유니온이 비대위를 꾸린 게 3월이다. 비대위 이전의 상황을 돌아본다면.

: 청년유니온 창립이 2010년이다. 복기한다면 청년유니온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갖지 못하거나, 일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주체로 세우겠다는 선언과 함께 출범했다. 기성세대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겠다는 결의였다. 당시 ‘기업별노조에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의 노동권은 어떻게 보호되는가?’라는 질문에 노사정 모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기업별노조 체제의 한계를 반복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또 ‘88만 원 세대’ 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기성세대의 담론에 복속되기보다는 조합원들이 함께 동의하는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청년유니온의 목소리는 주목을 받았고, 주장했던 주요한 의제들이 많은 부분 수용됐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요구가 제도적으로 수용된 다음의 상황에서 청년유니온은 청년 노동조합으로서 역할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 공백을 소위 공정담론, 우리 표현으로 ‘왜곡된 청년담론’이 메웠다. 우리는 무엇을 주장하고, 어떤 것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 양대 노총도 이젠 청년 조직화에 신경 쓴다.

현우 : 시작 단계라 평가를 하긴 이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이 0.2%고 300인 이상 사업장 조직률이 58%다. 이건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미조직 사업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거다. 결과가 그렇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저 조직은 나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 그럼 청년유니온은 무엇을 할 건가?

현우 : 그걸 비대위 체제에서 조합원들과 토론했다. 청년유니온을 대중 조직으로 넓힐 전략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치고 빠지는 이슈파이팅을 하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지속도 불가능하고, 생존을 위한 생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과제를 다시 수립하고, 그 과제에 필요한 현장을 드러내는 사업을 하려 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도 신경 쓰자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 비대위 기간의 가장 큰 성과는 조직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처음으로 점검했다는 것이다. 조직이 탄생하고 12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청년유니온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조직적인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 결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평가하고 비전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13명의 활동가와 100명의 조합원을 직접 만났다.

새로운 청년담론 재구성하고
사회연대임금·연금에 목소리 낼 것

- 비대위에서 도출한 장기적인 과제를 공약에 담은 건가.

 : 맞다. 주요 공약은 다섯 가지다. 우리가 사회적 영향력을 갖지 못했던 상황에서 공정 담론이 등장했고, 대변하고자 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으로부터 청년유니온은 자유롭지 않다. 능력주의를 외치는 공정담론에 맞서 새롭게 청년담론을 재구성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청년유니온표 사회연대임금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해왔고, 성과를 만들었지만 격차와 불평등은 유효하다. 호봉 중심의 임금체계에 속한 노동자들은 매년 더 많은 월급을 받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인 노동자들은 아무런 체계 없이 최저임금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현우 : 미래 세대의 부담은 줄이고 노인 빈곤률을 낮추기 위한 공적연금 개혁 논의에 나서겠다는 것도 주요 공약이다. 연금을 중심으로 한 부양의 연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래세대, 청년세대, 노인세대들과 누가 재정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연금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같이 해야 한다. 특정한 방향으로 무조건 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지속가능성을 노조가 책임 있게 말해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공약이 있나?

 : ‘청년이 지역에서 품격 있게 살아갈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는 이름의 공약이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지방소멸, 산업전환의 과정에서 쇠퇴하는 지역의 풍경을 마주한다. 산업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 지역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추락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가져버린 거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요구를 조직해 지역의 일자리를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 상생형 일자리 등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평가해야 한다.

대변 넘어선 ‘조직’
기반 마련할 것

- 마지막 공약이 ‘1만 유니온 시대’다.

 : 중요한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2년 안에 1만 명을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그 기반을 만들겠다는 거다. 그간은 리더들을 중심으로 청년유니온이 이끌리다 보니 참여나 대중적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청년유니온의 목소리에 동의하는 시민들을 실제 조직하기 위한 기반을 가지고자 한다. 그리고 2018년을 기점으로 청년유니온 가입률이 줄어들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조합원이 1년에 200명, 300명씩 늘었는데 이제 수직 하락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게 1만 유니온 시대라고 표현되는 것 같다.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이라 지역을 돌며 간담회를 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5일이 조합원 투표고, 15일 총회가 있는데 우리가 고민하는 부분을 조금 더 벼려서 발표할 것이다.

- 패션어시유니온처럼 직종지부를 만들 계획은 없나?

 : 이번 비대위 기간 사회적 의제와 정책적 방향을 점검했지만, 무언가 짠하고 만들어내지 못했던 부분 중 하나가 청년유니온의 조직 전략이다. 패션어시는 성공한 이슈였고, 성공을 넘어 지부까지 창립했다. 그런데 자력화가 어려웠다. 청년유니온은 활동가들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된다. 1년에서 2년 정도씩 활동기간이 짧다 보니 이슈가 생기면 그 담당자가 쭉 가져가고, 담당자가 그만두면 동력이 사라져버린다.

청년유니온이 직종을 조직하는지, 지역을 조직하는지, 사회적 의제를 말하는 노동조합인지 여러 실험을 해봤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결과들이 지금 놓였고, 청년유니온 2.0을 준비하는 TF를 꾸려보고자 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유니온들, 전문가들과 점검하고 검토해보는 과정도 거치려 한다.

기존 노조, 청년유니온과
불평등·격차 책임 같이 지자

- ‘책임을 다하는 노동조합, 새롭게 답하는 청년유니온’이 슬로건인데, 청년유니온이 느끼는 책임감은 무엇인가?

현우 : 비대위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리는 책임이 없나?’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에 적응하기 위해 취업 경쟁을 치르고, 내부노동시장에 들어간 우리 세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청년들이 됐다. 불평등이 확대되고 혐오가 심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도 기여하고 있고, 노동조합도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일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사업장에서도 그렇지만 정부 위원회에서의 발언권을 제도가 노동조합에게 분명히 부여하고 있다. 파업이라는 형태로 합법적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도 헌법이 부여한다. 그런 권한에 따른 책임을 노동조합이 과연 다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기업별노조에 기반한 산별노조나 총연맹은 방어는 잘하는데 공격을 못 한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거대한 요구를 걸고 요구하고 끝나버린다. 승리를 위한 프로세스를 짜놓은 게 아니라 요구하고 안 되면 정부 탓이라고 한다.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유니온 방식은 가동성이 좋다. 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하고, 빠질 수 있다. 반대로 방어를 못 해 조직이 와해되기 쉽다. 그래서 청년유니온과 기존 노조는 공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노조와 청년유니온이 같이 공존하며 불평등과 격차를 책임질 방안을 찾아가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달라.

 : 개개인의 삶을 지켜보고,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진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나가겠다고 결의한 청년유니온 조합원, 지부 위원장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청년유니온을 나아진 사회를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여태 한 번도 없었던 비대위라는 비상한 시기를 관통하며 나온 결론을 들고,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겠다.

현우 : 앞으로 노조의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확실히 기업별노조의 시대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청년유니온이 해나갈 역할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도 1만 유니온 시대를 만들려면 기업별노조들의 방식에서 배워야 될 것도 있다. 청년유니온은 노동운동 내에서 연대하며 해야 할 역할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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