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시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출범, “청년들은 용기를 불태우며 나아가고 있다”
패션어시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출범, “청년들은 용기를 불태우며 나아가고 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23 18:04
  • 수정 2020.09.23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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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어시유니온(준)’, 청년유니온 최초 직종지부
“사람다운 대우를 받는 평범한 일터이기를 바란다”
9월 23일 오후 2시 소셜팩토리 신촌점에서 ‘청년유니온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지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점심 안 주고 야근 수당 안 줘도 괜찮으니까, 최저임금이라도 지켜주면. 그거까지라도 지켜주면 솔직히 애들이 조금이라도 적금이라도 할 수 있는데, 이건 뭐 50만 원 받으면 25만 원이 교통비고, 점심까지 사먹으려면 또 돈이 부족해요. 결국은 부모님한테 손을 벌릴 수도 없는데. 다른 직업이나 일자리도 똑같이 일하는 건데, 최저임금 지켜주는데 (우리는 그걸 안 지키잖아요.)”

“새벽 3, 4시에 끝났는데 9시까지 출근하라고 하고, 다음 날 스케줄 없는데 반납, 픽업하라고, 이렇게 하는 데도 있어요. 사실 그 정도는 하루는 쉬고 다음 날 해도 되는 건데, 굳이 자기가 나올 것도 아니면서 힘들 일은 애들 시키고, 그런 것도 좀. 그니까 휴무도 보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아니, 한 번이라도.”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하는지 속옷 색깔까지 참견하면서 바꾸라더라. 상의속옷, 하의속옷 둘 다 코멘트 들어봤음. 월급도 제대로 안 주면서 속옷 색깔 포함 내 모든 옷을 지 스타일대로 바꾸려고 한다. 그럼 니 맘에 드는 거 사주든가.”

_청년유니온 ‘2020년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중에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조합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청년유니온은 9월 23일 오후 2시 소셜팩토리 신촌점에서 ‘청년유니온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지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패션어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종지부를 만들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이하 패션어시 노동자)는 패션어시에게 고용돼 의상을 조합하거나 수선하는 일, 대행사에서 의상을 픽업·반납 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패션어시 노동자들이 청년유니온을 찾은 건 지난 3월이다. 이후 패션어시 노동자들과 청년유니온은 6개월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9월 17일엔 서울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8개의 지역지부와 1개의 계층지부를 둔 청년유니온의 직종지부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장(가명) 패션어시유니온 준비위원장은 “낑낑대며 옷을 들고 가는 어시를 보니, 모르는 사람인데 아는 사람 같았다. 말도 안 섞었는데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문득 우리의 고통은 어느 실장님의 말씀처럼 ‘요즘 애들이 약하고 끈기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면서 자책하던 시간들이 아팠다. 무엇보다 그 시간들을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보냈다는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여러 노동단체를 찾았지만 ‘사람을 더 모아오라’는 말만 들었다.

그는 이어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청년들은 용기를 불태우며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패션어시 노동조합 준비위원들은) 다시 패션어시 업을 이어나간다고 한다. 이분들이 돌아갈 일터가 사람다운 대우를 받는 평범한 일터이기를 바란다”며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다. 준비위원회는 그 길을 가기 위한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은 패션어시유니온(준)과 함께할 더 많은 패션어시 노동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지부 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이어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와 시사점’ 토론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