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청년들의 ‘말말말’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청년들의 ‘말말말’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1.04.03 00:00
  • 수정 2021.04.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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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노동조합이 어렵다①] 노동조합 = 빨강 머리띠·팔뚝질·파업?
청년, 중장년과 비교해 노조 필요성·관심도·참여도 등 낮아

청년 세대에게 노동조합은 머나먼 존재, 아니 애초에 관심 밖에 있는 존재다. 프레임 너머 노동조합은 빨강 머리띠를 두르고 팔뚝질을 하며 투쟁을 외치는 모습. 이러한 노동조합의 모습에서 청년들은 자신과 노동자를 일치시킬 수 없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노동운동 1세대의 퇴장
청년사업은 선택 아닌 필수

노동조합에 대한 청년들의 무관심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노동조합은 이 사실이 더욱더 우려스럽다. 노동조합 안에서는 청년 조합원의 참여를, 노동조합 밖에서는 청년 노동자의 조직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눈앞의 현안을 우선하느라 청년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기다려주지 않고 노동조합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의 역사를 만들고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 간부, 조합원이 대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노동조합의 세대교체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노동조합의 세대교체는 단순한 인적 구성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의 가치와 방향, 나아가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18만 제조업 종사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역시 구성원 고령화로 고민이 깊다. 금속노조 조합원 평균연령은 2006년 39.4세를 마지막으로 2007년부터 40세에 진입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4월 기준 금속노조 조합원 평균연령은 45.6세가 됐다. 금속노조는 정년퇴직으로 5년 내에 조합원 10% 이상이 탈퇴하고, 10년 내 25% 이상의 조합원이 탈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에 있어 청년 노동자 조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은 “청년이 노동조합에 계속 유입되는 것은 곧 노동운동이 지속하고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게다가 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많은 시간을 노동하며 살아갈 청년들을 노동운동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은 노동운동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청년이 바라본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청년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과 반대로 청년 세대에게 노동조합은 머나먼 존재, 아니 애초에 관심 밖에 있는 존재다. 노동조합은 빨강 머리띠를 두르고 팔뚝질을 하며 투쟁을 외치는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모습에서 청년들은 자신과 노동자를 일치시킬 수 없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청년들의 ‘말말말’

청년·여성·노동 기록 프로젝트 ‘소란’의 현정 씨(24)는 소란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을 자신과 상관없는 단체라고 여기며 살았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노동조합의 이미지는 과격하고 이기적인 집단인 경우가 많았고, 학교에서는 노동조합에서 주창하는 노동3권에 대해 자세히 배운 기억이 없다. “현재의 청년 세대들은 IMF 전후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왔기에 연대의 가치를 경험한 적이 없다. 팍팍한 현실, 좁은 취업 문 앞에서 구조의 문제나 타인의 어려움을 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청년들은 바쁘게 자기계발을 하여 나라도 잘살고자 하며, 또 누군가는 무기력에 빠져 당장 자신은 취업 자체를 못 하고 있는데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을 외치는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공감을 못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조합의 ‘투쟁 방식’이 청년들의 공감대를 사기 어렵다고 느낀다. 청년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권유하면 ‘위험한 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작년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한다든지…. 파업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 와중에도 그걸 꼭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조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노동조합, 노동운동에 관심이 없다는 데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다고 노동 문제 또는 노동 의제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을 자신의 권리로 여기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어 자신에게 닥친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된 단체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지금의 청년 세대라고 설명한다.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은 이 모든 게 ‘경험의 부족’에서 왔다고 진단한다. IMF 전후 태어난 청년 세대는 노동운동은 물론, 학생운동 경험도 드문 세대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목소리 내고’ ‘행동해본’ 경험이 드물고, 노동조합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청년조차 노동조합을 통해 ‘쟁취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머리로는 알아도 과거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선배들이 그랬듯 노동조합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 신정웅 위원장은 “청년들은 노동조합을 단결해서 자기 사업장의 기준을 정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단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크다”며 “때문에 노동조합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고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년 조합원이라고 해서 다르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이미 노동조합 울타리 안에 들어온 청년 조합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는 2019년 7~10월 조합원 2,685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 ‘공공운수노조 청년 조합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세대(청년 조합원)는 중·장년 세대(중·장년 조합원)와 비교했을 때 노동조합 필요성, 관심도, 간부 신뢰도, 만족도, 참여도 등 전반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노동조합 필요성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연령대 간 비교를 해보니 35세 미만이 다른 연령대보다 노동조합 필요성을 낮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5세 미만 역시 10점 만점에 평균 7.89점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9~10점대의 강한 필요성을 느끼는 적극적 집단을 살펴봤을 때 35세 이상 50세 미만은 61.5%, 50세 이상은 62.3%를 기록한 것에 비해 35세 미만은 45.5%로 조사돼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점대의 부정적 인식층은 35세 이상 50세 미만이 8.8%, 50세 이상이 3.8%인 것에 비해 35세 미만은 13.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과 별도로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전체 유효응답자 2,677명 가운데 10점 만점 평균 7.63점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노동조합이 실제 노동조건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35세 미만이 평균 6.99점으로 다른 연령대 평균(35세 이상 50세 미만 7.75점, 50세 이상 7.97점)과 비교했을 때 낮게 나타났으며,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노동조합이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 높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관심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유효응답자 2,675명의 평균은 7.51점으로 비교적 높은 관심도를 보였지만, 35세 미만은 평균 6.74점으로 조사돼 중·장년 응답자 평균(35세 이상 50세 미만 7.68점, 50세 이상 7.93점)보다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노동조합 활동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인 9~10점대를 선택한 연령대에서도 큰 격차를 보였는데, 35세 이상 50세 미만은 34.3%, 50세 이상은 42%가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인 것과 달리 35세 미만은 15.5%로 중·장년 응답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어 노동조합 활동 참여의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35세 미만은 △참여할 시간 부족(24.6%) △노동조합 자체에 대한 불신(17.0%) △권위적이고 경직된 노동조합 분위기(14.3%)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지난 2019년 한국노총도 청년 조합원을 대상으로 비슷한 인식조사를 벌인 바 있는데, 조사 결과 노동조합이 청년 조합원과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청년 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과 과제 :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인식조사에 참여한 청년 조합원의 75%가 평조합원이었고, 대의원이나 집행간부인 경우는 각각 약 11%에 불과했다. 노동조합 내 청년 활동가, 간부가 부족한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입사와 함께 자동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가 전체의 57.7%였고, 16%에 해당하는 응답자만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노동조합 내 의사결정기구를 다양한 세대로 구성(31.4%)하고 △온라인 소통(22.4%)이나 △조합원 모임 활성화(15.8%) 등에 노동조합의 역량이 투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참여와혁신> 203호(2021년 5월호)에서는 ‘청년은 노동조합이 어렵다①’에 이어 ‘노동조합도 청년이 어렵다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