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숙제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숙제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9.12 00:00
  • 수정 2020.09.11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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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21대국회 #국정감사 #전태일3법 #죽음의외주화 #택배노동자과로사

9월 2주 언박싱입니다. 여름이 끝나가는 모양인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말 비 소식을 앞둔 한 주입니다. 이번 한 주도 다양한 노동계 소식이 있었습니다. <참여와혁신>에는 한 주 동안 어떤 기사들이 있었을까요? 중요 기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해봤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이 주의 키워드 : 숙제

9월 2주의 키워드는 ‘숙제’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단어죠. 사전적인 뜻은 ▲복습이나 예습 따위를 위하여 방과 후에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 ▲두고 생각해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 ▲모이기 며칠 전에 미리 내어서 돌리는 시나 글의 제목 등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두 번째 사전적인 뜻인 ‘두고 생각해 보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숙제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끊임없는 숙제가 만들어졌다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지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최근 우리 사회 숙제가 더욱더 무겁고 많아졌다는 걸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숙제는 미루고 싶은 일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계속 미루고 미룬 숙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모습을 목격한 적 있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숙제’에서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풀어야 하지만 계속 미뤄두고 있는 숙제를 만나보겠습니다.

[9월 7일] 한국노총, 21대 국회 첫 국감 노동과제로 74개 선정
[9월 9일] 그때의 ‘시다’는 오늘날의 ‘특수고용노동자’로 … “전태일3법 절실”

한국노총이 국회가 풀어야 할 숙제를 발표했습니다. 10월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야 할 주요 노동과제인데, ▲코로나19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미이행 사항 ▲중대산업재해 기업처벌법 ▲투쟁사업장 현안 ▲회원조합 현안 ▲기타 등 6개 항목으로 만들어진 과제는 74개나 됩니다.

한국노총은 74개의 국정감사 주요 노동과제 중 ‘해고금지법 마련으로 일자리 보장!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발발한 우리 사회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지요. 이번 74개 과제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관련 상임위원회로 하는 안건은 36개입니다. 특히, 투쟁사업장 현안으로 분류된 4개 안건은 노조 무력화, 노조파괴와 관련된 안건이라고 하네요.

전태일3법 역시 올해 민주노총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숙제죠.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11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및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2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전태일3법 입법 운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주 진행하고 있는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이번 주에는 생활가전 판매‧점검 노동자가 목소리를 냈습니다. 50년 전 ‘시다’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코디코닥지부의 왕일선 지부장은 “우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교섭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교섭단위 분리신청 승인도 얻어냈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고 있는 코웨이는 벌써부터 교섭을 거부한 채 버티기에 돌입할 태세”라고 비판했습니다.

[9월 7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모 차량 행진··· “죽음의 행렬 멈춰라”
[9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서 또 한 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만큼 중요한 숙제가 있을까요? 이 같은 숙제를 모른 척 미루면 단순히 다음날 선생님에게 혼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죽는 문제로 이어지니까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물량이 폭증하는 추석 전 정부와 택배사에 실질적 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흰 국화꽃이 그려진 검은 현수막을 단 택배차량들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잘 알려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화물운송노동자가 설비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다단계 하청 구조가 발견돼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역시 “위험하고 무거운 스크루를 옮기고 결박하는 작업에서 미리 올린 스크루를 크레인으로 잡아주는 등의 안전조치까지 노동자 홀로 감당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외주업체와 특수고용계약을 맺은 이 노동자는 홀로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