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재단 라이더지원 첫 수혜자들 “정말 잘 썼습니다”
우분투재단 라이더지원 첫 수혜자들 “정말 잘 썼습니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0.20 14:17
  • 수정 2020.10.2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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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 장마 … 라이더 사고 증가에 우분투재단 50만 원 생계비 지원
​​​​​​​라이더 사고 설문조사 … 58%가 1년 미만 경력자 ... 라이더안전보장법 필요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교육장에서 진행된 ‘라이더 안전보장 촉구 공동기자회견’.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급하다 보면 사고가 납니다. 라이더들은 보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재도 마찬가지고요. 오로지 자기 돈으로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병원에 가보고 별다른 이상 없으면 그냥 다시 일하고요. 사고율은 높지만, 그것 때문에 일을 못 하면 수입이 떨어집니다. 우분투 재단에서 추석 전에 50만 원 지원해주셔서 정말 잘 썼습니다.”

공정영(52)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올해 3월과 6월 연이어 사고를 겪었다. 배달노동자 생활 3년에 6번의 사고를 당했다. 일각에서는 끊이지 않는 배달노동자 사고의 원인을 ‘과속’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의 노동자들은 과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사장 신필균, 이하 우분투재단)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교육장에서 ‘라이더 안전보장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우분투재단은 라이더유니온과 함께 2019년 10월 1일부터 배달노동자 자차수리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크게 ▲수리비공제회사업 ▲사회보험 및 운송보험 제도개선 ▲이륜차 표준공임단가·정비자격증제 도입 추진 ▲교통안전 교육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안정·조직된 사무금융노동자가 불안정·미조직 노동자인 배달노동자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자차수리비지원 사업 신청 링크)

우분투재단은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장마로 배달노동자 사고가 급증하면서 기존 사업 이외에도 사고라이더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1차로 9월 말 40명의 배달 노동자에게 50만 원을 지원했고, 2차 지원도 현재 준비 중이다.

누구나 쉽게 배달할 수 있다?
라이더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사고라이더 지원 사업에 신청한 70명의 배달 노동자를 대상으로 라이더유니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고가 난 배달노동자 중 57.6%(40명)가 경력 1년 미만의 저숙련자였다. 그중 경력 3개월 미만 배달 노동자는 36.6%(25명)에 달했다.

자료=라이더유니온
자료=라이더유니온

배달 사고가 미숙련 배달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직업교육이 전무하다는 점이 꼽힌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달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으면서 일정 수입을 거두기 위해서는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라이더는 이러한 ‘노하우’를 몸을 다쳐가면서 터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최근 배달대행업체의 무분별한 라이더 모집은 배달 사고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쿠팡이츠에서 배달을 하고 있는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A씨는 “최근 쿠팡이츠가 배달 파트너 모집 광고를 하고 있다”면서, “내용은 ‘쉽고 간단한 가입절차’, ‘2분이면 누구나 가입 완료’, ‘만 2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능’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충분한 안전 및 직업교육이 아니라 배달 업무를 ‘쉬운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영 조합원은 “라이더의 노동실태를 다룬 체험 기사가 최근 많이 나오는데 별로 좋지 않게 본다”면서, “우리는 생계로 일하는 것이다. 최소한 사계절은 겪어봐야 배달현장의 실태를 잘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배달시간은 라이더가 결정할 수 없다

또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의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시간압박’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품 수령부터 배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너무 짧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주문중개어플리케이션은 알고리즘을 통해 배달시간을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라이더유니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사고가 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시간압박’은 37.9%(25명)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상대방 과실(54.5%, 36명)이었고, 3위는 기상악화(24.2%, 16명)였다.

조합원 A씨는 “(쿠팡이츠에서) 배달시간 제한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니다. 고객에게는 도착 예상 시간이 표시는 돼 있는 상태”라면서, “알고리즘 시스템이 도출하는 배달시간은 배달 노동자가 제시한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사업자에 의해 제시됐다. 고용노동부에서도 배달시간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정훈 위원장은 “사고 라이더들이 산재나 손해보험을 통해서 충분한 보상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분투재단의 지원사업은 라이더들에게 큰 힘”이라면서, “라이더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간압박, 속도경쟁 정책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필균 우분투재단 이사장은 “일회성 안전교육이 아닌 라이더 안전보장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배달 노동자도 자신의 건강을 챙겨 안전운행을 해야 하고, 소비자 문화도 ‘안전하게 배달 해주세요’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