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필요한데… 관건은 ‘어떻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필요한데… 관건은 ‘어떻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28 17:56
  • 수정 2020.10.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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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 추진방향 토론회
“노동이사제의 실효성 담보할 수 있는 고민 필요해”
28일, 공공노련과 한국행정학회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 추진방향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8일, 공공노련과 한국행정학회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 추진방향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10월 28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 제출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운법 개정안)은 총 17건이다. 그중 6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대표발의한 공운법 개정안과 8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대표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발의됐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입법 추진 과정의 방향을 점검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28일,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박해철)과 한국행정학회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입법 추진방향 국회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 자리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김경협 의원, 박주민 의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함께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이 제기됐다.

1. 노동이사의 상임여부

먼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공공기관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며 “노동이사가 다른 비상임이사와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상임이사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제화 방향에 대해 발제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이사가 견제와 감시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어 비상임이사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임원선임에 대해 상법을 준용하기도 하는 상장공기업의 경우, 상법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따라 공기업에 고용된 직원을 노동이사로 선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2인 이상을, 500인 미만의 기관은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박태주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상임이사는 경영진이기 때문에 노동이사가 상임이사의 지위를 가질 경우, 감사위원으로서의 역할이나 경영진에 대한 감시, 견제의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 여부 및 노동조합과의 관계

이정희 박사는 “노조와 경영협의회, 노동이사의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며 “옥상옥의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 노동이사 대부분과 인터뷰한 결과, 노동이사가 느끼는 노동이사의 역할과 범위가 노조나 상임이사가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사업장 내에서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귀천 교수는 “노동이사와 노동조합의 관계를 단절시켜놓는다면, 노동이사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에 특칙을 마련하거나 노동조합의 임원 혹은 대의원은 노동이사 자격에서 제외하는 것을 명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치덕 공공노련 한국산업인력공단노동조합 위원장과 박태주 선임연구위원 역시 “노동이사의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박치덕 위원장은 “노동이사 역할수행의 실효성을 위해 조합원 자격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박태주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조합과 밀접한 관계 유지 및 노조와의 갈등 예방, 이사회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의 관점에서 조합원 자격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 노동법의 관점에서만 봐야할까?

이정희 박사는 “노동이사제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 일터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직접 참여해 발언함으로써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시경 단국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공운법 입법 취지 및 개정 취지가 구현되는 방향성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공부문 전체가 국민에게 좀 더 나은 공공서비스 공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공운법 개정과 발맞춰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사외이사제도 선진적으로 도입했지만 현재 사외이사제가 취지대로 이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노동이사제 역시 취지는 좋지만 현장과 동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 가운데서 속도조절이나 노동이사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귀천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법 위주로 분석했는데, 상법이나 공운법에 관련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상법, 공운법, 노동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측에서는 이재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인재경영과 과장이 참석했다. 이재완 과장은 “그동안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노사정이 긴 호흡으로 달려왔는데, 이제 국회로 넘어가는 단계”라며 “국회 안에서 입법이 잘 되도록 여야가 입장을 조율할 수 있게 정부 역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경사노위 내에서 노동이사제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러나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 의제로 노동이사제 말고도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임금제도 마련 역시 포함돼있어 현재로써 합의문 도출을 예단하기 어렵다. 해당 관계자는 “11월 21일이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 출범 1년이 되는 날이기에 합의문을 조율 중인 단계”라며 “어쨌든 노동이사제와 관련해서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영역이고 노정간의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