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동자들이 일터 밖에서도 목소리를 낸다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노동자들이 일터 밖에서도 목소리를 낸다면?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1.11 08:48
  • 수정 2020.11.1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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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해 여름,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1,500명 집단해고 사태' 이후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200일 넘게 투쟁했습니다. 이들은 청와대 앞과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여름을,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 안과 밖에서 가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광화문 세종로공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겨울을 났습니다. 그 사이 오체투지를 반복했고 대표자 단식까지 이어갔습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제가 기자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여러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힘들지 않다"고 했습니다. 특히 첫 투쟁장소인 청와대 앞에선 더 힘이 넘쳤다고 전했습니다. 오십 평생을 참고만 살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지금이 즐겁고 '그 맛'을 알아버린 이상 이전으론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마트 노동자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 10%가 안 되는 조직률로 일터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목소리를 갖게 된 노동자들은 스스로 일터의 민주주의를 앞당겼습니다. 

한편 더 나은 일터를 향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때로 조합원의 이익에만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도 이따금 목격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상상해봤습니다. 일터에서 자신의 목소리 를 낼 줄 아는 노동자들이 일터 밖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면? 만약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학부모 시민으로서 정치하는엄마들과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위해 끈질기게 매달렸다면? 일터 밖 민주주의도 더 강해질 겁니다. 또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들을 공유해본 노동자들은 보다 포용적이고 다원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노동자들이 일터 밖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참여와혁신은 '참여 민주주의의 학교'로 불리는 시민단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