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개정으로는 시민과 노동자 죽음 못 막는다”… 노동계 한 목소리
“산안법 개정으로는 시민과 노동자 죽음 못 막는다”… 노동계 한 목소리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1.16 17:44
  • 수정 2020.11.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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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론으로 채택해 통과시켜야”
장철민 의원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양자택일 문제 아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뜻을 모은 산업안전보건법 일부법률개정안(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장철민 민주당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될 예정이다. 이 소식에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안으로는 시민과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비상대책위원장 김재하)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은 “고용노동부와 민주당 정책위 그리고 국회의원 장철민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계가 한 목소리를 낸 이유는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산안법 개정안이 “시민재해는 나몰라라하고 노동자 시민을 우롱”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하한형 형사처벌 부재 ▲벌금 소액 인상 등 예방중심의 대책 부재 ▲중대재해 발생 대책 및 근로감독 지적사항에만 대표이사 의무 부여 등 경영책임자 처벌 의지 부재 ▲과징금 부과 대상 사업장 기준의 부적절성 등을 문제로 꼽았다.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안 추진 중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당론 채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 등을 요구했다.

16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장철민 의원실은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보건조치 의무 강화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벌금 하한형 도입 ▲3명 이상의 노동자 동시 사망 시 가중처벌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1년에 3명 이상의 노동자 사망 혹은 3명 이상의 노동자 동시 사망 시 최대 100억 원 과징금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다.

장철민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하진 않았다”며 “오늘부터 법안 발의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산안법 개정안은 오랫동안 정책위와 함께 준비해온 법안”이라며 “이미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안법 개정안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산안법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장철민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형사법의 영역으로 소관위원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인데 반해 산안법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장철민 의원실의 반응에 대해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안법 개정안은 근본적으로 동시에 갈 수 없다”며 “시민재해 내용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법사위에서 심사하지만, 일부 산업재해 내용에 대해서는 환노위에서 논의할 텐데 두 법안이 병합돼 둘 중 하나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쟁점 법안이기 때문에 산안법 개정안과 병합될 경우, 중대재해가 줄어들긴 힘들다”며 “게다가 산안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와 민주당 정책위에서 미는 법안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를 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한 것은 장철민 의원이 발의한 산안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12일, 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연대를 통해 구성한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 1호 법안이다. 산업현장 중대재해 예방 및 기업책임 강화TF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시민사회안전넷 등 모든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힘을 합쳐서 발의한 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보다 산안법 개정에 무게를 두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13일,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안법 개정 중 당론으로 채택할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국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박홍배 최고위원은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21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