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코리아노조, 성추행 의혹 관리자 고소
샤넬코리아노조, 성추행 의혹 관리자 고소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2.10 16:03
  • 수정 2020.12.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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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사가 조사 끄는 사이 2차피해도 발생···'샤넬미투' 돌입"
샤넬코리아 "이번주 내로 인사위원회 열릴 예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지부장 김소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 관리자를 고발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지부장 김소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 관리자를 고소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샤넬코리아 남성 관리자가 10년 넘게 여성 노동자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두 달이 흘렀지만 샤넬코리아는 '김앤장'이라는 외부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피해자 보호는커녕 2차가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샤넬코리아 노동자들은 해당 관리자를 10일 검찰에 고소하고 '샤넬 미투'(#Chanel METOO)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샤넬코리아지부(지부장 김소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A관리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및 형법상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샤넬코리아지부는 A관리자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제보를 모아 10월 14일 사측에 알렸다. 샤넬코리아지부에 따르면 현재 드러난 피해자만 15명, 피해 기간은 10년이 넘는다. 

피해자 ㄱ씨는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A관리자에 대해 "(성추행이) 매번 있었고 어깨동무나 포옹을 자주 하는데 주물럭거린다는 느낌을 받았고 팔 안쪽을 어디까지 만지는 건지 불편할 정도였다"며 "이 회사는 (성추행을 당해도) 숨죽이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샤넬코리아지부 지부장은 "A관리자의 성추행은 샤넬 현장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라며 "현장에 만연한 막말과 위계에 의한 폭언, 인격무시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이뤄진 사내 성폭력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샤넬코리아지부의 조사 결과 A관리자는 여성 직원의 어깨를 꽉 껴안고 20~30분간 매장을 돌아다녔고, 장난이라며 속옷을 당겼다 놓기도 했으며, 엉덩이를 쓰다듬거나 움켜쥔 적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샤넬코리아지부는 사측에 A관리자에 대한 즉각 조사를 요구했지만 두 달이 흐른 현재 조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사측에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조사를 하고 있단 이유로 '공정성' 차원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A관리자는 업무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소연 지부장은 "이제까지 회사는 징계절차가 착수되면 자택 대기발령을 내고 직무배제를 시켜왔던 관례와는 다르게 '업무조정' 조처를 했고, 여전히 가해자는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지난 6일 현재는 삭제된 '샤넬 성추행 사건의 전말', '현사태의 정리'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샤넬코리아지부는 이를 피해자들에 대한 2차가해로 규정했다. 해당 글엔 '사실이면 경찰에 고소해 봐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서다.

김소연 지부장은 "철저한 조사라는 미명하에 조사를 끌며 가해자를 수수방관해 2차가해까지 일어나게 한 샤넬코리아도 이제는 2차가해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미투운동 이후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기업이나 가해자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외부 법률기관에 모든 것을 의뢰하고 그사이 2차가해를 조직해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것"이라며 "샤넬코리아는 지금이라도 진상조사위원회에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기업 내부에 성희롱과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이야기한다. 디올, 겔랑 등 명품 화장품을 판매하는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노조 윤세나 부위원장은 "화장품 업계는 제품 특성상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뤄지는 직군이다 보니 수시로 성추행에 노출된다"면서 "미투 운동 이후로 그 모습이 사라지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어두운 곳은 어둡다. 우리 노조도 샤넬코리아가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나가는지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지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샤넬 미투'(#Chanel METOO)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형사고발 피해자들을 더 모으고 백화점,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에게 A관리자의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 서명도 받을 예정이다.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은 "회사 내 징계로 종결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 이렇게 고소까지 이어지고 샤넬미투로 번진 것은 샤넬코리아의 잘못된 고집과 소통의 부재, 진행 과정의 불합리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번 사건을 신속히 처리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객관적인 조사 과정와 정확한 조사 결과를 위해 신고 접수 즉시 해당 건을 조사할 외부 조사인을 지정했다"며 "외부 조사인은 신고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최근 공정한 과정을 거쳐 조사를 마무리 했으며 이번주 내로 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라며 "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회사는 즉각 관계 법령과 사규에 맞는 적절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