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8 15:43
  • 수정 2020.12.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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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는 노동법 적용받을 수 없나? ... '회색지대' 남겨둔 정부안
​​​​​​​플랫폼 기업이 단순 직업중개소? … 플랫폼 기업 면책 빌미될 것
ⓒ 참여와혁신DB

정부가 21일 발표할 예정이었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 언론에 일부 공개된 가운데, 주요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21일 제18차 일자리위원회 안건으로 갑작스럽게 추진하여 노동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대책이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의 범주에 포괄하여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보다는 상당 부분을 ‘개인 사업자’ 영역에 남겨뒀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은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와 플랫폼 산업의 지원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전부터 플랫폼 노동자가 제기해왔던 사회보험 가입 문제, 이륜차 보험 현실화 문제 등 일터안전, 사회안전망 부분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였다.

플랫폼 노동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

플랫폼 종사자는 주업‧부업 여부, 근무일‧근무시간 정도, 업무수행 자율성 등 구체적인 업무수행방식에 따라 전통적 의미의 노동자와 개인사업자 사이를 오간다. 이에 따라 전통적 노동자의 성격이 강한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개인사업자의 성격이 강한 플랫폼 종사자는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플랫폼 종사자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노동법적 보호를 우선으로 적용하고, 차후에 노동자성 논란이 큰 플랫폼 종사자에게는 다른 보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표준계약서’에 초점 맞추며, 기존 노동법제와는 분리하는 보호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종사자를 개인사업자로 전제하고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17일 긴급성명을 통해 “정부는 보호대책에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는 내용을 갑자기 끼워 넣어 발표했다”면서, “이는 플랫폼노동자를 별도의 신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특고노동자 20년의 역사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계도 정부 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18일 “고용노동부는 갑자기 지난 8월 이미 종료된 일자리위원회 ‘플랫폼노동과 일자리TF’ 논의 결과에 따른 대책이라면서, 사전 협의된 바도 없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서면 심의 안건으로 상정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보호 대책은 본질적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별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또한 18일 “일자리위원회 안건으로 제출된 이른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은 플랫폼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관련하여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임에도 당사자인 플랫폼노동자를 비롯하여 노동계와 제대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 추진했다”면서, “이미 노동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난 플랫폼 기업의 변칙적 고용을 인정하고 확산 추세에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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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노동자성 판단?

또한 여기서 논란을 더 크게 하는 건 노동자성 판단이 근로감독관에 맡겨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1년 상반기 중 근로감독관의 노동자성 판단을 돕기 위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법령해설집' 발간을 고려했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규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지금까지의 노동자성 판단은 과거의 기준이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할 과제는 플랫폼이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통제와 경제적 종속 문제”라면서, “(플랫폼 종사자는 법적으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되, 독립적인 개인사업자로 보려면) 기업이 자신이 사용하는 노동자가 근로자가 아닌 독립적인 개인사업자임을 입증하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최근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의 정책처럼 플랫폼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입증을 사용자에게 전환시키고, 사업주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상 보호를 확대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플랫폼 종사자 단체는 노동조합 아닌 다른 단체?

정부의 안에는 플랫폼 종사자의 이익대변을 위해 단체설립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어려운 플랫폼 종사자의 처우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는 단체교섭권이 없다. 노동계는 이러한 정부안이 플랫폼 종사자의 단결권을 저해하고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노동자는 이미 노조를 통해 기업과 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임의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기업이 법적 강제성을 가진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는 게 아니라 친기업 성향의 단체와 자율협약을 맺고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이외의 단체 설립을 촉진·지원하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대체하는 협의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을 보호하고 촉진하는 제도가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을 약화시키는 반노동조합적 정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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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 과연 ‘직업중개소’인가?

플랫폼 기업의 성격을 단순히 ‘직업중개업’으로 규정한 문제도 있다. 정부 안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구체화할 방안으로 직업안정법에 ‘플랫폼 신고 의무’를 신설하여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 ‘노무중개‧노무제공 플랫폼’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은 단순한 직업소개소가 아니다. 플랫폼기업은 알고리즘과 실시간 요금제, 평점 시스템으로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고 이윤을 창출한다”면서, “세계 최초로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을 직업소개소도 규정해주면 책임질 기업을 빼놓고 어떻게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플랫폼 기업을 단순히 노무중개·제공하는 ‘직업소개소’로 인정, 신고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법개정 방안은 노동력을 사고파는 거래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둔 직업안정법의 본질적인 입법목적을 몰각한 위험성이 있다”면서,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사실상 면탈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 안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양대 노총은 정부가 해당 안을 강행할 경우, 일자리위원회 참여 재검토를 포함해 적극적인 대응을 취할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