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만드는 플랫폼종사자법?
‘제3지대’ 만드는 플랫폼종사자법?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7.14 19:55
  • 수정 2021.07.14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랫폼 노동 입법 논의 시작 … 장철민‧임이자 안 환노위 법안 심사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 입증 방안 크게 열어줘야
‘라이더 안전과 생존권 확보를 위한 쿠팡배민라이더 규탄대회’에 참석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옆으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DB

단추를 끼우는 데에는 시작이 중요하듯이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도 처음이 중요하다. 첫 걸음이 어긋나면 다시 고치고 해결하기도 어렵다.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결정하는 두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된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의 우려가 적지 않다. 노동자가 아닌 그 아래의 제3지대로서 플랫폼 종사자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우려다.

7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송옥주)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플랫폼종사자법)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발의, 특수고용특별법)의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플랫폼 노동자 좌우할 두 법안

특수고용특별법은 현행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주에 디지털플랫폼근로종사자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서면 계약 체결, 부당계약 해지 제한, 연차 휴가 지급 등 기존 근로기준법상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부여했다. 또한 단체의 조직‧가입, 협의 권한, 조정‧중재 등을 가능하도록 하여 기존 노조법상의 권리를 일부 보장했다.

이에 반해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종사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범주에 포함하기보다는 플랫폼 운영자와 플랫폼 이용 사업자, 플랫폼 종사자를 각각 규정했다. 플랫폼 종사자는 ‘플랫폼을 통해 중개·알선 받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뜻한다.

플랫폼 운영자와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차이는 ‘실질적으로 노무제공방식 등을 정하는 여부’에 따라 갈린다. 플랫폼 종사자의 보상이나 일의 수행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 플랫폼 이용 사업자가 된다.

여기서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운영자에게는 ▲노무배정, 평가 등 정보 제공 ▲공제조합 설립(자발적) ▲개인정보 보호 및 분쟁 해결 노력 등 의무를 지웠고, 플랫폼 이용 사업자에게는 공정한 노무제공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부당한 업무수행 요구, 안전‧건강 등 종사자 권익보호 등 사용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특고’ 개념은 유효하지 않다

두 법안 모두 노동조합법 및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보호를 플랫폼 종사자에게 부여한다. 다만, ‘노동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혹은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한다. 실질적인 근로관계상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하는 ‘오분류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이다.

특수고용특별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디지털플랫폼근로종사자’를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勞務)를 제공하는데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정의한다(2조).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야만 해당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권오성 교수는 “종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이미 노조법상 근로자로 노동법의 적용대상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노조법의 적용을 받게 된 근로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정엽 본부장 역시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법안”이라며 권오성 교수와 입장을 같이 했다. 유정엽 본부장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관계법 및 사회보험법 적용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법안이 될 우려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수고용특별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요건 중 전속성과 상시성 규정에 대한 우려도 제시했다. 남궁준 부연구위원은 “현재 특고법의 개념정의에는 전속성, 상시성이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반에는 나름 일리가 있고 합의된 사항이지만, 2021년에는 전속성과 상시성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크다. 삭제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 ‘단결투쟁’ 띠를 맨 빈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주변에서 온라인 중계 형태의 배민라이더 배달노동자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DB

논란 많은 플랫폼종사자법

이에 반해 플랫폼종사자법은 ‘유리의 원칙’을 적용했다. 유리의 원칙이란 플랫폼 종사자가 반드시 플랫폼종사자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에게 더 유리한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3조). 플랫폼 종사자가 어떤 법의 적용을 받을지는 고용노동부 산하 자문기관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권오성 교수는 “(유리의 원칙은) 플랫폼종사자법이 기존 노동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특별법이 아니라, 기존 노동법의 적용에서 제외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잔여적(residual), 보충적(補充的)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된다”면서, “따라서 플랫폼종사자법이 플랫폼 종사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다는 일각의 주장은 적어도 법제 이론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정엽 본부장은 “노동계 입장은 플랫폼 종사자들도 역시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여 기존 노동관계법에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플랫폼종사자법이 제3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유정엽 본부장은 “위 법률안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우선으로 하고, 법의 적용대상을 판단하기 위한 자문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 법의 적용 자체가 원칙적으로 현행 노동관계법 적용이 배제되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법의 적용배제 대상임을 공식화하고 이들을 노동법이 아닌 제3의 법 영역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법과 같은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독일의 사례와 같이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AB-5법은 독립적 자영업자인지 노동자인지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사용자의 업무 지시를 받지 않을 경우 ▲통상적인 사업범위 외 업무수행 ▲기업과 독립적으로 설립된 사업에 종사하는지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노동자가 맞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성 입증 수월하게 해야

한편, 배달노동자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도 13일 성명서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로 규정되는 노동자만을 별도의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제3의 지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면서, “스스로 근로자라고 확인받기 위해 노동청과 노동위원회, 법원을 수년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란 그냥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혹은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통해서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끔 돼 있지만, 법적 공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유리의 원칙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오민규 노동자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유리의 원칙이 의미가 있으려면 최소한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의제하는 명문의 규정(입증책임 전환 포함)을 두든지 빠른 속도로 노동자성(근로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제도를 둬야 하는데 그 점은 완전히 비어 있다”면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 법은 ‘제3지대’를 설정하는 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에 대해 권오성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상 지위를 조작하여 노동법을 회피하려는 플랫폼 기업들의 ‘규범회피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오분류를 교정”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며,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깨뜨리고 싶은 당사자에게 반증의 입증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첫 노동절을 맞이한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DB

경영계에서는 반대

경영계에서는 두 입법안에 대하여 반대 의견을 명확하게 밝혔다. 특수고용특별법에 대해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서 노조법상 보호에 준하는 보호 법안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에 대해서 이준희 팀장은 “플랫폼 노무제공 관계의 특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전근대적인 규율 방식을 택하여 제정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유리의 원칙’에 대해서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며, 적용체계의 혼란을 초래하여 법적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 문제가 필요하다면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요한 법률적 판단을 정부 산하 자문기구에서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