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패싱하는 일자리위원회 …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강행
노동계 패싱하는 일자리위원회 …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강행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21 15:48
  • 수정 2020.12.2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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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는 노동법 적용 못 받는다? … 노동계 우려에도 의결
​​​​​​​노동계, 일자리위원회 ‘무소용’ 규탄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 규탄’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플랫폼 종사자를 ‘특별법’의 형태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아 노동계에서 큰 비판을 받은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 원안에서 큰 수정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노동계는 예고했던 대로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재검토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21일 오전 10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제18차 일자리위원회를 비대면으로 개최해 안건을 의결했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하나로서 일자리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한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부위원장, 관계부처 장관(11명), 정부출연연구기관(3명), 일자리수석비서관, 근로자대표(3명), 사용자대표(3명), 민간노사전문가(7명) 등 30명이 참여한다.

논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제18차 일자리위원회의 안건은 ‘사람 중심 플랫폼 경제를 위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터혁신 추진 방안’, ‘콘텐츠 산업의 일자리 창출 및 안전망 강화 방안’ 등이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의결 전에 해당 안건을 17일 참여 위원들에게 서면으로 발송해 심의를 요청했다.

노동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노동계는 서면 발송 직후부터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이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안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양대 노총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의 수정이 없을 경우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는 20일 큰 수정 없이 언론에 정부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고용노동부에 전담부서를 설치하여 플랫폼 종사자 업무를 총괄하도록 하는 한편, 제정 법안에 대해서도 노사단체 및 전문가 등과 충분히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위원회 무소용?

노동계에서는 일자리위원회가 ‘무소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의결이 된 상태다. 노동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뒤집어지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일자리위원회 참여 재검토까지 포함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제17차 일자리위원회를 “존재의미가 없다”며 보이콧한 바 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요구했던 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의결됐다”며 “(일자리위원회 참여 관련해서) 지난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참여중단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자리위원회에서 노동계와 소통이 많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자리위원회는 “원래는 본회의를 개최해서 안건을 심의해야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서면회의로 대체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양대 노총은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차후 입법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양대 노총의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노동자, 노동법 보호 받아야

일자리위원회 의결 직후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와 라이더유니온 등은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플랫폼노동자는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노동법을 적용하면 된다”면서, “(정부의 대책은) 플랫폼 노동자들 노조하지마라. 교섭할 수 없다. 주는 대로 받아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는 플랫폼업체의 고객이 아니라 노동자다. 그동안 라이더유니온은 근로자성 문제를 예민하게 다뤄왔다. 특고노동자처럼 플랫폼노동자라는 새 계급이 탄생할까봐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라면서, “고용노동부 대답을 보니 사회적 대화포럼에서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렇게 플랫폼업체에게 홍보해주는 식으로 사회적 협약을 사용한다면 당장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표준계약서는 쓸 수 있고 사회적 협약도 할 수 있는데 교섭은 못한다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테이블에 앉아서 그냥 이야기만 들을 뿐”이라면서, “단체교섭을 하지 않으면 대리운전 노동자의 생존권은 하나도 나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위원회 근로자대표를 맡고 있는 조돈문 한국비정규센터 공동대표도 “플랫폼노동자에는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기사, 웹툰 작가, 배달원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분들이 특별법 형식의 보호 방식을 반대한다”면서, “정부안은 지금 현재 있는 노동조합법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05년 기간제법 개악 이후 15년을 기다렸다. 이제 와서 하는 게 비정규직 중 일부만 노동3권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법 2조 개정하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권을 약화시키고 플랫폼업체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보호대책을 일자리위원회에서의 이틀간의 서면 심의 및 의결이라는 요식절차를 거쳐 확정했다”면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비정규직 및 여성 관련 일자리위원들이 문제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고 안건 처리에 반대했음에도 ‘전문가와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발표하는 기만까지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고‧플랫폼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플랫폼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조법 2조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