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하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하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12.31 18:36
  • 수정 2020.12.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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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공무원노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프라 확보가 우선”
노동계, “공무원 책임자 처벌 반드시 포함해야”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공무원 처벌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지부장 지영석)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제정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포함된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며 삭제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인력 등의 보강이지 (공무원) 처벌조항의 신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지부는 “500여 명인 산업안전감독관이 30만 개 이상의 사업장을 감독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은 가혹한 횡포”라며 “산업안전감독관의 획기적인 보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지부는 “지금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지방고용노동청은 일상 업무를 할 수 없을 만큼 시달리고 있다”며 “해당 조항이 확정된다면 재해 발생 시 담당 공무원에 대한 소송은 필수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산업안전감독관에 대한 △높은 수위의 권한 부여 △자율성 강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영석 지부장은 “문제 사업장에 대해서 지금처럼 ‘시정 지시’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과태료 부과 등 형사 처벌 쪽으로 접근하도록 권한을 강화해준다면 업무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감독 물량을 맞추려다 보니 감독관으로선 실제 문제가 될 사업장을 찾아다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지영석 지부장은 “법이 빨리 통과해서 사망사고가 줄어들기 바라지만, (공무원 처벌 특례 조항으로) 열심히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공무원 처벌 조항이 삭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노동계에선 줄곧 공무원을 처벌하는 조항이 담긴 법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31일 오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하며 ‘공무원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동일한 노무에 대한 민간과 공적 영역의 처벌이 다를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부수정안이 공개되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경영책임자 처벌 강화 ▲형사처벌 명시 ▲발주처 처벌 ▲공무원 책임자 처벌 ▲인과관계 추정 도입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모든 공무원노조들이 공무원 처벌 조항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10만 노동자와 시민들이 입법청원으로 발의한 원안을 국회에서 즉각 입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무원 처벌 조항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5개 법안에는 업무의 결재권자인 공무원이 중대재해를 야기한 경우 벌금‧징역형을 처하는 조항이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청원안 ▲강은미 의원안 ▲박주민 의원안 ▲이탄희 의원안 ▲박범계 의원안 등이다. 반면, 28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형법 122조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