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피해자‧유가족 “중대재해기업‘보호법’ 안 된다!”
참사 피해자‧유가족 “중대재해기업‘보호법’ 안 된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1.04 22:20
  • 수정 2021.01.04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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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유가족 “10만 국민동의청원 원안대로 제정해야”
정의당 3인, 강은미 원내대표 이어 단식 농성 시작
중소기업단체, 여야 방문해 제정 중단 요청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재난참사 피해자 입장발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재난참사 피해자 입장발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가습기살균제, 스텔라데이지호 등 재난 참사 피해자 및 유가족들이 “10만 국민동의청원으로 발의된 청원안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피해자 및 유가족들은 “참사는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조순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표는 “현재진행형인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전형적으로 대기업이 내던진 참사”라며 ”(정부는) 대기업‧중소기업들이 반대하는 상황을 이용해 시민재해라는 문구로 함축하지 말고 원안대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일본에서 15년간 운항하다 폐선하려던 낡은 유조선 스텔라데이지호를 중국에서 개조해 화물선으로 운항하도록 승인해준 곳도, 선박안전검사를 제대로 시행할 책임이 있음에도 위탁업체에 내맡기고 나 몰라라 했던 곳도 대한민국 정부”라며 “기업과 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법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7월 춘천에서 과학봉사활동을 하던 중 산사태로 사망한 인하대 학생 10인의 유가족도 공무원 처벌 조항을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서면을 통해 산사태가 반복되는 곳에 배수로도 없이 숙박업소 설립을 허가한 춘천시,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산을 부실 관리한 강원도에 책임이 있다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의당에선 강은미 원내대표를 대신해 김종철 당대표와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응호 노동본부장이 국회 본관 앞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단식농성 23일째인 2일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들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까지 단식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종철 대표는 “정의당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목숨에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영 수석부대표는 “2021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정되는 법안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에선 28일에 제출된 ‘정부안’을 중심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에선 ▲중대재해 인정 범위 ▲기업규모에 따른 처벌 적용 범위 ▲사업주‧법인 처벌 ▲공무원 처벌 수준 등의 조항이 대폭 조정되거나 삭제됐다. 노동계를 비롯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는 단체들은 정부안을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중 ‘최악의 법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5개 중소기업단체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방문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대표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라면서 “제정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반복적인 사망사고만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다루고 기업이 명확하게 규정된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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