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2.17 15:21
  • 수정 2020.12.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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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청년단체·민중공동행동 등 국회 앞 기자회견 잇달아
12월 17일 오전 11시 42개 청년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더불어민주당이 정책 의원총회를 여는 12일 17일, 국회 앞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연이어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의총에서 박주민, 이탄희, 박범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다루기로 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각각 기자회견을 가지고 국민청원 10만 명으로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학자·전문가의 공동선언, 오전 10시 30분에는 민중공동행동의 500인 동조단식 기자회견, 오전 11시에는 청년단체 긴급 기자회견, 오전 11시 30분에는 4.16연대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12월 17일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과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국회 앞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7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12월 17일 오전 이어진 국회 앞 기자회견을 모았다.

“국회는 약속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학자·전문가 공동선언

학자·전문가들은 오전 10시 공동선언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재촉했다. 학자·의사·노무사 등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탐구했던 전문가 2,164명이 공동선언에 참여했다. 이들은 “반복되는 산재와 참사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기업이 법을 위반한 결과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 들어도 아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비극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모든 기업에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동선언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는 사회가 아니라, 조직이 나서서 같이 돌보지 않으면 조직이 살아남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며 “산재에 대한 지원과 처벌이 단순히 중대재해의 수습이 아니라 그 재해의 원인에 대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발언을 통해 “다른 용균이들이라도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 꼭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싶었다”며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을 때 많이 분노스러웠다. 오늘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한다고 하는데, 회기 내 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학자·전문가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할 것 ▲산재사망이 집중되고 있는 50인 미만 소기업에 대한 유예기간 없이 전면 적용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12월 17일 오전 10시 30분 민중공동행동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500인 하루 동조단식 진행'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민중공동행동,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로 유가족 단식 멈추게 하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앞에 선 민중공동행동은 500인 하루 동조단식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2월 24일 1,000인 하루 동조단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중공동행동은 “고 김용균 열사의 모친인 김미숙 어머님의 무기한 단식농성에 미력하게나 힘을 보태고자 왔다. 민주당은 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50인 이하 사업장에서의 법 적용 3년 유예와 같이 법안의 취지를 훼손하는 시도를 멈추고 제대로 된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며 “한 해 2,500명,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죽어나가는 이 참담한 현실이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이유”라고 꼬집었다.

단식 중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도 발언에 나섰다. 이용관 이사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조항 하나하나는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졌다. 조항 글자 하나도 손대지 말고 원안대로 통과시키라”고 당부했다. 

12월 17일 오전 11시 42개 청년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다시는 청년이 일하다 죽지 않게” 42개 청년단체들도 나섰다

“김동준, 김용균, 김재순, 김태규, 이민호, 이한빛, 장민순.
이 청년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애달프다. 그날 일터에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면, 오늘 살아있다면 알지 못했을 이름이다. 같은 하늘 아래서 모르고 사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을, 이들은 죽음으로 우리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42개 청년단체들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가지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부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비판했다. “법안을 제출한 의원들, 유가족에게 제정하겠다고 공언한 의원들을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12월 9일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무산됐다. 그 다음 날인 12월 10일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2주기였다.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법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두가 법안을 발의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정을 약속하기까지 했지만, 끝내 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도 “지금까지 반복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우리 부모님들이 혹한의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서 조금의 문화라도 바뀌면 정말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살아갈 수 있다. 퇴근할 수 있다”며 “우리들의 퇴근을 위해서, 유가족분들의 단식이 빨리 멈출 수 있도록 이번 회기 내에 제정되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12월 17일 오전 11시 30분 4.16연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해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를 막아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4.16연대 “지금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의 참여단체로 활동하는 4.16연대도 오전 11시 30분 '안전한 사회를 위해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를 막아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앞으로 왔다. 생명과 안전이 이윤보다 중요시되는 사회를 멈추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사는 삶은 지옥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사람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지만 어떤 것이 달라졌냐”며 “사람의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21대 국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제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장도 “세월호 참사와 산업재해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돈이 우선인 사회, 사람이 희생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유가족들이 나섰다”며 “1월 8일까지가 임시 국회 회기다. 지금 노동계뿐 아니라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고 있다. 미루지 말고 즉각, 바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임시국회 회기 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의 바람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국회의원들 간의 의견 차가 크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중소기업 적용 유예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져 오후 3시 현재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임시국회 회기 내에, 그리고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바라는 대로 실효성을 가진 법안으로 제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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