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처벌 기준 강화 예고...‘다수범’‧‘5년 내 재범’에 가중처벌
산업재해 처벌 기준 강화 예고...‘다수범’‧‘5년 내 재범’에 가중처벌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1.13 09:58
  • 수정 2021.01.1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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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기준 적용 대상에 도급인 포함
다수범‧5년 이내 재범은 최대 징역 10년 6개월
피해자 과실‧공탁금은 감형 사유 제외
작년 12월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작년 12월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한 사업주와 도급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안이 발표됐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권고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산업재해 발생 시 산안법을 적용받는다.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12일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은 11일 열린 양형위원회 제107차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양형위원회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거나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새롭게 포함해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법관은 ‘특별가중인자’와 ‘특별감경인자’ 여부 및 개수에 따라 기본 형량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상당한 과실이 있는 경우’는 특별감경인자에서 제외했다. 사고 발생 시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과실을 살피게끔 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감경인자 중 하나인 ‘상당 금액 공탁’도 삭제했다. 그간 사고 발생 후 피해자‧유족과 합의 없는 일방적인 공탁금이 ‘솜방망이 처벌’로 흐른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자수, 내부 고발 등은 특별감경인자에 추가했다. 기업범죄 양상을 띨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범죄의 특성상 범죄에 가담한 사람의 수사 협조가 범죄 전모를 밝히는 데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징역형의 형량 범위는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이 되는 기본 형량은 1년~2년 6개월(기존 6월~1년 6개월)로 수정했다. 가중 형량은 2년~5년(기존 10개월~3년 6개월)으로 했다. 죄질이 좋지 않은 ‘특별가중영역’에 해당하면 법정 최고형인 7년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특별가중영역은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두 개 이상 많을 경우를 말한다. 같은 범죄를 두 개 이상 저지른 다수범이거나 5년 이내 재범이 발생한 경우에는 각각 최대 징역 10년 6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5년 이내 재범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판결에 따라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다.

자료=양영위원회
자료=양형위원회

오직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양형기준 적용 범위도 확대했다.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은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과 도급인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현장실습생에 대한 사고도 양형기준에 따라 사업주와 도급인을 처벌하도록 했다.

다만,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는 범죄에 한정해 양형기준을 설정했다. '안전‧보건조치의무가 복잡하고 다양해서 전부에 대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대다수 선고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에 그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양형위원회는 2월 초 공청회 등을 거쳐 3월 29일 수정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한편,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새로운 양형기준이 실효적이지 못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12일 논평을 내고 “여전히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하고 있어 산안법 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기업범죄의 성격을 가진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실제 재판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택하면 그만”이라며 “그간 산업재해 범죄 관련 비판의 초점이 징역형이 아니라 벌금형 선고 즉,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늘 발표된 양형기준안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반쪽짜리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월 진행되는 공청회에 적극 개입해 산업재해 범죄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실질적 처벌을 하고,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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