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으로 변질시키지 말라”
“중대재해처벌법,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으로 변질시키지 말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1.08 22:09
  • 수정 2021.01.08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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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에 권리찾기유니온 반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많아질 것”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위원장 한상균, 이하 권유하다)가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 처벌, 5인미만 제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 거부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서류상 사업장을 쪼개는 등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1월 8일 가결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경영책임자의 처벌 규정이 제외됐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 운동을 진행해왔던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위원장 한상균, 이하 권유하다)는 국회 앞에서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결국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확산시키고, 죽음마저 차별당하는 국민들의 수를 더욱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야간근로를 원하여 야간근로 수당을 요청했다가 해고당했습니다. 실제로 근무는 5명이서 했고, 한 사람이 업무지시를 했는데 사업장 2개로 인원을 쪼개 놓았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업장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니 너무 끔찍합니다. 제대로 된 법 규정을 촉구합니다.”

“현 상황도 이렇게 악덕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기승을 부리는데 겨우 진행되고 있는 법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엉터리로 제정된다니요. 과연 내 가족, 친구가 이런 일을 겪었다 해도 흐지부지 될까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고발운동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음성 녹음을 통해 우려를 표했다. 권유하다는 지난해 2월부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권리찾기 운동에 돌입하고 온라인 제보 등을 통해 고발접수를 해온 바 있다. 권유하다가 조사한 사례에 따르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 직영사업장·외국계 무역상사·대형 쇼핑몰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대다수가 서류상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으로 위장한 사례였다. 사업장을 10개 이상으로 쪼갠 경우도 조사됐다.

권유하다는 국회에서 가결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유하다는 “차별받던 노동자부터 다시 손쉽게 차별하는 못된 습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업주들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못된 관행을 국회가 나서 대놓고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업종으로 퍼지고 있고 최근에는 대기업들까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고발당한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꽁꽁 숨겨두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비로소 국회 문턱을 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이제 함부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위원장 한상균, 이하 권유하다)가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진행한 “중대재해 처벌, 5인미만 제외?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 거부한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뉴스특보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권유하다는 기자회견 말미에 ‘유예·제외로 누더기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통과’ 등이 적힌 뉴스특보 피케팅을 진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국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채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특보’였다.

한상균 권유하다 위원장은 “한 해 400명이 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 기업들이 이제는 너도 나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서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을 청와대와 국회가 기업과 합작으로 만들었다”며 “권유하다는 당사자들과 함께 노동하면서 죽지 않을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새해를 맞아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한 권유하다는 이제 노동조합으로 5인 미만 사업장 권리찾기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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