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차별법’이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차별법’이 되었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1.26 14:08
  • 수정 2021.01.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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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찾기유니온, “5인 미만 사업장 빠진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
작은 사업장 노동자 기본권·평등권 침해 …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권리찾기유니온이 1월 26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 기자회견 참가자는 중대재해처벌법안에 X표를 해 놓은 손팻말을 들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시민 미만의 존재인가’, 이 한 문장이 사건 청구의 전부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보호받을 권리를 단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도저히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중대산업재해로 가장 많이 죽고 중상해를 입는 5인 미만 사업장에게 법률이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합니다.”

권리찾기유니온(위원장 한상균)이 “5인 미만 사업장이 배제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 법률”이라며 헌법소원 청구에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않은 법률이고, 평등권까지 침해한 ‘차별법’이라는 지적이다.

헌법소원 청구인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다. 권리찾기유니온은 1월 26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가지고 “5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3분기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보면, 5인 미만 사업장 재해자는 24,730명, 사망자는 375명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제5조) ▲처벌(제6조) ▲중대산업재해의 양벌규정(제7조) ▲안전보건교육 수강(제8조) 등의 규정 전반을 적용하지 않는다.

청구서 접수를 대리한 ‘법무법인 여는’은 “똑같이 중재산업재해로 사망 또는 중상해를 입었음에도,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재판절차에서 피해자로서 진술할 수 있는 반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말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하여만 진술할 수 있다”며 “그것도 처벌의 성립여부 및 범위, 처벌 정도가 확연히 달라 실제 처벌 여부와 정도가 불분명하다. 그것으로 만족하라고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1월 26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소원 청구를 하게 된 까닭을 설명했다. ㅌ텔레콤에서 일하는 최원상 씨는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한 채 차별받으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중대재해에 있어서도 배제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주는 위험과 사고를 쉽게 외면할 것이고,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결국 책임은 노동자가 지게 될 것이 뻔하다. 더는 입 다물고 죽을 수 없어 헌법소원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인 ㅈ운수의 김성호 씨도 “회사가 사업장을 쪼개 10년을 일했는데 휴가 한 번 없었고, 새벽부터 휴게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다. 이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도 빠졌다”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다쳐도 좋다는 말이냐. 대한민국 헌법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되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차별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월 25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에 함께할 공동청구인단을 모집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대재해 적용제외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1월 26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