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0기 ‘양경수’호 출전(出戰)하다
민주노총 10기 ‘양경수’호 출전(出戰)하다
  • 이동희 기자,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1.05 00:00
  • 수정 2021.01.04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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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대화’와 더욱 가까워진 ‘투쟁’ 속 100만 총파업 실현될까
조직화, 산별노조 강화 등 풀어나갈 과제는?

[리포트] 민주노총 10기 집행부 출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10기 임원선거 결과,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양경수 신임 위원장은 앞으로 3년 동안 민주노총의 수장으로 당면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예정이다.

현재 민주노총 앞에는 제1노총으로서 역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위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동운동,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정비, 차기 대선 및 지방선거 정치방침 확립, 노사·노정 관계 지각변동 등 적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양경수 위원장의 후보 시절 공약인 ▲2021년 11월 100만 총파업 조직 ▲코로나19 시대 필수노동자 공동투쟁 ▲민주노총 방송국 설립 ▲고등학교 노동인권 교과과정 ▲2030 청년 임원 할당제 도입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의 실현도 민주노총 앞날에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 참여와혁신 포토DB

“지금 민주노총에게 필요한 건 대정부 투쟁”

지난해 7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실패한 민주노총을 두고 위기라는 진단이 쏟아졌다. 언론에서는 연일 ‘또 뛰쳐나온’ 민주노총이 제1노총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했고, 이로 인한 정부의 ‘민주노총 패싱’ 가능성도 제기했다.

외부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비교적 담담했다.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5개월 남짓 임기를 남기고 총사퇴했고, 곧바로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 체제가 들어섰다.

일련의 사태가 조직 내부에 상처를 남기긴 했으나 크고 작은 굴곡이 많았던 민주노총 25년 역사를 뒤돌아봤을 때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위원장, 그에 따른 직무대행 또는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운영은 민주노총에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지난 25년 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경우는 7기 신승철 위원장 한 번뿐이었다. (그마저도 직선제 도입을 위한 과도기였기 때문에 7기 신승철 위원장의 임기는 1년 6개월의 단축 임기였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민주노총은 단호히 위기설을 일축했다. 김재하 전 비대위원장은 “위기라기보다는 혁신과제들이 드러나는 과정이었다”며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이른바 ‘민주노총 사태’가 안 생겼으면 좋았겠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생산직과 사무직,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등으로 이루어진 조합원들의 결집체인 만큼 쟁점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은 늘 있었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밖에선 위기로 보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조건과 탄압도 이겨내고 100만 조직이 된 민주노총은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김재하 전 비대위원장은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치러진 민주노총 10기 임원선거에서 기호 3번 양경수-윤택근-전종덕 후보조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후보 시절 양경수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자주성, 연대성, 변혁성이 약해졌다”며 “힘을 키우지 않고 교섭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조합원이 주인이 아닌 구경꾼처럼 되었다”고 민주노총을 평가했다. 이어 양경수 위원장이 평가를 토대로 내린 처방은 “투쟁의 원칙과 관점을 바로 세우는 거침없는 투쟁”이다.

사회적 대화는 멀어졌다. 양경수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들이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일정 정도 갖고 있을 때, 민주노총이 절박하게 투쟁해서 의제를 사회화하고 절대적 여론을 등에 업었을 때, 정부나 사용자들이 대화하자고 요구할 수밖에 없을 때”가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 지형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기에 짧은 시간 안에는 민주노총에서 사회적 대화를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물론 당장 민주노총 앞날에 ‘사회적 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민주노총 앞에는 여러 과제가 놓여있고, 후보 시절 공약이 어떻게 실현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양경수 위원장의 후보 시절 발언 및 인터뷰를 토대로 민주노총이 가까운 미래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추려 보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양경수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조직화 방안

투쟁은 검증된 조직사업 방식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비조합원이 90%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선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열심히 하고, 그들에게 직접 손잡고 ‘같이 합시다’ 제안하는 사업도 많이 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장 열악하기도 한 ‘필수노동자’인 택배·요양·돌봄·배달·콜센터 노동자들 조직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전태일3법 쟁취를 통해 근로기준법, 노조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개정되어야 한다. ‘누구나 노조 할 권리가 생긴다’면 민주노총 조합원은 200만 시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10년 뒤인 2030년에는 노조 조직률을 30%로 만들 구상이다. 새로운 전략도 필요하다. 동네마다, 학교부터, 내 마음속의 민주노총을 만들어야 한다. 동네마다 민주노총 지역 단위 협의회를 두고, 취준생인 특성화고부터 노조로 조직화하며, 전문적인 민주노총 방송국(유튜브)을 두어야 한다. 씨줄과 날줄을 튼튼히 해야 조직률을 높일 수 있다.
 

산별노조 강화

대외적으론 산별노조 법제화, 내부 질서 정리는 업종단위별 공동투쟁 조직을 통해 산별노조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산별교섭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산별노조 운영이 내부적으론 되지만 대외적으론 산별노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산별노조가 금속노조다. 그런데 중앙 산별교섭에 현대차나 기아차 등 완성차들이 나오지 않는다. 중앙교섭에 힘이 떨어진다. 이걸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업종별, 산별교섭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산별노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업종인데 두세 개 산별이 중첩된 경우가 있다. 그래서 동일한 업종 간 공동투쟁을 활성화해보려 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무직본부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란 이름으로 싸우는 것처럼 공동투쟁을 만들고, 이를 민주노총이 많이 지원해주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조합원들 스스로 동질감을 형성하게 되고, 하나의 산별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거다.
 

의사결정구조 정비

산별 및 지역본부의 대의체계와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가 결합해야 한다. 아래로부터, 현장으로부터의 민주주의의 핵심은 노동자가 민주노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간부들이 아래로 내려가 조합원과 동고동락하며 지혜를 모을 때 노동자 직접민주주의는 발현된다. 1년간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현장에서 생활하며, 1만의 ‘전태일실천단’을 조직하려는 이유다. 이들이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기수로 나설 때 조직 내 민주주의가 살아난다고 본다.

또한 민주노총의 의결 단위들이 토론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실무적 문제들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의제와 담론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바뀌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방안들을 훨씬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한다. 굉장히 쉽고 편한 방법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할 수 있는 시대다. 형식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중요한 건 정말 좋은 의견들이 사업과 투쟁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인데, 위원장이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의결 단위에서 올라온 이야기들을 수용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나는 적이 별로 없다. 내가 가진 좋은 힘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100만 총파업

2021년 하반기 전태일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하겠다. 내가 구상하는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의제로 대선판을 주도해보자는 뜻이다. 2022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올해 9월이면 정당별 대진표가 확정되고, 연말까지 대선 흐름이 쭉 이어질 것이다. 위원장 임기를 시작하자면 1월 대의원대회에서 대선 의제를 확정하고, 1년간 11월 총파업 투쟁을 준비해 노동자들의 의제로 대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전태일3법, 전국민고용보험 등을 의제화하고 그것을 대선 후보들이 공약하고 실현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방송국을 통해서 위원장이 직접 투쟁을 호소하고 해설하겠다. 그리고 현장 특파원을 통해 현장의 소식을 100만 조합원에게 알려 나가겠다. 민주노총의 사업과 투쟁을 내 손안에 전해줄 방송국 설립을 통해 조합원의 소통과 단결을 실현하고 총파업을 현실화시키겠다.
 

정치방침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치 대통합이나 민주노총 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지만,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젠 어떤 정당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인지, 우리가 힘을 쏟아볼 만한 정당인지 가려볼 필요가 있다. 공약에 ‘민주노총에 기반한 진보정당을 건설 강화하겠다’는 말은 민주노총이 투쟁과 대선판 주도 등을 통해 현재 진보정당들이 노동 중심성을 더 강하게 갖도록 강제하겠단 뜻이다. 우리의 투쟁 과정에서 진보정당들의 색을 명확히 하고 조합원들에게 진보정당의 기준점을 세워주는 것이 현실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간 관계 설정의 현실적 대안이다. 그리고 정말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검증할 수 있도록 그 판단 기준과 근거를 마련하는 기간이 10기 집행부 임기 3년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