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선거스피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1.06 16:07
  • 수정 2020.11.1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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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민주노총 위원장 한번 만들어 봅시다!”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 기호 3번 ‘양경수-윤택근-전종덕’ 후보조 출사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0기 위원장을 결정하는 100만 레이스가 시작됐다.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만큼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는 총 4개의 후보조가 출사표를 던졌다. <참여와혁신>은 4명의 위원장 후보를 만나 향후 3년 민주노총의 청사진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세부 공약과 관련한 질문 외에는 후보 간 비교를 위해 공통질문으로 이루어졌다.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3번 양경수(44) 위원장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으로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비정규직 최초’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그는 2015년 기아차 사내하청 분회장으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363일간 국가인권위 고공 농성을 이끌어 비정규직 1,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2017년 경기본부장으로 5,000명 규모 세월호 총궐기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역 투쟁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양경수 후보는 <참여와혁신>과 인터뷰에서 “100만 조합원을 투쟁의 주인으로 세우고 거침없이 위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 핵심”이라며 “코로나19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대에 거침없는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저녁 기호3번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양경수 후보를 만났다. 

-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된 배경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코로나19 시대에 비정규직은 훨씬 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IMF를 졸업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정리해고·비정규직·민영화·양극화 등으로 상징되는 IMF를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의 힘을 어디에 집중시킬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도부의 책임과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다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마하게 됐다. 

- 이번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이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새 시대를 주도하라'이다. 슬로건에 담긴 의미는?

100만 조합원을 투쟁의 주인으로 세우고 거침없이 위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모든 문제를 푸는 핵심이란 의미다. 한국사회에서 100만 명이 매달 조합비를 내면서 일상적인 조직활동을 하는 곳은 민주노총밖에 없다.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단 뜻이다. 100만 조합원에게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을 어떻게 심어주고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거침없다’는 말을 선택했다.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라’는 표현은 지금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이른바 ‘격변기’에 변화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짧게는 10~20년, 길게는 40~50년간 사회 분위기를 규정할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이 변화를 민주노총이 주도하자, 노동자와 민중이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백만의 힘, 거침없다 민주노총-새 시대를 주도하라’로 슬로건을 정했다.


“코로나19 시대, 민주노총의 역할, 거침없는 투쟁” 

- 주요 공약은 어떤 것들이 있나? 

코로나19 시대,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대에 민주노총의 역할을 제대로 해보자는 고민이 공약에 담겼다. 결론은 거침없는 투쟁, 총파업을 하자는 거다. 총파업이라고 하면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구상하는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의제로 대선판을 주도해보자는 뜻이다. 2022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내년 9월이면 정당별 대진표가 확정되고, 연말까지 대선 흐름이 쭉 이어질 것이다. 위원장 임기를 시작하자면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대선 의제를 확정하고, 1년간 11월 총파업 투쟁을 준비해 노동자들의 의제로 대선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대선 때 노동자와 관련된 공약은 최저임금 1만 원이 있었다. 모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 원 투쟁을 몇 년간 집중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년 1년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전태일3법, 전국민고용보험 등을 의제화하고 그것을 대선 후보들이 공약하고 실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공약의 골자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비롯해 거침없이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세부 공약의 타이틀은 ‘동네마다, 학교부터, 내 손안에 민주노총’으로 잡았다. 우선 ‘학교부터’ 미래세대를 준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독일은 중학교부터 노사교섭을 수업시간에 배운다. 우리도 그럴 때가 됐다. 민주노총도 시도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우리 조합원들이 들어가서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제도화해서 모든 교과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을 의무교육으로 담아보자는 거다. 이 구상은 내가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하면서도 해봤다. 경기도와 노정교섭을 통해 대학에 노동교육을 경기도 지원으로 만들어냈다. 지난해 4개, 올해 9개 대학에서 노동교육을 진행했고, 내년엔 14개 대학이 신청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차원에서도 조합원들을 청소년노동인권 강사로 육성하는 사업을 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경기도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특성화고 노동인권 수업에서 직접 교육을 하고 있다. 평가가 좋다.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90%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런 실험들을 전체적으로 확대하고 제도화하자는 고민이 ‘학교부터 민주노총’에 담겼다.

‘동네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100만 규모이기에 기초자치단체마다 조합원들이 꽤 많다. 하지만 서로 연계가 별로 없다. 그래서 적어도 기초자치단체마다 민주노총 조직을 만들어서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내부적으론 조합원 간 연계와 단결력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이다. 이것도 경기도에서 실험해봤다. 경기지역은 31개 시군이 있다. 그중 17곳에서 시군단위 민주노총 노동자들 대표자들 협의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정말 좋다. 일상적으로 서로 사업장 현안을 이해할 수 있다. 시군단위 민주노총 모임을 하면 조합원들을 위한 사업뿐 아니라 그 틀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사업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 경기도 포천 같은 경우는 포천시 민주노총 대표자회의에서 전두환 공덕비 철거 투쟁을 쭉 해왔고, 이번에 시의회에서 철거 예산을 확정해 철거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내 손안에 민주노총’인데, 민주노총이 처음 생긴 95년도엔 삐삐를 썼다.(웃음) 지금은 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변화에 맞춰 민주노총이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민주노총 방송국을 한번 만들어보려 한다. 스튜디오도 마련하고 PD도 채용해서 전문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의 사업을 조합원들에게, 더 나아가서는 국민에게 알릴 수 있게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매주 월요일 아침 9시면 주간 브리핑을 조합원들에게 보낸다면 민주노총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기에 국민도 민주노총에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한 지역에서 힘들게 싸우는 투쟁사업장이 있으면 그 소식을 조직 내에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의 문제인 노동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설명도 해주며 유튜브를 통해 내 손안에 민주노총을 만들어 국민의 민주노총을 위한 씨줄과 날줄을 꼼꼼히 짜볼 생각이다.

- 진보정치 복원으로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해야 하기 위해 ‘민주노총에 기반한 진보정당을 건설,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어떻게 다른 건가?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치 대통합이나 민주노총 당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지만,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변혁당·녹색당 등 5개 정당을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원장 임기 내에 이 정당들을 합치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정당마다 선명성과 지향점이 다른데 ‘민주노총은 한 당만 지지할 테니 합치세요’ 한다고 합쳐지지도 않는다, ‘민주노총 당을 만들자’고 해도 이미 각 당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동의할까? 아니다. 그동안은 진보정당 사업이 민주노총의 방향과 달라도 비판하지 않았고, 열심히 안 해도 쓴소리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크게 돕지도 않았다. 

이젠 어떤 정당이 제대로 된 진보정당인지, 우리가 힘을 쏟아볼 만한 정당인지 가려볼 필요가 있다. 공약에 ‘민주노총에 기반한 진보정당을 건설 강화하겠다’는 말은 민주노총이 투쟁과 대선판 주도 등을 통해 현재 진보정당들이 노동 중심성을 더 강하게 갖도록 강제하겠단 뜻이다. 우리의 투쟁 과정에서 진보정당들의 색을 명확히 하고 조합원들에게 진보정당의 기준점을 세워주는 것이 현실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간 관계 설정의 현실적 대안이다. 그리고 정말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어떤 정당인지 검증할 수 있도록 그 판단 기준과 근거를 마련하는 기간이 10기 집행부 임기 3년이 될 거다. 그래서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나 차기 총선 정도엔 민주노총이 어떤 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땐 노동자 의제를 중심에 둔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을 세우고, 강화하고 조합원들에게 ‘모두 당원이 됩시다’ 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진보정당들이 훨씬 더 큰 힘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 대신 민주노총이 결정한 선거 의제에 대해 진보정당들은 주력해야 한다. 이런 관계가 돼야 한다.

- ‘동네마다 민주노총의 거점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동네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려면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지 않나? 

물론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서울시엔 25개 구가 있는데 민주노총 조직은 서울본부가 있고 북부지구, 남부지구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이걸 구마다 해보자는 거다. 그러면 학교비정규직노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등 조합원들이 하나의 조직형태를 갖추고 일상적 사업을 함께 해나가는 거다. 그럼 사업은 누가하나? 대표는? 실무는? 예산은? 사업이 아주 많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표나 실무책임은 현장 상근간부들이 겸직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민주노총엔 상근자가 많다. 성남 지역에만 조합원이 8,000명 정도가 있고, 상근간부도 몇십 명 된다. 그중 한 사람이 역할을 맡으면 된다. 남는 문제는 예산인데 총연맹, 지역본부, 시단위 노조가 예산을 더 많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본다. 특히 총연맹에서 지역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미조직사업 예산 등을 시군단위협의체에 직접 지원해서 이분들이 지역에서 조직사업도 하고 연대사업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2021년 1분기에는 ‘택배노동자들 한번 전체 다 조직해봅시다’ 하면 각 시군에 조직사업 목적 예산을 내려주면 된다. 민주노총 중앙에서 물티슈 같은 거 만들어서 지역마다 몇백 개씩 나눠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역 사업이 살아나면 지역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해진다. 민주노총이 사업을 잘하는 지역은 시민단체들과 연계도 좋고, 지역사회에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게 해보자는 거다. 

- 후보 공약에 산별노조 관련 내용은 따로 보지 못했다. 이유가 있나? 

다른 이유는 없다. 사실 산별노조 강화는 민주노총의 주요한 방향이다. 현재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산별교섭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별노조 운영이 내부적으론 되지만 대외적으론 산별노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산별노조가 금속노조다. 금속노조는 모든 조합비를 중앙으로 올리고, 중앙에서 조합비를 현장으로 다 내려주는 구조다. 교섭 체결권도 금속노조 위원장이 다 갖고 있어서 위원장이 허가해주지 않으면 교섭을 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중앙 산별교섭에 현대차나 기아차 등 완성차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중앙교섭에 힘이 떨어진다. 이걸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차 사장이 갑자기 착해져서 교섭에 나오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업종별, 산별 교섭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산별노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같은 업종인데 두세 개 산별이 중첩된 경우가 있다. 그래서 동일한 업종 간 공동 투쟁을 활성화해보려 한다. 함께 싸우다 보면 같이 해야 더 힘이 세지는 걸 느낀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무직본부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란 이름으로 싸우는 것처럼 공동투쟁을 만들고, 이를 민주노총이 많이 지원해주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조합원들 스스로 동질감을 형성하게 되고, 하나의 산별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거다. 대외적으론 산별노조 법제화, 내부 질서 정리는 업종단위별 공동투쟁 조직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사실 어떤 후보든 별 이견이 없어서 크게 변별력 있는 공약은 아닐 거라고 본다.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사회적 대화, 민주노총의 절박한 투쟁 통해
정부·
사용자가 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때 가능해“

- 이번 10기 선거는 9기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논란 끝에 총사퇴를 하고 치러지는 선거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나는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사람이다. 김명환 집행부가 추진했던 사회적 대화는 주객이 전도됐다. 우리가 처음 4월에 사회적 대화를 준비할 땐 노동자들의 문제, ‘재난시기 해고금지’, ‘생계소득 보장’, ‘전국민고용보험’ 등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해서 재난시기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막판에 김명환 전 위원장이 ‘재난시기 해고금지는 선언적 구호이지, 쟁취목표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황당했다. 애초에 목표는 사라지고, 교섭의 틀만 남는 과정이 돼서 반대한 거다. 

사회적 대화는 각 주체가 요구안을 내놓고 조율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기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들이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일정 정도 갖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회 내에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의원들이 어느 정도 입지를 갖고 있어야 사회적 대화라는 틀은 공정한 운동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민고용보험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한다면 국민이 해당 사안을 알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이 투쟁인데, 그런 투쟁을 통해 우리의 요구가 얼마나 합당하고 필요한 일인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론의 우위에 선 조건에서 대화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 틀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 1년차에 최저임금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저임금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이 절박하게 투쟁해서 의제를 사회화하고 절대적 여론을 등에 업었을 때, 정부나 사용자들이 대화하자고 요구할 수밖에 없을 때, 그 시기에 하면 된다고 본다.

- 민주노총은 100만이 함께하는 조직이다. 어떻게 조합원들의 의사를 아래서부터 올려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할지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의사 결정할 때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좋지만, 직접민주주의가 가진 맹점도 있다. 모든 사안을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한다면 가장 민주적일 수 있지만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도 크니까. 중심을 잡고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에 소통과 토론이 충분하고 풍부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의결 단위들이 정말 토론의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무적 문제들만 논의하는 게 아니라 의제와 담론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바뀌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긴밀하게 소통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방안들을 훨씬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려 한다. 굉장히 쉽고 편한 방법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할 수 있는 시대다. 구글독스, 화상회의 등 형식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중요한 건 정말 좋은 의견들이 사업과 투쟁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인데, 위원장이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의결 단위에서 올라온 이야기들을 수용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나는 적이 별로 없다. 내가 가진 굉장히 좋은 힘이다.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기호 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투쟁은 검증된 조직사업 방식, 
‘필수노동자’부터 집중해 조직할 것“ 

  - 현재 민주노총은 ‘제 1노총’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 조직률이 올라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낮은 조직률이다. 향후 조직화 문제가 민주노총의 중요 과제일 텐데, 조직화를 위한 후보의 계획은? 

‘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민주노총 조합원수가 70만 명을 넘나들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100만까지 짧은 시간 안에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많이 들어왔다. 경기도에서 잡월드 투쟁, 전 조직이 힘 쏟은 톨게이트 투쟁 등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위한 투쟁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조직사업은 이렇게 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위해 민주노총이 정말 열심히 투쟁하는구나. 우리도 저기 가면 도움이 되겠구나’ 느껴서 가입한 거다. 경기본부장하면서 양주시립예술단이 전원 해고됐을 때, 반년 가까이 투쟁해 이겼다. 단원 전원이 복직됐다. 그 뒤로 경기도 시립예술단들이 거의 다 조직됐다. 투쟁은 검증된 조직사업 방식이다.  

사실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이 이렇다 할 투쟁을 잘 못 했다. 그 이후로 조직확대가 정체되고 있다. 공세적으로 조직사업을 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비조합원이 90%다. 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선 민주노총이 정말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열심히 하고, 그들에게 직접 손잡고 ‘같이 합시다’ 제안하는 사업도 많이 해야 한다. 조직해야 할 분야가 많은데 위원장이 된다면 우선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장 열악하기도 한 ‘필수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택배·요앙·돌봄·배달·콜센터 노동자들 조직사업에 집중해볼 생각이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의 방식도 기존과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보나? 

코로나19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사회, 언택트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서 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담론으로 남는다. 지금 택배노동자들은 일에 지쳐 쓰러지고, 마트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어서 쓰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흐름 속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노동강도는 낮아져야 하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노동강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0.1 대 99.9라는 말로 표현되는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관심을 갖고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것이 절박하게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노동운동도 지금까지처럼 제조업 중심으로 임단협하고 정부가 노동법 개악하면 그것에 대응하는 투쟁하는 식이 아니라,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내고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와 지향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선도해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할 일 하나를 꼽는다면?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가 가장 크다. 위원장에 당선되면 바로 아시아나KO,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등 투쟁사업장에 직접 뛰어들어서 같이 투쟁하고 해결해볼 계획이다. 일터에서 쫓겨나고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손을 위원장이 잡아주지 않으면 그분들은 갈 데가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힘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작심하고 달라붙으면 그 문제는 해결되기도 하더라. 그래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문제에 앞장서서 먼저 해결할 것이다.

- 후보 캠프의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전종덕 사무총장 후보를 소개해달라. 

윤택근 후보는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부산지하철에서 산재를 막기 위해 열차 미운행 시간 선로 순회 투쟁을 제기하고 현장의 힘으로 승리한 분이다. 부산본부장 시절엔 ‘희망단식’을 주도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이끌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으로서 올해 상반기에 전국 순회하며 재벌개혁 투쟁 이끌어온 분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민주노총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연륜과 노하우가 풍부한 분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라서 경험이나 노하우 등 부족한 지점들을 충분히 보완해주실 수 있는 분이다. 요즘 선거운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위트도 있고 정말 큰형처럼 품어주시는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고 있다.  

전종덕 후보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고 강진의료원에서 일했던 간호사다. 운동의 대의에서 물러서지 않는 원칙주의자다. IMF 때 파업투쟁 통해 강진의료원 민영화를 막아냈고, 민주노동당 때 전라남도 도의원으로 전국 최초 주민발의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했던 분이다. 누구보다 행정실무에도 밝고 새로운 사업을 이끄는 추진력도 갖추셨다. 정말 꼼꼼한 분이다. 나의 패기, 수석부위원장 후보의 연륜, 사무총장 후보의 능력을 잘 합치면 드림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시점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초반 판세를 분석한다면?

당연히 3번이 대세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울산, 부산, 광주, 청주 등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현장에 3번밖에 안 보인다. 다른 후보분들은 주로 서울에 계시고 지역을 잘 안 다니시더라. 같이 투쟁하고 지역을 누비는 후보조가 우리밖에 없어서 3번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지지율로 따지자면?) 지지율은 모르겠다. 다른 후보분들도 다 훌륭한 분들이라 조합원들이 충분히 신중하게 판단해줄 거라고 믿는다. 목표는 3번이 51%를 받는 거다.

- 투표까지 약 3주의 시간이 남았다. 현장에서 만날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비정규직 민주노총 위원장 한번 만들어봅시다’ 현장에서 만나는 조합원들에게 가장 먼저 드리는 말씀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25년 역사에서 비정규직이 민주노총 위원장 하겠다고 출마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비정규직 위원장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 설레고, 뿌듯해하신다. 정규직이나 경험이 많으신 조합원들도 이제 그럴 때가 됐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출마하고 또 당선된다는 것은 국민이 민주노총에 대해 가진 상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고, 조합원들이 자부심과 의지를 품고 비정규직 투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제가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훨씬 더 크고 강하다고 믿고 선거운동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그런 지점들을 크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