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통합 대 투쟁, 민주노총 선거 전 막판 토론
[선거스피커] 통합 대 투쟁, 민주노총 선거 전 막판 토론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1 11:20
  • 수정 2020.12.1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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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10기 임원 선거 결선 투표자 합동 토론회, 김상구-박민숙 대 양경수-윤택근
​​​​​​​‘정파논란’, ‘사회적 대화’, ‘정치방침’ 등 다양한 의제 논의
10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선 투표 후보-언론사 초청 합동토론회’ 현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민주노총의 10기 임원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5일 1차 투표 이후 결선에 오르게 된 기호 1번 김상구 후보조와 기호 3번 양경수 후보조는 날카로운 상호토론으로 선거열기를 달궜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민주노총 결선 투표 후보-언론사 초청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호 1번 후보조 측에서는 김상구 위원장 후보와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토론자로 나왔으며, 기호 3번 후보조 측에서는 양경수 위원장 후보와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나왔다. 각 후보조는 재질문을 포함해 2개의 질문을 4차례 주고받았다.

기호1번이 기호3번에게
① ‘정파’ 논란

토론의 포문을 연 건 기호 1번 후보조였다.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토론회의 첫 질문으로 기호 3번 후보조의 1차 투표 득표율이 지역적 편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호 3번 후보조는 제주, 광주에서 60%대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강원, 경북에서는 10%대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에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현장 투표 결과를 보고 말한 것 같다”면서, “현장 투표는 전체 유효표의 30% 정도다. 이 결과만 두고 특정 지역 지지율이 높다고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기호3번 후보조는 현장과 모바일 모두 득표율이 1위였다”고 반박했다.

재질문 차례에서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모바일 투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장과 모바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번 투표결과가 민주노총의 현 주소를 말해줬다고 본다. 흔히 조직선거, 부끄럽지만 정파선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조합원이 동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명확하게 득표율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직선제를 시행 중이지만 실제로 현장 의견그룹의 뒷심에 표심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1번 후보조도 특정 사업장에 편중된 득표율을 보였다. 어느 후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합원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다. 조합원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다. 이를 특정 정파의 이기주의로 표현한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각각의 정치적 견해와 의견을 가진 동지들이 현장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연 이은 질문에서 김상구 위원장 후보도 현장 의견그룹의 역기능을 지적했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양경수 위원장 후보에게 “의견그룹이라는 현장조직운동이 민주노총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언제부턴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강화된 상황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양경수 후보가 당선된다면 자기 의견그룹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그룹을 통합한 집행부를 꾸릴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단결이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한다는 말은 누구와도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제 기준은 정부의 지배‧개입‧포섭 전략에 맞서 싸우겠다고 하는 동지들과는 손을 잡고 함께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지도부 내에서 각각 입장 표출하고 대립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라면서, “그런 공간은 중집이라든지 중앙위, 대의원대회에서 대중질서에 맞게 토론하면 된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기호3번이 기호1번에게
②사회적 대화 논란

기호 3번 후보조는 기호 1번 후보조의 ‘사회적 대화’ 방침에 집중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이번 1차 선거 결과는 노사정 합의 문제로 가장 크게 대립각이 형성되기도 했다. 기호 1번 후보조의 공약은 대화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면서 “김명환 집행부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기호 1번 후보조에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고 물었다. 7월 2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김명환 집행부가 추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부결됐음에도 이번 선거에 또다시 ‘사회적 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전임 집행부 평가를 섣부르게 하는 건 맞지 않다. 굳이 평가를 한다면 그 과정과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면서, “(기호 1번 후보조의) 사회적 교섭이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와 같다는 프레임에 동의하지 못한다. 교섭은 교섭 의제와 교섭 대상이 같이 가는 것이다.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사회적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김명환 집행부가 추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의 평가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재질문했다.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1번은 사회적 대화, 2번 3번은 강경 투쟁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하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1번은 교섭과 투쟁 모두 제대로 하는 후보다.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는 부결됐지만 약 38.27% 찬성의견도 소중하다. 사회적 교섭 자체를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우리가 하고자 하는 사회적 교섭은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과 다르다. 실패를 반복하지는 않겠다. 김명환 집행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합의 내용보다는 소통 절차를 충분히 못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호1번이 기호3번에게
③정치세력화 실효성

기호 1번 후보조는 기호 3번 후보조의 정치방침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대선국면이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진보정당들이 분열된 점을 언급하며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치방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양경수 후보는 전북지역 합동유세에서 특정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씀했다”면서, “진보정당의 분열이 민주노총 분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걱정스럽다.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이 그대로인지, 철회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진보정당을 단결해서 단결된 진보정당을 지지하자는 게 나쁜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배타적 지지방침이라는 굴레를 씌워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진보정당이 분열돼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렵다고 포기해야 하는가. 장기적 전망과 지향을 가지고 진보정당 단결을 위해서 노력하고 도모해야 한다. 그 정당을 민주노총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이 1995년에 만들어진 후 선거 방침이 성공한 적 없다. 민주노총이 결정한 선거방침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그대로 투표하지 않았다”면서, “양경수 후보가 진보정당의 단결을 말하지만 25년 동안 불가능했던 걸 당선된 후 1년 만에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덧붙여 “안 되는 걸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은 특정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에 진보세력 통합이라는 포장을 씌운 것과 같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1번 후보가 배타적 지지, 특정 정당을 계속 거론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 “1년 안에 대선을 앞두고 배타적 지지 방침 복원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불가능하고 어려울 것이라 말씀드렸다. 대선방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민주노총의 조직적 방침을 해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반박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기호3번이 기호1번에게
④통합지도부 실효성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기호 1번 후보조가 내세우고 있는 ‘통합지도부 구성’에 대해서 ‘선거용 슬로건’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조직 내 단결을 구현하는 것과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누구와도 함께 지도부를 꾸리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투쟁이 우선인가, 교섭이 우선인가에 대해서도 일정정도 이견이 존재한다. 이견을 무시하고 모두를 지도부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문했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통합지도부를 하겠다고 하면서 어느 세력을 배제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당선되면 기호 3번 진영에도 제안을 할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를 좁혀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교섭도 투쟁이고 대화도 투쟁이다. 힘없는 대화는 구걸이고 굴종”이라며,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배제하고 약간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했던 것이 김명환 집행부의 실패 원인에도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고 자신의 견해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하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기호 1번 후보조가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집과 대의원대회에서 반대에 부딪혔던 사회적 대화를 다시 꺼내들고 선거에 나오고 있다. 대화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인가. 조직 내에서 대화보다 투쟁을 우선한다는 것이 1차 선거 과정에도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재질문했다. 기호 1번 후보조가 내거는 사회적 대화 공약이 다른 공약인 ‘통합지도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투쟁에 졌다고 해서 투쟁을 포기하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당선되면 1월 1일부터 사회적 대화를 들고 올 것이라는 건 악의적인 프레임이다. 사회적 대화가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극복했는지 토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회심의 기호 3번 후보조 선거운동원 질문
① 건보 비정규직-정규직 갈등

기호 3번 후보조 선거운동원은 기호 1번 황병래 사무총장 후보에 관한 논란을 문제 삼았다. 황병래 사무총장 후보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지난 5월 상담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1,600여 명의 정규직화를 반대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두고 노노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반대 의견이 75.63%로 우세하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황병래 사무처장 후보 건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고민 속에서 민주노총이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여태까지 제가 기아차 정규‧비정규직노조를 단일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수많은 갈등을 어떤 원칙을 가지고 조정하고 (합의점을) 만들어 갈 것인가. 강력한 지도력과 편향에 쏠리지 않은 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민숙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해명을 하자면, 국민건강보험노조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전체 흐름에 맞춰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 지도부와 조합원들에 대해서 잘못을 묻는 건 다른 이야기다. 인국공 사태를 보면서 정규직노조가 나서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했다. 일방적으로 그들을 비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그런 노조의 후보이기 때문에 그 후보가 잘못됐다는 건 매도”라고 덧붙였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회심의 기호 1번 후보조 선거운동원 질문
②총파업 과연 가능한가?

기호 1번 후보조에서는 기호 3번 후보조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총파업 투쟁’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양경수 위원장 후보는 “11월 3일 총파업 투쟁은 날짜 확정하고 준비된 총파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총파업은 한두 달 전에 급하게 결정했다. 그래서 거짓총파업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며, “다양한 의제들을 대의원대회에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다. 11월 3일 총파업을 내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고 준비된 총파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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