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말하는 기후위기
[선거스피커]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말하는 기후위기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1.21 18:32
  • 수정 2020.11.23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토론회’ 열려
사회적 대화, 총파업,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의제로 토론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1번 김상구, 기호 2번 이영주, 기호 3번 양경수, 기호 4번 이호동 후보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언론사 초청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1번 김상구, 기호 2번 이영주, 기호 3번 양경수, 기호 4번 이호동 후보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 10기 임원 선거에 출마한 4명의 위원장 후보가 1차에 이어 2차 토론회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부의 노조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 방향, 기후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 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후보자 상호토론, 참석 기자 질의응답, 참석 선거운동원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이 맡았다. 
 

2차 토론회에서도 화두, '사회적 대화' 

후보자 상호토론에선 1차 토론회에 이어 '사회적 대화'가 화두였다. 이번 선거는 김명환 전 집행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논란 끝에 총사퇴하고 치러지는 만큼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호 2번 이영주 후보는 '사회적 교섭'을 공약으로 내건 기호1번 김상구 후보에게 "한국처럼 노정·노사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회적 대화는 실제 효과를 보긴 매우 어렵다"며 "혹시 한국 민주노조 운동 역사상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교섭 또는 노사정 합의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영주 후보는 "김상구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는 쟁의국장 뽑는 선거가 아니라고 했지만, 교섭국장 뽑는 선거도 아니"라며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민주노총은 투쟁본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호1번 김상구 후보는 "(민주노총은) 1998년 노사정 합의로 인해 노사정 대화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25년간 의미 있는 투쟁을 많이 했지만 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섭체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논의는 상당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상구 후보는 "모든 후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회적 교섭에) 여태껏 실패해왔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할 시점이 충분히 됐다"고 반박했다.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는 김상구 후보에게 "사회적 교섭을 외친다고 교섭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실현하기 위한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김상구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3년 안에 어떤 교섭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며 "민주노총은 정부와 교섭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탑다운 방식뿐 아니라 산별, 업종별 다양한 전략을 세워서 주체들이 의제를 만들고 투쟁하면서 교섭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영주 후보도 김상구 후보에게 "'투쟁만능주의'를 비판하지만 교섭만능주의에 대한 어떠한 경로를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김상구 후보는 "많은 연맹과 산별이 투쟁하지 못하면서 투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중집 결정이 과연 노동개악을 막아낼 수 있는 투쟁의지와 방침을 세웠나? 그렇지 않다"며 "나는 교섭을 이야기하면서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에서 투쟁 시기에 과연 금속노동자들이 투쟁을 피한 적 있나? 투쟁과 교섭은 같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호4번 이호동 후보는 "민주노총이 각종 위원회에 개입하는 원칙은 단체교섭이라는 전략적 원칙에 입각해 전술적으로 개입하면 된다"며 "결렬도 복귀도 전술이다. 상황과 조건에 맞춰서 어떤 전술을 구사할 것인가는 민주노총이 당당하게 선택하면 된다. 대화는 민주노총이 제1노총답게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 토론회'에서 위원장 후보 4명이 상호토론을 진행 중이다.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 토론회'에서 위원장 후보 4명이 상호토론을 진행 중이다.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노동법 개악' 투쟁 구체적 대안은?

참석 기자 질의응답에선 <노동과세계>가 "민주노총 중집(중앙집행위원회)은 총파업 지침을 발표했는데, ‘부족하다’, ‘뻥파업이다’라고 평가하는 입장이 대부분"이라며 "어떻게 하면 노동개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네 후보에게 물었다. 민주노총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을 막고 전태일3법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1차(11/29~30), 2차(12/2~3) 총파업·총력투쟁 지침을 결정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5일 주야 각각 2시간씩 경고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호4번 이호동 후보는 "정권과 노동, 자본과 노동 사이엔 힘의 관계가 작동되고 그것에 의해 승부가 갈린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가진 단결력만큼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힘보다 벅차더라도 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노동개악 국면에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기는 굉장히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호3번 양경수 후보는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노동개악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함께해야 할 때"라며  "지도부가 결정한 전술을 옳다 그르다 평가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 문재인표 노동개악의 심각성과 문제의식을 현장 조합원과 간부들이 더 깊이 이야야기하고 분노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기호2번 이영주 후보는 "가장 최악의 노동개악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4번 후보의 말에 당혹스럽다. 강도가 나를 죽이겠다고 말하는데 체력을 고려해 맞서지 말라는 얘기"라며 "우리가 준비됐든 아니든, 할 수 있든 없든 민주노총을 죽이겠다고 달려오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비대위가 최선을 다하지만 모두가 느끼듯 부족함이 있다. 그 부족함은 우리 모두가 채워야 하고, 후보들부터 조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호1번 김상구 후보는 "나는 민주노총 중집 전에 투쟁 계획을 제출하고 촉구했던 사람"이라며 "지금의 결정으로 개악을 막을 수 없다. 최소 4시간 파업이라도 해야 지역에서 집회도 제대로 하지 않겠나. 2시간 파업으로 노동개악을 막아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총파업, 총파업 입버릇처럼 말하던 위원장들은 어떤 투쟁계획을 제출하고 있나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언론사 초청 2차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노동조합과 환경', 고민은 어디까지? 

'노동조합과 환경' 문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참여와혁신>은 "'환경'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고, 해외 노동조합에선 이미 단체협약에 환경보호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노동조합과 환경에 대한 후보들의 구체적 고민이 있는지 물었다.

기호2번 이영주 후보는 "기후위기는 한국사회에서 핵심 의제로 민주노총이 사업으로 배치해야 할 문제"라며 "민주노총은 기후위기, 여성, 복지 등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끌어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이기도 하다. 기호2번 선대본에선 기후위기를 중심 사업으로 놓고 배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호1번 김상구 후보는 "우리 공약도 노동자 민중에게 곧 닥쳐올 4대 위기에 기후위기를 포함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진보 의제의 중심에 서서 연대하고 호소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투쟁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노조를 지키기 위해 노동개악 투쟁을 호소하고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동의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뿐 아니라 전체 민중의 위기 관련 의제를 제시하고 투쟁을 해나가고 있느냐는 반성 속에서 기후위기를 포함해 사회적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4번 이호동 후보는 "나는 2005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를 만들어 한국사회에서 노동과 환경의 연대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하고 활동한 대표적 노조 간부"라며 "국제회의도 많이 다녀봤는데 한국에선 에너지, 기후위기 대응은 너무 늦었다. 공약에도 포함돼 있듯 기후생명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기호3번 양경수 후보는 "나는 경기본부장 하면서 경기지역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함께했다"며 "최근 환경운동하는 동지들이 관심 갖는 것은 탈석탄 운동이다. 정부기관에 탈석탄 재생에너지 금고를 반영하자는 요구를 전면화하고 있다. 농협을 금고로 지정할 때 탈석탄 재생에너지 문제를 평가지표로 삼는 문제로 기자회견도 했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같이 해야 강제력 있고 힘 있는 운동이 된다. 환경운동을 전면화하고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조합원 투표로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과반 득표가 없으면 12월17일~23일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새로 선출되는 집행부는 2021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돌발질문] "본인의 당선 확률, 몇 퍼센트로 보나?" 
*사회를 맡은 한상진 대변인은 각 후보에게 본인의 당선 확률을 물었다. 

기호4번 이호동 후보 "농담삼아 말씀드리면 100%로 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 

기호2번 이영주 후보 "사실 당선 확률을 고민하지 않고 나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선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고 나왔다. 그럼에도 지금은 투쟁이 필요한 시기고 조합원 동지들께 투쟁을 호소하자는 마음으로 나왔다. 사실 요즘 슬슬 욕심이 좀 생긴다. 사업장을 방문하며 많은 동지들이 출마해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한다. 내가 더 많이 고맙고 힘 받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엔 투쟁이 필요하고 투쟁을 정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했는데 반갑다', '고맙다' 이런 인사를 해줘서 당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요새 그런 꿈을 꾸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기호3번 양경수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하면 건방져 보일 것 같고, 낮다고 하면 자신 없어 보일 것 같아서 고민된다. 조심스럽게 51% 예상하고 있다. 선거운동하면서 힘들고 어렵기도 해서 선거 운동원이나 조합원들이  가급적이면 1차에서 빨리 끝내고 노동개악 투쟁 집중하고 싶다는 의견을 많이 주신다. 그래서 가능하면  빠르게 선거 종료시키고 투쟁에 나서면 좋겠다."

기호1번 김상구 후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 양경수 후보가 1차에서 51%로 끝낸다고 하니까 그걸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웃음)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