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스피커] 이영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선거스피커] 이영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인터뷰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11.06 16:07
  • 수정 2020.11.07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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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후퇴하는 노동권, 다양한 투쟁 전술 제시하는 게 민주노총 위원장 역할"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 기호 2번 '이영주-박상욱-이태의' 후보조 출사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10기 위원장을 결정하는 100만 레이스가 시작됐다.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만큼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는 총 4개의 후보조가 출사표를 던졌다. <참여와혁신>은 4명의 위원장 후보를 만나 향후 3년 민주노총의 청사진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세부 공약과 관련한 질문 외에는 후보 간 비교를 위해 공통질문으로 이루어졌다.

기호 2번 이영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2번 이영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왜 지금 이영주인가?"라는 질문에 "현장에서 투쟁할 사람을 조합원 동지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 직선 1기 한상균 집행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권 집권기인 2015년에 주도한 민중총궐기로 2017년 구속된 후 석방됐다.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을 결의할 때"라는 이영주 후보는 '투쟁 전문가'로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노동권이 후퇴하는 시기,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일 오후 5시 기호 2번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이영주 후보를 만났다.

- 직선 3기 선거에 출마한 배경은?

민주노총 직선 2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가 이 자리에 서게 했다. 직선 1기 한상균 집행부 사무총장으로 3년을 지냈다. 투쟁의 시간이었다. 민중총궐기로 2년의 수배생활을 보내고 구속됐다. 출소 이후 조합원들에게 직선 2기 민주노총이 부끄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민주노총이 사회변혁의 중심세력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또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이 지닌 자주성과 민주성에 긍지가 있다. 지난 집행부는 그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최저임금법이나 노동시간 시행령 개악 등에서 끝없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사노위 참여 과정은 독단적이었다. 기존 민주노총의 의결구조를 모두 무시했다. 출마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총을 건강하게 되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 기호 2번 이영주 후보조의 슬로건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담았나?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다. 노동자들이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단결해서 투쟁하고 승리할 때다. 2015년 노동 개악 총파업과 민중총궐기가,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 혁명이, 2017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사회적 화두로 던졌을 당시가 그랬다. 몇 개의 슬로건을 두고 조합원 동지들께 물었는데, 상당수가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를 선택했다.

- 조합원들은 왜 그 슬로건을 택했나?

보는 순간 가슴이 뛴다더라.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최근 전교조 조합원들이 '법외노조 통보 위법' 판결로 승리감을 맛봤다. 굉장히 의외였던 건, 전교조 조합원들이 가장 행복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시기는 따로 있다는 거다.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를 지키기로 한 2013년 조합원 총투표 발표 날이다. 전교조는 자주성을 지키고자 박근혜 정권에 맞서기로 했다.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대체로 조합원을 행복하게 하려면 집행부가 뭐든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조합원이 가장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워하는 순간은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하고 투쟁을 결의할 때다. 승리하면 좋지만, 승리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자랑스러워한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민주노총이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물어보면 의외로 민중총궐기를 말한다. 민중총궐기는 민주노총이 승리한 투쟁이 아니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구속됐고, 여러 조합원이 기소‧구속당한 투쟁이다. 그럼에도 많은 조합원이 가장 자랑스러워한다는 건, 아마도 우리가 함께 결의하고, 정면으로 대결하고, 적어도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앞장섰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정말 투쟁하는 민주노총, 무엇보다도 단결하는 민주노총, 이왕이면 승리도 하는 민주노총, 그게 현재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민주노총이라고 본다. 그 생각을 담은 슬로건이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다.

‘여성' 후보? NO! '투쟁에 자신 있는' 후보
'저지 투쟁'아닌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총궐기할 때

- 주요하게 내세우는 공약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 공약을 내건 이유를 알려 달라.

크게 투쟁, 조직, 의제, 정치연대로 나눴다. 먼저 투쟁공약은 '2021년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총궐기'다. '세상을 바꾼다'는 표현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사업에는 기존 법안에 반대하거나 무언가를 저지하는 투쟁이 많았다. 그로 인해 정권과 자본에게 심한 탄압을 받았고, 노동조합의 생존권 사수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저지 투쟁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우리는 아주 원칙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해고와 휴업-폐업, 임금삭감은 물론이고 공공성 증진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을 알게 됐다. 노동 의제를 넘어서 복지, 교육, 의료 등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조직공약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청년이 쉽게 가입하는 민주노총'이다. 산별연맹을 거치지 않더라도 민주노총에 직접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체계 전환이다.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1/4에 달한다. 그중 비정규직 비율이 70%를 넘는다.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 노동기본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법 밖에 있는 노동자와 함께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은 산별-업종별로만 노조 가입이 가능해서 그들을 끌어안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끊임없이 이직과 전직을 하기 때문이다. 노조 가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후보조는 산별 체계를 넘어 지역에서의 직가입 방식을 열어놓자는 공약을 제시했다. 아울러 청소년이나 학생을 받아 안을 수 있는 준 조합원 제도를 추진해 미래 노동자와 함께 활동하고자 한다. 민주노총을 향한 ‘정규직 대공장 중심의 노동조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이 정말 주력해야 할 사업이다.

정치연대공약은 '노동자-민중 단일후보로 대선에 대응'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상당히 고민했고, 논의과정에서 조합원 간 찬반 대립이 치열했던 사안이다. 지금은 노동자를 대변할 후보를 만들자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노동자에겐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노동 개악 추진 정당'이다. 몇몇 진보정당이 있지만 노동자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선 민주노총을 비롯해 농민-빈민-학생-진보정당이 함께 하는 노동자-민중 단일후보를 내고 힘을 모을 거다. 특정 정당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모여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다. 적어도 이 기회에 진보단체가 정치세력화를 공동 논의하고, 단결력을 확인할 거로 기대한다.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의제혁신 공약에서 "성평등 시대를 여는 여성 민주노총 위원장"을 강조했다. 여성 위원장의 강점이 무엇인가?

먼저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건, ‘여성 후보’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투쟁으로 민주노총을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 자신이 있어서 직선 3기 선거에 출마했다.

"성평등 시대를 여는 여성 민주노총 위원장"을 강조한 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민주노총 안에 있는 여성 활동가가 자신감과 함께 운동에 적극성을 띨 수 있도록 내 생물학적 정체성을 사용하려 한다. 또 하나는 그간 민주노총 위원장들이 하지 않았던 사업공약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과거 민주노총 간부들은 여성노동자의 현안에 대해 중심을 잡아가지 못했던 부분이 상당히 크다. 우선적으로 고용과 관련한 임금 및 근로시간 등에서의 성차별 개선 사업을 진행할 거다.

단순히 위원장 후보를 성별로 특정하지 말고 총체적으로 평가하길 바란다. 나머지 세 분의 후보에게는 '남성 위원장 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25년 역사 안에서 헌신적이고 훌륭한 선배 활동가가 대단히 많았는데 왜 선거 때는 한 번도 여성 후보가 등장하지 못했는지, 왜 후보조 3인 중 여성은 1명뿐이고 2명은 남성이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할당제만 겨우 지키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민주노총이 개선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경사노위'는 기울어진 운동장, '노정 직접교섭'이 사회적 대화 전제조건
직선 3기 집행부는 다양한 투쟁 전술 제시해야

-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선거는 9기 김명환 위원장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논란 끝에 총사퇴하고 치러지는 선거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조망을 받았고,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쟁점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후보의 생각을 말해 달라.

조합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을 거냐'다. 사회적 대화를 안 할 필요도 없고, 사회적 대화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노정 직접교섭이다. 노정 직접교섭은 정부 교섭단과 민주노총이 직접 1대1로 만나는 방식이다. 정부 교섭단은 국무총리를 대표로 하고 노동부, 기재부, 국토부, 행안부, 교육부, 여성부 등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구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사노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용자와 정부가 주로 한 편인 상황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노사정위와 경사노위를 거치며 노동자들이 얻은 교훈이다. 노정교섭으로 법과 제도 등 정부와 논의할 내용은 노조와 정부가 직접 교섭으로 풀고, 노조와 사용자가 풀어야 할 내용은 산별교섭을 통해 해소하자는 거다.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 노정 직접교섭과 산별교섭 활성화를 요구할 거다. 정부정책 강행을 위한 경사노위 구조가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노정교섭에 나서리라 생각한다.

-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할 일을 꼽아 달라.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총궐기 준비다. 앞서 말한 노정 직접교섭을 끌어내려면 투쟁을 우선 사업으로 배치해야 한다. 바로 그 투쟁 사업이 기호 2번의 가장 큰 공약이라 말하고 싶다. 총파업-총궐기가 집행부 의지만으로 가능한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당선과 동시에 전 조합원 토론과 교육, 그리고 조직화를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의구심을 갖거나,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조합원을 만나 현장을 조직화해서 11월 총파업-총궐기를 완수하려 한다.

- 총궐기를 얘기했지만, 가능할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운동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총궐기가 가능하냐고 묻는다. 2015년 직선 1기 한상균 집행부 때도 대의원대회에서 민중총궐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고, 결국 성사시키셨다. 지금 정세가 2014~2015년 박근혜 정권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노동개악 내용은 박근혜 정권 때보다 심각하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분노는 굉장히 크다.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총궐기는 조합원들의 분노와 요구를 담아내면 가능한 투쟁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제약이 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투쟁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민중총궐기라면 10만 명이 서울에서 100명 단위로 흩어져 1,000곳에서 투쟁을 벌일 수 있다. 같은 방식을 쓰면 전국적인 투쟁도 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오랜시간에 거쳐 확보해왔던 인권과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받는 역사적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 상황이 그런데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순응하는 건, 역사적 후퇴를 방관하는 일이다. 이런 시기에 다양한 방식의 전술을 제시하는 게 민주노총 집행부의 역할이다. 계속해서 전술을 논의‧개발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는 특히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산업을 가리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앞줄에서 해고를 맞았고, 대규모 기간산업에도 여파가 나타났다. 규모와 업종, 고용형태를 막론하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 '해고 억제 권유' 수준의 정부정책으로는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와 같이 한시적 해고금지법을 제정하고 임금의 최대 80%를 보장할 수 있다. 또 스페인처럼 정부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 조치로 국가가 직접 고용을 책임지는 방법도 있고, 뉴질랜드나 핀란드처럼 주4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할 수도 있다. 어느 하나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고용강제, 해고억제, 생산부양 등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기호 2번 이영주 위원장 후보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투쟁-현장-비정규직'으로 결합한 기호 2번 후보조
"집행부 견제 장치 마련해 민주노총 민주성 지킬 것"

- 함께하는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후보가 궁금하다. 어떤 인연이 있었고, 왜 그들을 러닝메이트로 결정했는지 알려 달라.

박상욱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현장노동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일했다. 앞에서 말한 한국사회의 체제를 전환할 투쟁은 내부 혁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조직이 겸손하게 반성하고, 자주성과 민주성을 회복하려면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박상욱 후보는 민주노총 현장조합원을 대표할 사람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노동조합 간부 경험이 없다는 게 박상욱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는 박상욱 동지에게 계속 현장 조합원 관점에서 판단하고 사고해 주길 바라고 있다. 최고의 안티 세력이어야 한다.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다른 후보조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른 러닝메이트인 이태의 사무총장 후보는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 투쟁해온 동지다. 2013년 국회 앞 공공운수노조 단식 농성장과 전교조 단식 농성장에서 서로 안부를 물으며 투쟁한 적도 있다. 학교 비정규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의 고통과 요구를 잘 아는 후보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분의 의지와 진정성, 또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헌신을 알기 때문에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사무총장으로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비정규직 20만 총파업을 민주노총 중심사업으로 잡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현시점에서 초반 판세를 분석한다면?

선거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생각한다. 흔히 각 선대본의 조직률이나 정세 등으로 판단한다. 그런 기준으로 분석하면 우리 후보조의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직선 1기 선거 때도 한상균 후보조가 당선될 거로 본 사람들이 없었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감성, 실제 앞에 놓여있는 코로나19 정국을 생각하면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투쟁해야 할 시기라고 볼 것이다. 투쟁 잘하는 집행부가 필요한 시점이고, 자신 있다.

- 민주노총은 100만이 함께하는 조직이다. 어떻게 조합원들의 의견을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인지, 역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일 것 같다.

민주노총의 생명이 바로 민주성이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할 조직혁신 사업으로 정했다. 조합원의 의견이 민주노총 중앙으로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필요할 테고. 또 조합원이 집행부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조직운영에 전달되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 대의원 직선제와 대의원 상임위원회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대의원이 대대에 단순 참석하는 게 아니라, 심도 있게 토론에 참여하고 그 내용을 조합원과 공유할 거로 기대한다. 더불어 비정규직-청년 노동자에 대한 임원·대의원·중앙위원 할당 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 현장이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는 임원·대의원 소환제도 강화, 불신임투표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조직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현장과 중앙의 끊임없는 소통을 강제할 방안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견제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여러 방면으로 조합원이 의사 표현을 해야 했다.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진시켰기 때문에 건강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2019년 민주노총은 '제 1노총'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조 조직률이 조금씩 올라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낮은 조직률이다. 향후 조직화 문제가 민주노총의 중요 과제 중 하나일 텐데, 조직화를 위한 후보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실 2,500만 노동자 중 100만이면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낮기 때문에 한국 모든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이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이 할 일이 미조직 노동자들과 빨리 손을 잡는 거다. 앞서 말했듯이 산별-업종별로만 노조 가입을 넘어서 지역에서의 직가입 방식을 도입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산별 체계 중심인 규약‧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2016년에도 유사한 안을 냈는데, 논쟁이 많았다. 그런데도 공약에 담은 건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고의 전환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를 대표해 활동하는 민주노총이 되려면 미조직 노동자와 손을 잡아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중점에 두었으나, 특수고용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의 노동자 가입도 고민하고 있다.

-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지역을 순회하며 많은 조합원을 만날 텐데, 어떤 민주노총 위원장이 될 것인지 조합원들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참여와혁신>에 말해 달라.

노동조합이 왜 만들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사업장 문제는 사업장에서, 여성 문제는 여성이,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처럼 돼버렸다. 민주노총이란 조직을 만든 우리의 고민을 담지 못하는 방식이다.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 개인의 투쟁이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이어야 한다. 적어도 민주노총 강령에 따라 민주노조 운동의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조합원에게 분명히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