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을 부탁해!] ⑨ 노동시간 part.1
[노동법을 부탁해!] ⑨ 노동시간 part.1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01.21 18:27
  • 수정 2021.01.2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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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한국공인노무사회 공동기획 : 자문_ 윤성준 공인노무사

“30분 일찍 출근해서 업무 준비하라는데, 이 시간도 임금에 포함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A씨의 사장님이 공지가 있다며 직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정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30분 일찍 출근하라는 겁니다. A씨는 아침잠이 많습니다. 아침밥 먹는 시간에 자는 게 나은 A씨는 평소에도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A씨는 일찍 출근할 바에 차라리 늦게 퇴근하고 싶습니다. 30분 일찍 출근한다고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쉬고 정시부터 집중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합니다. 애초에 노동시간이란 무엇일까요.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노동일까요?

노동법을 궁금해 하는 A씨들을 위해 <참여와혁신>이 한국공인노무사회와 ‘노동법을 부탁해!’ 연재 기사를 진행합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소속 노무사를 만나 다양한 주제의 노동법을 묻습니다. 노동하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은 어떤 것인지, 노동법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함께 들어봅시다.

윤성준 공인노무사

- 노동법이 말하는 ‘노동시간’이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A씨? 윤성준 노무사입니다. 노동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에서 약속한 노동을 제공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서 작성 시 소정근로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업무의 시작, 종료시간, 휴게시간 등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야 합니다.

이렇게 근로계약서 상에 명시된 시간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더라도 노동시간으로 인정됩니다. 또 그 외의 시간에 대해서도 노동시간의 정의에 해당하는 조건이 만족하는 경우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노동시간은 왜 법으로 규정되게 됐나요?

노동시간이 법으로 규정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노동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로 시간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이야기하는 현대적 의미의 임금노동은 18세기 중반 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 지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탄생하게 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등장했을 때 이를 적절히 규제하고 노동자를 보호했을 만한 법체계는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때도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는 것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기에 사인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민법의 중요한 전제는 계약을 체결하는 양 당사자 간의 지위는 동등하고, 그에 따라 계약자유의 원칙이 보장된다는 점인데, 노동제공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양 당사자는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사용자는 돈을 주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자신의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고, 노동자는 불리한 계약조건임에도 자신에게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소년노동, 여성노동 등 수많은 노동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1800년대 산업혁명 당시 노동시간에 대한 연구에는 1인당 연간 3,500시간의 노동을 했다는 결과도 있는데 이를 대략적으로 환산하면 1년 중에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 10시간의 노동을 한 셈입니다. 노동착취가 계속되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러니 노동법과 노동시간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1948년 해방과 함께 제정된 헌법에 노동3권에 대한 보호의 내용이 담겨있고, 1953년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 등이 제정되었습니다. 상징적인 것일 뿐이었고 현장에서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았었죠. 1970년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재의 노동시간에 대한 법적인 규제도 이러한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 무엇이 노동시간에 포함되나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 약정한 업무를 수행하면 노동시간이 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업무 시작시간이 9시인데 8시 55분에 출근체크를 했다거나, 오후 6시에 업무시간 종료인데 6시 15분에 퇴근체크를 한 경우가 노동시간으로 인정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시간 자체를 전부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근로계약서상 노동시간을 정한 ‘상호간 약정한 시간에 대해 노동시간으로 인정한다’는 당사자 간의 의사를 계약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나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담배를 피러 간다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처럼 시간이 길지 않은 경우에는 노동시간에서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출퇴근하는 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정해진 노동시간 외의 시간에 대해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적인 강요를 하거나, 그러한 시간에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경우에는 노동시간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입증의 문제가 남습니다. 퇴근 이후 업무 지시를 받았고, 그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노동시간 위반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 노동시간은 짧아지는 추세인가요?

노동시간은 분명 단축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 때의 3,500시간이 지금 주40시간 근무에 따라 연간 2,100시간 정도로 단축된 것이죠. EU는 회원국들의 주당 노동시간을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고, 프랑스·독일은 주35시간제를 실시합니다. 기타 북유럽국가들은 30~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노동시간이 단축됐을 때 산출량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줘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2018년 7월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면서 이마트가 주35시간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휴게시간을 축소하고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점도 같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생산성과 노동시간 단축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노동자에게 있어 노동시간 단축은 삶의 질 향상, 휴식권 보장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노동이라는 건 하루 이틀 하고 끝낼 수 없는 것입니다. 노동 이후 이뤄지는 보충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요즘 회사가 ‘사람을 갈아넣는다’는 표현도 씁니다. 특정 기간에 과한 노동을 하는 것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고 봅니다. 노동도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나라는 노동시간 자체가 긴 편입니다. 8시간 근무, 혹은 그 이상을 하고 퇴근해서 재충전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휴일제도도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계적으로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차휴가 확대나 사용권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조치들이 같이 시행돼야 합니다.

 

윤성준 공인노무사

(현)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홍보이사
(현) 노동시간 단축 전문가 컨설팅 사업총괄PM
(현) 하이에치알 노무법인 공인노무사

 

*[노동법을 부탁해!] 노동시간 편은 두 개의 기사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주52시간제와 탄력근로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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