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을 부탁해!] ⑬ 근로계약서
[노동법을 부탁해!] ⑬ 근로계약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1.30 11:16
  • 수정 2021.11.3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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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한국공인노무사회 공동기획 : 자문_김지민 공인노무사

“근로계약서 잘 보는 방법은 뭔가요?”

A씨도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노동자가 된 친구들이 신신당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근로계약서를 쓸 순간이 된 A씨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불리한 내용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한 A씨는 혹여 회사가 이상한 근로계약서를 내밀까 불신이 깊습니다. 어렵게 취업했는데 싫은 소리를 하면 안 좋게 비춰질까 걱정도 됩니다. A씨가 회사와의 근로계약서 작성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노동법을 궁금해 하는 A씨들을 위해 <참여와혁신>이 한국공인노무사회와 ‘노동법을 부탁해!’ 연재 기사를 진행합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소속 노무사를 만나 다양한 주제의 노동법을 묻습니다. 노동하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은 어떤 것인지, 노동법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함께 들어봅시다.

김지민 공인노무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hnkang@laborplus.co.kr
김지민 공인노무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근로계약서에서 가장 먼저 볼 점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A씨? 김지민 노무사입니다. 당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주요한 근로조건을 살펴보는 게 먼저겠습니다.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근로 장소와 업무 내용, 퇴직에 관한 사항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일정한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에 포함시켜 반드시 명시하도록 하고, 주요 근로조건은 서면으로 명시해 노동자에게 교부하도록 합니다. 근로조건이 불확정인 상태에서 일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열거하지 않은 것이더라도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은 명시돼야 할 겁니다.

- 바로 일을 배우느라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걸 깜빡했다면요?

근로계약 체결 방식에 제한은 없습니다. 문서든 구두든 당사자 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구두로 체결한 계약이라고 계약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서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더라도 당사자 간 합의한 근로조건대로 근로계약은 체결된 겁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처벌 여부 문의가 많습니다. 사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미작성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서면 명시 위반, 교부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입니다. 근로기준을 서면으로 명시하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은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사용자에게 부과됩니다.

- 근로계약서와 실제 근로조건이 다르면 어떡하나요?

근로계약서는 형식적으로 작성하고 실제 근로조건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서면과 다른 근로조건을 당사자 간 합의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계약상 계약을 위반해 근로조건이 사실과 달라 불리할 때는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하고, 근로조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배상은 노동위원회에 신청할 수 있으며, 근로계약이 해제됐을 경우에는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귀향여비를 지급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19조)

노동자들은 근로계약 체결 후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른 것을 알게 됐음에도 근로계약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 조항도 취업 초기 원하지 않는 노동을 강제당하는 폐단을 방지하고 노동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때문에 근로계약의 즉시해제권은 취업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은 임금채권에 준해 3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건 가능한가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변경을 합의했다면 유효합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법정기준을 이유로 변경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고 싶은데요. A씨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아래와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소정근로시간 : 월~금 09:00~18:00
*임금 : 기본급 190만원, 연장근로수당 시간당 15,000원(단, 연장근로가 야간에 이루어지는 경우 시간당 16,000원)

이 근로계약을 보면, 연장근로수당은 법정기준(1.5배)을 상회하나, 연장이면서 야간근로에 해당하는 시간에 대한 수당은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야 함에도 시간당 16,000원으로 법정 기준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A씨는 사용자에게 야간근로수당을 법정기준에 맞게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이를 수용하면서도 연장근로수당을 법정기준에 맞게 낮추겠다고 했을 때, 법정기준을 준수한다는 것이니 가능할 것도 같지요?

그러나 근로관계에서는 민사법의 원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제한됩니다. 이는 완전히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경제적·인적으로 종속돼 계약을 체결하는 노사관계를 고려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을 규정한 것이므로 법정기준을 상회하는 계약은 유효합니다. 따라서 법정기준을 상회하는 연장근로수당은 A씨의 동의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하향시킬 수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5조에서는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로 하며, 이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근로기준법의 기준에 미달되는 야간근로수당은 사용자가 별도로 계약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무효가 되고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따르게 됩니다.

- 노무사님이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말이 있나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인 간 거래를 할 때, 특히 부동산이나 동산 매매계약서 등은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근로계약서 또한 흔히 은행 약관에 서명하는 것처럼 내용 검토 없이 서명할 것이 아니라, 나의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중요한 계약의 체결임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임금, 근로시간, 휴게·휴가 등 근로조건이 적법하고 합당한지, 불리한 특약 등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구두계약도 유효하다고 말씀드렸으나 구두계약은 추후 분쟁 발생 시 증명의 어려움이 있는 등 불명확하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근로개시 이후에 작성한다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꼭 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근로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사용자 또한 근로관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근로계약서를 노동법을 준수하는 선 안에서 작성하셔야겠습니다. 최근 임금명세서 교부도 의무화됐는데요. 노무사에게 임금명세서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서뿐만 아니라 임금명세서 또한 작성·교부하셔야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의 단초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김지민 공인노무사 
현) 유안노동법률사무소
현) 한국생산성본부 컨설턴트
현) 비즈니스지원단 현장클리닉 위원
현) 사회적경제 전문가 프로보노
현)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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