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을 부탁해!] ⑫ 채용
[노동법을 부탁해!] ⑫ 채용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24 21:00
  • 수정 2021.10.24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여와혁신-한국공인노무사회 공동기획 : 자문_김지민 공인노무사

“노동자가 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매일같이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면접을 준비하는 A씨는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 때문에 고생 중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A씨는 스스로를 ‘을’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잦았습니다. 회사들은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정보를 물어보고, 채용이 됐다고 했는데 갑자기 취소하는 등 A씨를 더 지치게 했습니다. 채용과정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정식 노동자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야 하는 건지, A씨는 문득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노동법을 궁금해 하는 A씨들을 위해 <참여와혁신>이 한국공인노무사회와 ‘노동법을 부탁해!’ 연재 기사를 진행합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소속 노무사를 만나 다양한 주제의 노동법을 묻습니다. 노동하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노동법은 어떤 것인지, 노동법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함께 들어봅시다.

김지민 공인노무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nbsp;hnkang@laborplus.co.kr

김지민 공인노무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채용하는 사람들은 갑이라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A씨? 김지민 노무사입니다. 취업준비생에게 적용되는 법률을 A씨에게 소개해주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채용과정에서 소위 ‘인사 갑질’을 방지하고 취업준비생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 있습니다.

채용절차에서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제정된 법입니다.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구인자는 거짓 채용광고,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되고, 채용 일정과 지원서 접수 사실, 합격/불합격 여부 등 채용 절차를 명확히 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직자가 요구할 시 채용서류를 반환해야 합니다.

- 회사가 업무랑 상관없는 걸 묻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채용절차법 제4조의 3에서는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기초심사자료란 구직자의 응시원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의미합니다.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로는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이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구인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구인자는 출신지역, 키나 몸무게뿐만 아니라 결혼 여부 또한 개인정보로서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 채용과정에서도 회사가 지켜야 할 게 있긴 하네요.

그밖에도 채용절차법에서는 채용절차 고지, 채용 서류 반환, 채용 강요 금지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인자는 채용서류의 접수사실을 고지해야 하며(제7조), 채용일정 및 채용과정(제8조), 채용 여부(제10조)를 고지해야 합니다. 즉 구인자는 구직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다른 구인자의 채용일정과 변동사항 등을 사전에 확인해 취업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직자에게 접수사실, 채용일정, 채용심사 지연의 사실 등 채용과정과 채용여부를 알려야 하는 것이죠. 해당 규정 위반에 대한 과태료 규정은 없으나, 채용서류가 잘 접수되었는지, 면접 일정은 언제인지 등을 구인자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구직자가 구인자에게 연락하여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또한 구직자는 불합격 시 채용서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구인자는 구직자의 채용 여부가 확정된 이후 일정기간 채용서류를 보관해야 하고 불합격된 구직자가 채용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본인임을 확인한 후 반환해야 합니다.

- 만약에 업무랑 상관없는 정보로 제가 떨어지게 된다면 어떡하죠?

얼마 전 한 기업의 채용 면접에서 피면접자에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용 여부를 떠나서 구직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무수행과 무관한 성차별적인 질문을 면접에서 들어야 했지요. 구인자는 채용성차별은 물론, 채용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없도록 채용 관련 법령을 숙지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법률에서 성별 외에도 신앙, 연령, 신체조건, 혼인, 장애, 나이 등과 관련해 채용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직무수행과 무관한 채용 차별이 있는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각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벌칙규정이 적용됩니다.

구인자가 법을 위반했을 때는 지방고용노동관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고, 고용노동부 채용절차법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A씨의 부모님이나 친구가 대신해 신고도 가능합니다.

- 합격 후 채용공고와 실제 제시받은 근로조건이 다르면요?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디자이너 B씨는 취업을 위해 회사에서 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지원했으나 면접 당일 구인공고의 연봉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구인공고상 금액이 잘못 기재되었다는 것이었죠. 입사를 거부하며 포트폴리오 반환을 요구했지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은 구인자에게 있으며 그 아이디어를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며 반환받지 못했습니다.

채용절차법 제4조 제3항에서는 ‘구인자는 구직자를 채용한 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변경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회통념상의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채용공고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해 계약하는 건 법 위반입니다. 이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게 하고 반환요구 거절, 사업에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 채용광고’로서 채용을 가장해 구직자의 창작물을 수집하거나 사업장의 홍보 및 물품판매 등의 목적으로 행하는 채용광고입니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 저는 그런데 합격했다는 연락은 받았는데 취소당한 적도 있어요.

최근 ‘피뽑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종 합격 후 진행되는 신체검사에서 ‘피를 뽑고도 탈락’했다는 뜻입니다. 열심히 준비해 합격했는데 갑자기 채용취소 연락을 받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다른 기업체에 취업할 기회마저 상실할 뿐 아니라 이미 전 회사에서 사직을 하는 등 채용내정은 실무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채용내정의 법적 성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즉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의 적용여부가 달라질 것입니다. 판례는 기업에서의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 유인에 해당하고, 이에 노동자가 응시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이며, 사용자의 채용내정통지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이므로 채용내정의 통지로써 사용자와 내정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졸업을 못한다거나, 근무를 감당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다거나 하는 사유를 해약원인으로 하는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본채용을 하기 적절하지 못하면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며 맺은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 해약권의 행사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 채용절차법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취준생인 저는 이게 진짜 작동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노무사님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채용절차법은 상시근로자 수 30인 이상 사업장을 규율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거짓 채용광고를 내거나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일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구직자에게 통장 개설을 요구한 뒤 사업체의 대표통장으로 활용하거나 취준생의 절박함을 이용하여 채용서류를 이용한 대출사기 등 피해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을 구직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한편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하여 주요 금지 조항의 적용 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여전히 채용절차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구인자, 구직자가 많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법령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지민 공인노무사 
현) 유안노동법률사무소
현) 한국생산성본부 컨설턴트
현) 비즈니스지원단 현장클리닉 위원
현) 사회적경제 전문가 프로보노
현)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문강사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