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너도 함 타봐라”...‘다단계 위탁’에 시민불편 가중
“경전철, 너도 함 타봐라”...‘다단계 위탁’에 시민불편 가중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2.03 22:43
  • 수정 2021.02.03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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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도입 본격화...공공성 강화 필요
공공운수노조, ‘경전철 다단계 위탁사업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주최
ⓒ 김포골드라인(주)
김포골드라인 무인경전철 ⓒ 김포골드라인운영(주)

'김포골드라인'에서 발생한 사고와 시민의 불편‧불만이 이어지면서 경전철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은 무인경전철을 운행 중이다. 연결 차량이 2대인 '2량 1편성' 작은 전철의 혼잡률은 약 150%다. 172명이 탑승정원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평균 260명 이상이 탑승한다. 수요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최근 출퇴근 시간 '지옥철'에 탑승한 정하영 김포시장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며 "이건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앞서 정하영 시장은 온라인 카페에 어느 김포 시민이 제안한 '김포골드라인 챌린지- 너도 함 타봐라' 첫 번째 주자로 지목돼 받아들인 바 있다.

김포골드라인에선 지난해 12월 21일에 전동차 고장으로 승객 600여 명이 1시간 동안 전동차에 갇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 구간 열차 운행은 3시간가량 중단됐다. 사고 발생 이후 기계의 결함보다 사후수습이 지나치게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인력 부족을 꼬집은 이재선 공공운수노조 김포도시철도지부 지부장은 "당시 차량부 직원이 3명뿐이었으며, 그나마 장애가 생겼을 때 출동하는 직원이 아니었다"며 "퇴근한 직원 6명이 복귀해서 사고현장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3일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현정희) 주최로 열린 토론회 참석자들은 민영화와 '다단계 위탁사업'으로 경전철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공영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기이한 옥상옥 구조"에 철도 공공성 저하

경전철 사업은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계획'을 승인하며 본격화되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궤도의 민영화가 확장세"라며 비용 절감에 따른 공공성 약화와 소속에 따른 노동조건 격차 확대를 우려했다.

향후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전철은 두산건설이 출자한 서부선뿐이다. 그러나 강북횡단선, 우이신설연장선 등 국가재정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민간이 운영을 맞는다면 공공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게 이영수 연구실장의 주장이다.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경전철 다단계 위탁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 궤도동향 유튜브 갈무리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경전철 다단계 위탁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 궤도동향 유튜브 갈무리

자회사에 운영을 위탁한 김포골드라인에선 비용 절감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김포시는 도시철도 운영을 김포골드라인운영(주)에 맡겼다. 김포시에서 서울교통공사로, 서울교통공사에서 김포골드라인운영(주)로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운영 위탁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운영비는 최초 김포시에서 산정한 금액보다 335억 원(1,183억 원→848억 원) 삭감됐다. 이영수 연구실장은 "단위 km당 운영비가 매우 낮아지면서 인건비 등의 압박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해지는 구조적 원인을 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현행 경전철 인력을 보면, 단위 km당 인원은 직영운영 노선에 비해서 민간위탁 운영노선이 훨씬 적다. 노동강도 심화뿐 아니라 비상대응 부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재선 김포도시철도지부 지부장은 지난해 김포골드라인 사고를 언급하며, 부족한 인력으로 사고 수습이 늦어져 30분 안에 해결될 문제가 3시간이나 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철도 운영 양태를 옥상옥에 비유한 조연민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궤도운영에서 '위탁'이 마치 정해진 규범적 '표준'이라는 착시가 들 정도라며, ▲민간위탁에서의 공공성 담보 어려움 ▲노선별 운영주체의 분산으로 인한 통합성 저해 ▲동종 산업에서의 수직적‧수평적 근로조건 격차 발생 ▲노동자 및 시민 안전 저해 ▲사업의 수익성 약화로 인한 주민 피해 등 "운영구조가 중층적인 만큼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도 중층적인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연민 변호사는 '자회사답지 않은 자회사 난립 방지'를 주장했다. 조연민 변호사는 "본래 자회사는 모회사가 갖지 못한 전문성을 넘겨받아 운영하는 효율적인 조직"이라며 비용절감을 위해 자회사를 만들어서 업무를 위탁하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포골드라인운영(주), 서해선을 운영하는 서해철도(주) 등은 서울교통공사가 만든 자회사다.

더불어 "철도운영과 같이 노동자 및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업에서 최저가 낙찰이 이루어지는 것이 적정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안전업무에서 비용절감을 만드는 최저가 낙찰제 적용을 제한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연구실장은 경전철 운영의 공공성 강화 방안으로 △경전철 운영 표준 마련 △도시철도법 면허 기준 강화 △민간사업 시행자 직영화 추진 등을 제시했다. 김포골드라인에 관해선 시민의 불편을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며 김포시가 계획한 시기보다 앞당겨 직접운영을 시행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운영(주)와 계약이 종료되는 2024년도부터 직접운영을 계획 중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운영구조와 관리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는 (제대로 된) 공영화"를 위해서 "정보공개와 시민참여를 강화하는 방식의 공영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포시갑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단계 위탁으로 비용절감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커질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함께 주관한 의원들 모두와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무원 출신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경전철의 다단계 위탁 운영체계를 개혁하는 것은 시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며 "오늘 토론회가 경전철의 다단계 위탁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더 공공적이고 안전한 시민교통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김주영 국회의원, 박상혁 국회의원, 이탄희 국회의원, 장경태 국회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심상정 국회의원, 이은주 국회의원(이상 정의당) 등이 함께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