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 언론노조 “비정규직 과제, 한계 인정하고 현실적 대안 마련할 것”
11대 언론노조 “비정규직 과제, 한계 인정하고 현실적 대안 마련할 것”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1.03.12 11:48
  • 수정 2021.03.12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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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위원장 “징벌이 아닌 좋은 언론 키우는 게 언론개혁”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극...“연대를 위한 새로운 틀 만들 것”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오른쪽)과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왼쪽)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3월 임기를 시작한 언론노조 11대 집행부가 언론 현안에 대한 신속 대응과 대안 제시, 전략조직사업 등 ‘2021년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1대 위원장·수석 부위원장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언론노조는 올해 중점 추진할 7개 과제를 발표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언론인의 올바른 미래, 언론의 사회적 책임,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강화한다는 원칙에 따라 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언론산업 현장에서 갈수록 파편화되고 소외되는 언론노동자의 현실,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현장의 현실을 바꿔가기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가 발표한 7개 핵심 추진과제는 ▲언론정책 현안에 대한 신속 대응과 대안 제시 ▲미디어산업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전략조직사업 전면화 ▲중소·취약 언론사 구조조정 투쟁 지부 지원 시스템 구축 ▲저널리즘 현장의 구조·조직문화 변화 적극 대응 ▲산별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시민·조합원 소통 활성화 ▲사업장 내 성평등 인식 제고와 조직문화 개선 ▲미디어 시장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이다.

간담회에선 비정규‧프리랜서 노동자 현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포털의 책임, 신문법 개정안 등에 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전략조직사업 전면화’와 관련해 윤창현 위원장은 “각 지부나 본부와는 별개로 언론노조 차원의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사업을 벌여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창현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언론노조의 여러 지·본부가 정규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미디어 산업 내에서 노동하는 미조직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간극을 좁히고 현재의 생존권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미조직 노동자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언론노조가 적극적인 연대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서 새로운 틀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입 확대, 비정규직 조직 교섭권 확보 추진 등을 담았다. 또 방송작가‧출판 등 산하조직 조직화 사업 지원, 직무교육 및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연대‧지원 사업 추진 등도 포함됐다.

윤창현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현실적 한계 때문에 (비정규직 관련) 사업이나 책무를 수행하는 데 비판을 받아왔다”며 “언론노조가 맞닥뜨린 한계와 현실을 냉철하게 살피고 할 수 있는 일을 해가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소규모 조직현장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실제 투쟁을 지원하는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근로자판정위원회 설치 법안’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해당 법안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근로자성’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한 전담 판정기구를 노동위원회에 설치하는 게 골자다. 최정기 사무처장 직무대행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것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며 “프리랜서나 방송작가들이 현장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즉 교섭권을 확보해서 교섭으로 돌파하는 내용을 올해 임단협 방침에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 미디어산별노조 설립에 대해서는 “선택의 자유”라면서도 “어떤 역사적 책무와 목적을 지니고 (산별노조를 추진하고) 있는지 먼저 설명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저 단순히 정치적 지향이 다른 것을 가지고 산별을 구성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언론노조 KBS본부와 나뉜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한국노총과 함께 미디어산별노조 설립을 논의 중이다. 현재 KBS에는 3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언론노조가 스스로 내부의 힘을 재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라는 큰 그림도 우리가 고민하겠지만, 우리 조직 곳곳에서 ‘힘 빠짐’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노조는 뭘 했던가”란 질문에 답할 차례라면서 “중집을 연다든지 필요하면 끊임없이 사용자 측과 협상하고 그들을 설득해서 산별노조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11대 집행부의 입장도 밝혔다. 윤창현 위원장은 “사주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는 하나도 손을 안 대고 언론을 징벌하는 법만으로는 한국사회의 언론을 절대 바로잡을 수 없다”며 “잘못된 언론, 악의적인 언론보도를 통한 시민 피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순기능을 강화할 방향으로 법안이 제정되도록 싸워가겠다”고 말했다.

11대 집행부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문법 개정안’ 통과도 주요 사업으로 내세웠다. 개정안에는 편집권 독립 강화, 포털에 책임 부여,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포털과 관련해서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포털은 큰 권력을 누리지만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적할 근거(법)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제휴 평가 과정의 폐쇄성과 인사 구성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된 제휴평가위원회 개편, 지역 언론 의무 입점, 알고리즘의 기사 추천 방식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지역신문 지원 제도 수립도 강조했다. 일몰제로 운영하며 연장해왔던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을 마무리하는 게 핵심이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지역 신문이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도록 지원하는 법이지만, 15년간 운영되면서 재정지원은 약 200억 원에서 현재 70억 원 정도로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올해는 더 줄어들 상황”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일반법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대 집행부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좋은 언론 만들기 4대 입법 투쟁 과제’를 상반기 중에 집중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4대 과제는 △공영방송‧언론 지배구조 관련 상반기 내 법 개정 △실효성 있는 언론보도 피해시민 보호‧배상 법안 제정 △신문법의 편집권 독립 관련 조항 개정 △지속가능한 지역신문 지원 제도 수립 등이다.

이를 위해서 11대 집행부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 개정안을 비롯해 온라인플랫폼이용자 보호법안(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포털뉴스이용자위원회 설치법안(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의 상반기 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창현 위원장은 “혼란한 시대에 언론노조와 현장의 언론인들이 길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는 현안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여러 언론인에게 언론노조가 설명도 하고 비판도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