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문턱 낮추기④] 약국의 디지털 전환, 소비자는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약국 문턱 낮추기④] 약국의 디지털 전환, 소비자는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 이동희 기자,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3.26 00:00
  • 수정 2021.03.26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앞당긴 상황에서 약국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약국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약국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얼 하고 있을까? 온라인으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디지털 전환, 언택트로 바뀐 일상… 약국은?

4차 산업혁명, 자동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불러온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일상 곳곳을 바꿔놓았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모바일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산업과 접목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앱에서 주문한 커피를 포장해 출근하고,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고 결제하는 일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내심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했던 것까지 빠르게 바꿔놓았다. ‘대면 서비스’의 대표 주자였던 은행은 금융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으로 소비자들에게 한층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더 가속화시켰다. 이제 지문 등록 하나로 송금, 결제, 대출이 가능하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상대방에게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며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했던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변화의 흐름에 탑승했다. 이들은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업체가 빠른 배송과 저가 전략을 앞세워 치고 나가자 온라인 배송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가겠다는 의미다. 온라인 배송은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맞이한 언택트 시대도 마찬가지다.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해진 일상은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을 낳았다. 수업도, 일도, 모임도, 공연도 온라인 세상에서 만날 수 있다.

약국도 예외는 아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약국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약국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얼 하고 있을까? 온라인으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갈팡질팡하는 약국과 약사,
소비자는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약국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언택트 복약지도, 전자처방전, 약국 전용 키오스크 서비스 등 더디지만 약국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처럼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 의약산업 관계자는 지금의 약국의 모습을 ‘갈팡질팡’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택트, 4차 산업혁명, AI 등 세계적 추세와 변화 속에서 약국이 ‘현재의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에 만족하느냐’와 ‘시장변화에 맞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느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적 추세와 변화를 따라가자니 ‘약사 고유의 직능을 위협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약사가 많다”며 “일부 약사들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굳이 나서지 않는 약사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팡질팡’이 소비자들의 니즈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약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미뤄두거나 회피하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나아가 약국과 약사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썩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의 소비자는 전 산업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에 익숙하다. 소비자가 지금의 약국을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위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은 실소비자 위주의 쉽고 빠른 모바일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하여 그렇지 못한 기업들과 실적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듯 약사들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모바일 복약상담 앱 ‘우약사’
“약사와 1:1 상담하세요”

이렇듯 약국과 약사의 고민이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약국’만 검색해도 수많은 모바일 서비스 앱을 만날 수 있다. 실시간 약국 찾기 앱, 공휴일·야간 영업하는 약국 정보를 알려주는 앱, 조제약 배달 앱, 약 추천 앱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건 ‘디지털 약국’을 표방해 약사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앱 ‘우리 약사님 이웃사랑 서비스(우약사)’다.

#. 김재호 씨(42)는 우약사 복약 알림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매번 약을 처방받고도 약 먹을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효과를 보지 못하자 사용하기 시작한 기능이다.

#. 우약사 회원 김하은 씨(35)는 자신이 지정한 단골 약사와 1:1 건강 상담을 한다. 건강 관련 질문을 남기면 약사가 답변해주는데 복용 중인 약 사진, 처방전을 첨부해 물어볼 수 있어 더욱 정확한 상담이 가능하다. 약사와 나눈 건강 상담과 처방전은 기록으로 남아 언제든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맞춤형 건강정보를 받아본다.

#. 주민경 씨(32)는 최근 챙겨 먹는 영양제 종류를 8개에서 5개로 줄였다. 우약사에 영양제 8개 성분표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단골 약사가 건강 상담과 함께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제, 성분이 겹치지 않는 영양제로 5개를 추천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영양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올바른 복용 방법도 알려줬다.

우약사는 약사가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와 단골고객 확보 및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약국 전용 고객관리(CRM) 시스템이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한 약국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건강 정보 제공, 복약 알림 서비스, 복약지도, 맞춤형 건강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IT기술로 약국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 만족도를 높여 약국 환경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우약사의 목표다.

우약사에는 20~30대 젊은 약사부터 시장 변화에 민감한 중장년 약사까지 전 연령대의 약사들이 회원으로 있다. 안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약국 경영에 도움을 받기 위해 우약사 회원 약사로 가입했다.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건강정보를 보내고, 이렇게 쌓아둔 건강정보를 다시 소비자와 상담할 때 활용한다. ‘다른 곳에서 주는 건강정보와 약국에서 주는 정보는 확실히 다르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기쁘다. “약국의 경쟁상대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우약사’와 같은 단골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도입한다면 다른 채널들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트렌드에 맞는 약국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약사에 누적된 가입 고객 수는 지난해 9월 기준 3만 3,642명으로 집계됐다. 관심 질환별 가입자 비중을 살펴보면 고혈압이 1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뇌 건강(11.9%), 당뇨 예방(11.1%), 암 예방(11.0%), 체중조절(10.7%) 등이 높게 나타나 주로 만성질환 관리 및 장기적인 생활습관 개선 측면에서 약국 방문객의 관심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우약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오엔케이 관계자는 “약국에서 이뤄지는 고객 중심의 혁신적 서비스와 디지털 플랫폼에 약국 시장이 호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약국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약사와 환자,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고도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약국도 변해야 한다

약국도 디지털 전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하나둘 시작되고 있으며, 약사 사회에서도 조금씩 약국의 디지털화에 대해 숙고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준비단계로 볼 수 있으나 업계에서는 결정적 계기만 있다면 ‘퀀텀 점프’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교육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 약사 개개인의 디지털 대응력 강화 등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의약분업이나 편의점 약 판매 같은 이슈 속에서도 약국은 고유의 위치를 잘 지켜내며 생존했다”며 “약국의 근본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핵심이며,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약국의 미래는 앞으로도 계속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국 문턱 낮추기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려운 게 건강’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공복에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에 쫓겨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흡연, 음주, 폭식으로 푸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여기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건강과 멀어질 때 우리 삶에 균열이 찾아온다. 이것이 종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안전 같은 문제라면 무겁게 다가올 텐데, 건강이라고 하니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참여와혁신>에서도 건강보다는 흔히 ‘죽지 않을 권리’로 표현되는 안전이 더 익숙한 주제다. 하지만 안전만큼이나 건강도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우리 일상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공간으로 약국을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