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수송노동자 “네 달째 임금 쪼개 받아··· 금감원이 감독 나서야”
현금수송노동자 “네 달째 임금 쪼개 받아··· 금감원이 감독 나서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4.12 18:31
  • 수정 2021.04.12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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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스코리아민주노조 1인시위 돌입
임금 지연·분할지급 이유로 내부경영 문제, 최저입찰제 등 지적
“금감원, 철저한 관리·감독 나서야”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최저입찰제 폐지, 용역단가 현실화 촉구를 위한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최저입찰제 폐지, 용역단가 현실화 촉구를 위한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호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급여 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식구들 볼 면목이 없어 집 밖에서 서성이다 들어가곤 한다.” (한봉수 브링스코리아 9년차 현금수송 노동자)

현금수송업체 브링스코리아 노동자들이 4개월째 임금을 지연·분할지급받으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 온 경영진의 경영 실패 ▲은행의 최저입찰제 악용 ▲금융감독원의 방치가 노동자들을 불안으로 내몬 배경이라고 지적하며 1인시위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브링스코리아민주노동조합(위원장 안성진)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1인시위는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1시까지 진행한다. 

브링스코리아민주노조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최저시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15년 이상을 근무해도 새로 들어온 직원의 급여와 차이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 “지난해 5월 회사가 매각된 뒤 경영 실패로 4개월째 임금을 지연·분할지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현금수송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 핵심은 최저입찰제”라며 “은행으로부터 가장 저가로 용역을 수주하고 노사가 그 금액을 나누는 구조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브링스코리아민주노조는 “금융감독원이 현금수송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은행과 현금수송 업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원은 제대로 된 조사와 최저입찰제에 대한 강력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 1인시위 주자로 나선 안성진 브링스코리아민주노조 위원장에게 현금수송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부터 노조의 계획까지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1인시위에 나선 안성진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 ⓒ 서비스연맹
1인시위에 나선 안성진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 ⓒ 서비스연맹

- 4개월째 임금 지연·분할지급에 따라 어떤 어려움 있나?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 임금이 약속된 날에 나오지 않고 3회씩 분할 지급되다가 다음 달 넘어서까지 밀리니까 공과금, 보험료, 월세 등 고정지출을 처리할 수가 없다. 특히 가정을 꾸린 분들은 매달 나가는 돈이 큰데 조금만 밀리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은행에선 하루만 늦어도 연체이자가 붙는다.

- 임금 받는 시기를 노동자들이 미리 알고 있는 건가?

임금 지급이 얼마나 늦어지고, 몇 퍼센트씩 분할되는지 사측에 계획을 세워서 알려달라고 노동조합 차원에서 요구했다. 올해 1월에는 이틀 전에, 그 이후론 일주일 전엔 알 수 있었다. 지금 회사가 돈이 없으니까 거래처에서 돈을 받는 대로 임금으로 주는 상황이다.

- 지난해 브링스코리아가 브링앤세이프(옛 에코맥스)에 매각된 이후로 회사 사정이 급격히 어려워진 건가?

그렇다. 브링스코리아는 일양그룹의 계열사였다. 그런데 일양그룹이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당시 에코맥스에 브링스코리아를 지난해 5월 29일 매각했다. 같은 날 에코맥스는 청호이지캐쉬의 밴(VAN) 사업권을 40억 원에 샀다. 그 계약서를 노동조합이 입수했다. 청호이지캐쉬의 밴 사업은 한 달에 약 5,000만 원씩 적자가 나는 업무다. 그러면서 회사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청호이지캐쉬의 밴 사업권만 안 샀어도 이렇게 임금이 밀리진 않았을 거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구멍가게를 새로 인수해도 인테리어를 바꾸든, 새로 채용을 하든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새로운 변화는 없었다.

- 그럼 브링앤세이프가 청호이지캐쉬 밴 사업을 사들인 이유를 뭐라고 보나?

같은 업계인 한국금융안전의 김석 대표이사가 중심에 있다. 김석 대표이사는 청호이지캐쉬의 대표이기도 하다. 앞서 청호이지캐쉬가 2014년 한국금융안전의 지분 약37%를 매입하고, 2019년 김석 청호이지캐쉬 대표가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죽어가는 청호이지캐쉬의 밴 사업이 없으면 김석 대표이사가 한국금융안전을 지배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처음엔 김석 대표이사가 한국금융안전에 청호이지캐쉬 밴 사업을 넣으려다가 막혀서 브링스코리아가 떠안게 된 거다. 브링스코리아의 최대 주주인 박철민 현 대표는 김석 대표이사와 친구 사이다. 브링스코리아가 인수된 후 처음 취임했던 이주홍 전 대표는 김석 대표이사의 동서다.

- 노동조합에선 최저입찰제 구조로 인한 저임금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저입찰제를 통해 현금수송업체 간 과도한 수임료 경쟁을 유도한다. 현금수송업체들은 일하고도 적자를 보는 구조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 피해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드러난다.

브링스코리아 현금수송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적어 하루 평균 10시간은 일해야 한 달 임금 200만 원 정도 벌 수 있다. 게다가 신입직원과 29년차 직원 간 임금 차이가 한 달에 30만 원 정도밖에 안 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회사의 미래도 불안하니까 젊은 층들은 거의 떠났다. 7년 전만 해도 직원이 1,10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약 500명 남았다. 인원이 계속 줄어도 충원이 안 되니 현금 등을 호송할 때 경비업법상 3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2명이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60만km 이상 달린 낡은 차도 그대로 타고 있다.

- 회사 경영문제와 최저입찰제라는 구조적 문제가 중첩돼 있다. 노동조합의 계획은 뭔가?

노동조합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올해 국정감사까지 끌고 갈 계획이다. 차기 금융감독원 원장과 면담도 진행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인시위도 이어나갈 생각이다.